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극복기<4> 한만청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암 극복기<4> 한만청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1.06.13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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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수술 후 폐도 전이…이제 3개월 남았구나” 

 

■앞으로 3개월(?)…“이제 끝이구나”

1998년, 4개월 전엔 보이지 않던 암 덩어리가 무려 14cm의 거대한 규모로 그의 간을 뒤덮고 있었다. 순간 하늘이 노랗게 보이더니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한만청 명예교수는 당시 “내게 큰일이 닥쳤구나. 얼마 살지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대로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기엔 아직 그는 젊었다. 그는 “최선을 다해 앞으로 일어날 일을 대처 해야겠다”는 마음을 잡았다.

그러나 그의 강한 마음가짐과 달리, `암'은 더 강력했다. 간도 모자라 폐까지 암을 전이 시켰기 때문이다. 이젠 욕심도 희망도 가질 여력이 그에겐 없었다.

그는 “앞으로 6개월, 아니 3개월이나 살 수 있을까(?). 이제 정말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앞서면서 가족들이 눈앞에 아른거려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폐까지 전이된 암들이 그의 모든 장기에 언제 자리를 펴고 누울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대병원 원장으로 병원의 수많은 일과 방사선 의학교육 자료 등을 정리하느라 무리를 한 데다 불규칙한 생활과 술로 인해 몸이 쇠약해 졌을 때 암이 내 몸을 탐내고 자리를 잡은 거 같다며 설마 하는 생각에 내 건강을 과신한 결과라고 했다.
 
■환자 진료 시 전염된 `간염'…“내 목숨 노리다”

한 교수는 간암 등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방사선과' 의사였다. 그런 그가 `간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사실 간암이 그에게 불연 듯 찾아온 것은 아니다. 그는 간염 보균자였다. 그것도 환자가 안겨준 달갑지 않은 `손님'으로 말이다.

한 교수는 “미국 연수시절 매일 하던 일이 혈관촬영시술이었다. 매일 같이 환자들의 피를 만지다 보니 간염 보균자였던 환자에게 전염된 케이스”라고 했다. 그는 “미국 연수기간 내내 간염이 더 큰 질병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건강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이후 2∼3년간 한 교수의 건강은 `최고'에 달했다. 그리고 `의사'로서의 위치도 `최고'를 달리고 있을 때였다. 당시 한 교수는 미국 연수를 마치고 서울대병원 교수로 재직, 새병원 신축 위원장, 영상의학과 재건 등 모든 일에 `리더'격이었다. 여기에 진료부원장을 거쳐 부원장에 병원장, 대통령 주치의까지 소위 의사로서 `명의'이자 병원의 `수장'이었다.

한 교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숨 한번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일에 빠져 살았다고 했다. 그리고 저녁엔 자연스레 술자리에 파 묻혀 있었다. 그러면서 그의 몸은 자연스레 쇠약해져 갔고 암은 이 틈을 노렸다.
 
■간암·폐암…한달 만에 생긴 내 친구 `암'

한 교수가 간암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1996년 병원장 시절 자신의 주도로 건립된 건강검진센터를 방문, 원장이 만든 센터에서 검진을 한번 받아보라는 주변의 권유를 받고 초음파 검사를 했다. 이때 1.5cm 간암이 발견됐다.

한 교수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치료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3개월마다 추적검사를 했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암은 한 교수에게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1년 6개월쯤까지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일본 학회 출장으로 3개월마다 받아야 했던 추적검사를 한 달 늦게 한 것이 화근이었다. 불과 4달 전, 작은 종양조차 보이지 않던 간에 무려 14cm의 암이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암 발견 전 복부 CT를 몇 번이고 확인했지만 미세한 종양의 모양도 보이지 않았었다”며 “자신은 물론 같이 있던 후배들 모두 자신들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간암 4기였다.

암이 그와 하나간 됐다는 건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당시 한 교수와 주치의가 할 수 있는 것은 `빠른 시일 내 수술'이었다. 선택의 길이 없었다. 한 교수는 “일단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으로 암과 부딪혀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14cm의 간암 제거를 위해 간의 1/3 이상을 잘라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정신과 몸이 쇠약해 질 대로 약해진 한 교수를 암은 가만두지 않았다. 간암 수술 2달 후 폐까지 전이기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처음 간암이 발견됐을 때보다 충격이 2배에 달했다고 했다. 2년 전 간암이 발견됐을 당시, 1년∼3년은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3개월로 줄었기 때문이다.

