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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간중국〈3〉- 留園과 書卷氣
주마간중국〈3〉- 留園과 書卷氣
  • 의사신문
  • 승인 2011.06.0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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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못과 꽃과 누각은 서로 잘 어울려 있고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엔 고졸한 옛 묵적이 이 집의 격을 높이고 있다.
쑤저우 관광에 나서면 유원(留園)과 한산사(寒山寺)는 대부분 빠지지 않고 돌아보는 곳인 듯 합니다. 유원 입장하기 전 인솔하던 안내원이 겁을 줍니다. 유원 내부가 미로처럼 복잡하고 관광객이 너무 많아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 일행을 놓치지 말아 달라고 당부를 합니다.

과연 관람객이 많았습니다. 단체여행객들이 정말 끝없이 밀려들어오고 나갑니다. 정말 일행과 떨어져 길을 잃을까 걱정이 되어 한눈 한 번 팔지 못하고 남들 다 보고 가는 곳만 어설프게 보고 나왔습니다. 역시 여행은 혼자 해야 제 맛이 난다는 생각을 하면서…

태호라는 호수 바닥에서 건져 올렸다는 크고 작은 괴석들이 걷는 길목 곳곳에 자리 잡고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산은 물론이고 변변한 언덕조차 없는 이 평평한 땅에 그 돌들을 쌓아 올려 산의 흉내도 내고 크고 작은 연못에도 어김없이 사용되어 가장자리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온통 이 태호석이라는 돌이 가득합니다.

사람이 길을 잃을 만큼 큰 집을 짓고 그 안에 연못과 산을 만들고 거기에 저렇게 진귀한 바위와 돌을 호수 바닥에서 건져와 장식을 한 호화롭기 그지 없는 이 정원이 한 관리의 개인 집이었다고 합니다. 한 관리의 사치 덕에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호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 관리가 안목 없이 다만 자기의 부를 과시한 것만은 아닌 듯 합니다.

사람들이 꽃과 연못과 누각이 어울려 자아내는 멋스러운 모습에 빠져 있을 때 잠시 일행을 벗어나 보았습니다. 그리고 곳곳에서 서성 왕휘지를 비롯해 수많은 명필들의 묵적을 찾아냈습니다. 태호석만큼이나 많은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체의 글씨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회랑을 가득 채우고 있고, 전각 여기저기 눈 길 가는 곳마다 있었습니다. 회랑의 글씨들은 훼손되지 않도록 유리로 덮어놓아 유리에 비치는 그림자가 글씨 감상에 방해가 되었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나중에 귀국해서 다시 살펴보겠다고 정신없이 사진을 찍다보니 일행이 보이지 않습니다. 들어오는 문 나가는 문이 하나둘이 아니어서 엉뚱한 곳으로 들어가면 일행들의 시간을 빼앗을지도 모릅니다. 머물던 연못가를 빠져나가기 전에 꽃과 돌 누각을 다시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멋진 정원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백성이 힘들게 일해야 했을까요. 저렇게 큰 돌들을 호수 바닥에서 건져 올리며 다친 사람은 또 얼마나 되며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없었을까요. 누구나 다 으레 그러려니 하고 살았겠지요. 그래서 내가 이 아름다운 곳에 잠시 서 있습니다.

허겁지겁 유원을 돌아보고 찾아간 곳은 한산사였습니다. 장계(張繼)의 시 풍교야박(楓橋夜泊)이 아니었다면 한산사는 그냥 큰 절의 하나로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과거에 낙방하고 귀향하다가 지었다는 이 시 한 수로 장계는 당의 시인으로 남아 이 한산사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장계가 중국 최고의 시인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상점마다 풍교야박 시비를 탁본하거나 행서로 쓴 족자 하나쯤은 걸려 있었습니다.

월락오제상만천 月落嗚啼霜滿天 달 지고 까마귀 우는 밤하늘엔 서리만 가득
강풍어화대수면 江楓漁火對愁眠 고깃배 불빛 보며 잠을 청하는데
고소성외한산사 姑蘇城外寒山寺 고소성 밖 한산사의
야반종성도객선 夜半鐘聲到客船 한밤 종소리 객선에 울려온다.

오근식〈건국대병원 홍보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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