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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의 획득 - 벤츠 이야기
프리미엄의 획득 - 벤츠 이야기
  • 의사신문
  • 승인 2011.06.1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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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갖고 싶은 콜렉션 `프리미엄의 교과서 W 124'

얼마 전 울산에서 개업한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지난번에 소개했던 폰톤을 소장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모델들도 소장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정말 놀라운 콜렉터였다. 나중에 소개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다. 필자는 한참 놀란 다음에야 필자의 주관적인 선호도는 W124, W123, W140, W201 정도 라고 말할 수 있었다.

물론 다음에 꼭 방문해서 구경하고 싶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이런 컬렉션을 구경하지 않을 수 없다. 나중에 방문하면 사진도 함께 올리고 싶다). 세워놓을 장소조차 마땅치 않은 필자로서는 정말 부러운 일이지만, 갖고 있는 차들도 몰고 다닐 시간이 없는 필자로서는 콜렉션을 위해 세워놓은 차들을 바라볼 시간도 한정될 것이 뻔하다. 필자의 관점은 차의 이해이기 때문에 몰고 분해해 볼 수 없는 차는 어쩔 수 없는 존재다. 적어도 오버홀을 하거나 부품을 직접 갈아댈 수 있어야 이해가 증가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트에 앉아있는 시간이다. 운전대를 잡고 시트에 앉아있는 일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적어도 차에 대해서는 그렇다.

요즘은 차는 고사하고 조금 빠져있는 자전거조차 타고 다니는 차종이 하나뿐이다.
commencal absolut라는 기종으로 앞바퀴를 들고 타는 매뉴얼(manual)을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들려있는 앞부분과 몸이 균형을 맞추는 역삼각형을 그리는 트릭이다. 나머지 BMX 와 어반, 더트점퍼들은 모두 쉬고 있다. 필자 나이에 보드화를 신고 자전거를 매달리듯 타는 노브레이크 매뉴얼을 연습하려면 남는 시간에는 열심히 타야한다. 10대 친구들도 어렵다고 하는 것을 배우려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

사실 몸만 생각한다면 열심히 달리면서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고 부상의 위험도 적다.(자동차도 그냥 조심스럽게 몰고 다니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메이커들은 더 출력이 좋은 엔진과 부가장치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극한의 영역 근처에도 가지 않으면서 광고를 보고 있으면 머릿속은 스펙의 싸움을 한다. 자동차라는 것도 어떨 때는 몇 마력만 되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스펙은 슈퍼카 수준까지 머릿속에서 비약을 한다. 필자가 갖고 싶은 차중에 스바루 임프레자 STI가 들어가 있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일 것이다. 사실 이 STI를 타고 달릴만한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오디오나 컴퓨터 그리고 카메라를 비롯한 많은 장난감들의 운명이 그랬듯이 몇 개를 제외하고는 언젠가는 창고에 남거나 버려지겠지만 남는 것은 어떤 주제에 대한 이해였다고 생각한다.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은 물론 더 중요하다. 자동차와 자전거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집에 있던 많은 CD나 다른 자료들도 한 때는 열심히 모으고 보고 들었던 것들이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많은 세월이 흘렀다. 시간은 정말 잘 흘러간다.

곰곰 생각해보면 필자는 충실한 문화소비자의 역할, 메이커가 바라던 대로는 아니겠지만 나름대로 비슷한 문화소비자의 역할에 충실했던 것 같다. 그것도 DIY의 끼가 강한 문화소비자였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이제 다시 주제로 돌아오자. 주제는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 벤츠의 이야기다. 자동차의 세계에서 문화소비자인 필자가 몇 년 동안 몰아보고 싶은 차종의 하나가 단종된 지 15년정도 되어가는 W124다 (그리고 W124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문화소비자인 필자가 중요한 차종에 대해 평가를 내리려면 상태가 좋은 W124를 타볼 이유는 충분하다. 우선 W124는 하나의 교과서라고 볼 수 있다.

W124 이전까지 사람들이 벤츠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사실 벤츠가 최고의 차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벤츠의 엔진이 튼튼하기는 했지만 최고의 성능을 낸 것도 아니었으며 차체도 튼튼하기는 했지만 최상의 구조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다른 메이커들이 벤츠를 추월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W124의 앞 모델은 W123이었다. 탱크 같다고 할 수 있는 W123은 요즘도 외국에서 많이 볼 수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볼 수 없는 이유는 당시 수입된 물량이 적어서일 것이다. 단종된 지 30년이 되어가는 차종이 별다른 트러블 없이 유지비도 많이 들지 않은 상태로 운행이 가능하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주행거리들은 대부분 어마어마하다. 수십만 킬로가 넘어도 놀랄 일이 아니다. 성능이나 연비가 요즘차에 비해 떨어진다고 해도 큰 고장이 없다면 차를 버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 물론 벤츠의 내구성은 상당히 좋다고 알려져 있다.

W123의 주행질감이 좋은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차체의 구성에는 문제가 있었다. 전륜은 더블위시본(double wishbone)의 안정한 구조였으나 후륜은 세미트레일링암(semi-trailing arm) 구조를 채택하고 있었다. 1960년대 벤츠가 기념비적인 새로운 자체적 차체를 만든 이후 거의 2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W123의 엔진도 그다지 신통한 편은 못되었다. 다른 경쟁자들은 정말 좋은 엔진을 만들기 시작했고 BMW는 새로운 차체와 완전히 새로워진 엔진으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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