 
병원장 `리더·명의'로 지냈지만 내 몸 못챙겨
의사의 사명감으로 최신의학과 주치의 믿고 최선다해 치료 시작
암을 친구삼아 지냈던 긍정적 마음자세가 `암 탈출의 희망 열쇠'


■“의사를 믿고 치료하는 자세, 암과 친구해라”

한 교수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명색이 의사인데 최신의학을 믿고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그는 “일단 최선을 다해보자 주의였다. 해 봐서 안되면 어쩔 수 없지만 시도도 하지 않는 다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우선 전적으로 주치의를 믿고 따랐다. 담당교수의 처방에 따라 항암치료를 열심히 했다. 당시 주치의도 항암치료 성공률을 5% 미만으로 봤다. 한 교수는 오로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치료를 하기 시작했다. 폐로 전이된 후 실시한 5개월간의 항암치료가 기적 효과 발휘, 이것저것 함부로 먹지 않아서인지 몸에 약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지 않아 항암제 효과가 최대로 발휘됐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통해 나타나는 `구토'와 `음식'거부는 대책이 없었다. 강한 항암치료 덕분에 입안이 헐고, 음식을 삼킬 수가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한 교수는 “마치 여자가 임신했을 때 보다 변덕은 물론 거부반응이 심했다”고 했다.

한 교수는 수술과 항암치료 덕분에 몸을 67kg에서 52kg으로 15kg 감량,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겨우 연명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때 한 교수가 느낀 것이 암을 친구삼아 지내다 조용히 돌려 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는 분노와 적개심으로 암과 싸우다 보면 평정심을 잃고 이것이 오히려 면역력을 떨어뜨려 암의 극복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암이 수그러들 때까지 달래가며 사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 교수는 “암이 나를 죽이려고 덤벼들고 있으니 우선 달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몸에서 음식을 거부하면, 몸이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음식을 먹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암과의 싸움은 서서히 한 교수가 승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물조차 먹기 힘들었던 그의 몸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우선, 한 교수는 양배추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곤 물김치, 장김치, 나박김치, 배추김치 `김치'를 중심으로 싱겁게 간을 해서 먹었다.  몸은 차츰음식을 받아들였고 몸의 기운을 살리기 위해 나물은 물론 고기도 조금씩 챙겨먹었다. 그는 “영양의 벨런스를 맞춰 골고루 먹으려고 노력했다”며 “이런 노력이 지금의 한만청을 있게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15kg 감량됐을 당시 서 있는 것조차 힘이 들어 벽을 붙잡고 몇 걸음 걷는 게 전부였는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시간을 제면서 꾸준히 운동을 하니 살도 붙고 건강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한 교수는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암 나을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 중요'

“암이 밖에서 온 것도 아니고 누굴 탓하랴” 한 교수는 자신의 몸 속의 암 덩어리를 이렇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우선 스스로 이길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음식을 먹던, 운동을 하건, 일을 하건 `즐겁게 하는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생활패턴이 좋아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장점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간암과 폐암 판정 이후 `식사'에 매우 신경을 많이 쓴다며 신선한 음식을 영양분에 맞춰 먹는 등 정성과 시간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한 교수는 “6개월마다 하는 암 재발 여부 검진을 받고 있다. 그는 암을 이겨낸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검진 날짜가 다가오면 두려움을 느낀다며 특별히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오면 앞으로 최소한 6개월은 더 살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고 말했다.

■의사들이여 `스트레스'가 암의 주범이니 버려라

한 교수는 `스트레스'와 `업무과중'이 암을 유발시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바쁜 생활로 인해 즐겨 찾게 되는 인스턴트와 깡통 등 신선하지 않은 음식들이 우리의 몸을 탐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한 교수는 술과 고기를 많이 섭취하는 우리 의사들의 경우 바쁘다는 핑계로 건강검진을 소홀히 하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몸의 변화를 느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며 특히, “건강한 의사가 환자의 건강을 책임 질 수 있는 최고의 의사가 아니겠냐”며 건강에 대해 이 같이 강조했다.

홍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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