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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진심으로 걱정·배려하는 목소리를 만들자
환자를 진심으로 걱정·배려하는 목소리를 만들자
  • 의사신문
  • 승인 2011.06.0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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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19〉

진료 시 선생님의 목소리는 어떻습니까.

얼마 전 칼럼에서 소개했던 미국 UCLA대학 심리학과 앨버트 메러비안(Albert Mehrabian) 교수의 `메러비안의 법칙'(law of Mehrabian)을 기억하는가. 그는 상대방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는 요인을 시각적 요소와 음성적 요소, 언어적 요소로 구분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인상을 결정짓는데 시각적 요소(이미지, 보디랭귀지 등 비언어적 측면)가 55%, 음성적 요소(목소리, 억양, 음색, 음조, 속도, 감탄사 등)가 38%, 대화 내용이 7%라고 주장했다. 곧 누군가와 첫 대면을 할 때 외모와 목소리만 좋아도 그 만남은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이며 의사 역시 진료 시 표정이나 목소리에 좀 더 신경을 쓴다면 환자에게 더욱 호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진료 시 표정, 헤어스타일, 옷차림, 제스처, 말의 억양이나 속도, 음색 등에 조금만 더 노력을 기울이면 훨씬 좋은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억지로 연출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작위적인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먼저 환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얼굴 표정과 언어 사용은 의식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심리학 이론 중에는 제임스-랑게(James-Lange)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우니까 슬프고 웃으니까 기쁘다는 논리로 신체적 변화의 지각이 정서의 주관적 경험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얼굴 표정과 언어 사용이 정서의 주관적 경험을 결정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가능하면 밝은 표정과 긍정적 언어를 사용하길 바란다. 대인 간 커뮤니케이션은 늘 쌍방향(Two-Way)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한 쪽이 긍정적인 얼굴을 하고 긍정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면 상대 역시 긍정적으로 변하게 된다. 진료 커뮤니케이션 역시 커뮤니케이션 목적만 다를 뿐 결국 의사와 환자가 의미를 교환하는 과정이다. 의사의 표정과 언어 사용이 환자의 사고와 마음, 나아가 행동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특별히 사람의 목소리는 많은 것을 담아낸다. 기본적으로는 전달력 있는 말하기에 일조하지만 편안한 목소리는 상대를 심적으로 편안하게 만들 수 있고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할 수 있다. 곧 상대에 대한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것이다. 의사에 대해 잘 모르는 환자를 진료하며 의사가 환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면 그 환자는 의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 분명하다. 세계적인 기업가 리카르도 벨리노는 자신의 저서 `내 인생을 바꾼 3분'에서 “말하는 리듬은 너무 느려서는 안 되며 말투가 과장되거나 단호하면 공격적으로 들릴 수 있으므로 주의하라”고 이야기한다. 또 상대방이 말을 할 때 경청하고, 중간에 말을 자르거나 끼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필자 역시 의사들이 진료 시 반드시 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의외로 많은 의사들이 진료를 보며 중언부언하는 환자의 말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잘라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러한 모습으로 인해 환자는 의사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결국 진료 자체를 불신하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진료 시간이 많이 쫓기지 않는다면 조금 반복되는 이야기일지라도 인내심을 갖고 들어주길 바란다. 환자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는 의사의 모습은 환자들에게는 의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고마운 마음을 갖게 한다. 환자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무표정으로 듣거나 모니터를 보지 말고 지나치지 않게 적절하게 감탄사를 섞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울러 앞서 강조했던 목소리는 외모와 함께 인상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된다. 현대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좋은 목소리, 호감이 가는 목소리는 명료하고 깨끗하며 톤이 약간 높고 울림이 좋아 느낌이 풍부한 목소리를 말한다. 그러나 진료 시에는 톤이 높은 것 보다는 약간 중저음 톤이 더욱 신뢰를 주는 경우가 많다. 중저음에 약간 울림 있는 목소리는 안정감을 주며 말의 힘을 갖기 때문이다.

참고로 진료 면담 외에 의료인으로서 학회에서 발표를 하거나 방송 출연을 하거나 혹은 사회를 진행하는 등 청중이 많을 때는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약간 높은 톤의 목소리와 짧은 단어의 문장으로 말하면 효과적이다. 각각의 단어에 액센트를 주면서 또렷한 발음으로 말하면 청중이 알아듣기 쉽다. 또 대화 중 관심을 끌고 싶을 때는 목소리 톤의 높고 낮음이 한 문장에서 자주 일어나도록 말하면 효과적이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확신을 주기 위해서는 목소리의 강도를 높여 강한 어조로 끊어서 이야기하면 효과적이다.


환자의 말에 감탄사 섞으며 경청하고 중간에 말 자르지 말자
진료외 발표자리선 약간 높은 톤과 짧은 문장으로 말하면 효과적
발성연습으로 멋진 목소리 갖더라도 진심 없으면 오히려 거부감



이처럼 같은 목소리라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의 느낌도 달라진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목소리에 담긴 화자의 마음이다. 그래서 필자는 가장 좋은 목소리는 발성이 잘 된 울림 있는 목소리보다 상대를 배려하는 따스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실제 발성 연습을 통해 전달력 있는 목소리를 갖게 되더라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것은 진정 호감을 주는 목소리가 아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오직 훈련으로 만들어진 목소리는 마음을 전달하기 힘들며 말의 힘을 갖기 힘들다.

필자가 아는 한 아나운서는 발성 연습을 통해 매우 좋은 목소리를 갖고 있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다. 그래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오히려 의식적으로 만든 목소리와 말의 기교가 거부감이 든다. 주객이 전도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진정 좋은 목소리, 호감을 주는 목소리는 단순히 성우 같은 목소리가 아니라 마음을 담은 진심어린 목소리다. 발성연습을 통해 나오는 전달력 있는 목소리는 그러한 부분이 전제될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의료인들도 방송 출연과 학회 발표, 인터뷰 등을 통해 목소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발성법 등 목소리 관련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다. 물론 대중 앞에서 말할 때는 진료 시 환자와의 면대면 커뮤니케이션 때 보다는 발성이나 호흡, 말의 기교가 좀 더 중요하긴 하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아무리 많은 대중 앞에서 이야기할지라도 진심을 담은 따뜻한 목소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TV 건강 프로그램에 나와 전국에 있는 시청자들에게 건강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우라면 그것은 단순히 듣기 좋은 목소리만으로는 안 된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말 검진이 여러 가지 암을 조기 예방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진심어린 목소리라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요즘 성우나 아나운서들이 진료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이 표면적인 목소리만 갖고 의사들을 교육하는 것에 필자는 화가 난다. 환자들이 의사들에게 진정 원하는 목소리 나아가 신뢰감을 느끼는 목소리는 성우 같은 멋진 목소리를 내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배려해주는 목소리를 내는 의사다. 기왕이면 격양된 목소리보다는 중저음 톤의 안정된 목소리가 좋지만 이러한 목소리 또한 결국 환자를 내 가족처럼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전제된 다음이다.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그저 의식적으로 훈련해서 만들어진 목소리는 울림 있는 중저음 목소리일지라도 호감을 주기보다 오히려 권위적인 목소리로 들릴 확률이 크다.

실제 환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의사, 신뢰하는 의사들을 조사해보면 얼굴이 잘생기고 목소리가 좋은 의사가 아닌 진심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어려운 의학 지식을 쉽게 설명해주는 의사다.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환자의 지적 수준(눈높이)에 맞춰 알려주고 교육하는 능력이야 말로 환자들이 의사에게 가장 원하는 부분인 동시에 의사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다. 그렇게 볼 때 현재 의사들에게 필요한 스피치 교육은 단순히 발성이나 목소리 훈련보다는 환자를 질병이 아닌 한 인간으로 대하는 인성 교육과 환자의 지적수준에 맞춰 이해하기 쉽게 설명 잘해주는 능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환자를 배려하는 목소리는 의식해서 혹은 연습해서 만들어지는 목소리를 넘어선다.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열린 목소리, 반가운 목소리가 나오는 것처럼 마음을 자연스레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게 볼 때 결국 의료인으로서 요구되는 목소리는 환자에 대한 마음을 바꾸고 환자를 고마운 존재로 생각하며 나오는 목소리일 것이다. 환자들은 성우 같은 목소리보다 가족 같이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주는 목소리를 갖은 의사에게 훨씬 호감을 갖게 된다. 신뢰와 권위는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목소리 역시 환자에 대한 진심어린 배려를 담아낼 때 신뢰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발성 연습 전에 환자에 대한 마음을 먼저 바꾸길 바란다.

이번 한 주는 환자를 고마운 존재로 생각하고 진료 시 목소리에 환자에 대한 마음을 담아내길 바란다.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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