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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개인정보 보호 위해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 위해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 의사신문
  • 승인 2011.05.2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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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 〈18〉

 환자의 비밀을 지켜주십니까.

얼마 전 한 정신과 의사가 본인 트위터에 본인이 만났던 유명 방송인의 이야기를 올렸다가 큰 논란이 되었다. 의사 입장에서는 그 사람이 방송과 관련해 현재 많이 속상해하고 있고 크리넥스 한 통을 다 쓸 만큼 울었다는 것을 인간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에 올린 것 같았다. 그러나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어떻게 의사가 환자의 이야기 곧 상담 내용을 그렇게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는가였다. 워낙 여러 기사에서 그렇게 다루어져 설마 의사가 환자의 정보를 공개했을까 하는 궁금한 마음에 자세한 내용을 찾아보니 의사의 해명 글이 올라와 있었다.

의사의 이야기로는 그 사람을 진료 중에 환자로 만난 것이 아니라 식사 자리에서 사적으로 나누었던 이야기라고 했다. 그리고 평소부터 의사-환자 관계가 아닌 인간적으로 매우 친한 관계라고 했다. 자세한 상황을 듣고 보니 그 의사 입장에서는 여러 신문에서 마치 의사가 환자 상담 내용을 공개했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 `아, 의사는 늘 말 한 마디라도 더욱 신중을 기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가볍게 적은 글조차 의사는 의사라는 직업으로 인해 그 글이 어떤 의미를 담게 되고 파급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의사의 글이 논란이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기본적으로 의사는 환자 비밀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 때문이다. 물론 이 문제는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되었던 문제이기는 하다. 그러나 특히 요즘 들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의사들이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고 트위터나 페이스 북 등 개인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환자에 대한 정보가 무의식중에 유출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자신이 진료했던 환자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일기나 메모장 같은 개인 미디어에는 일기를 쓰듯이 쉽게 올리는 것이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누구에게 전달하려고 쓴 것이 아니라 일기 형식으로 부담 없이 올린 경우가 많아서 나중에 그 글이 문제가 되면 본인 스스로가 놀라는 경우도 많다.

의사의 환자 비밀보호 의무는 구체적으로 의사가 진료 중 알게 된 환자의 비밀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나는 환자가 나에게 알려준 모든 것에 대하여 비밀을 지키겠노라”고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도 나와 있을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대한의사협회의 `의사윤리강령', `의사윤리선언', `의사윤리지침' 등에서도 모두 환자의 비밀 보호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또 필자가 찾아 본 바로는 `의료법'에서도 `비밀누설 금지'조항이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일 천 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한다. 의료법 제19조(비밀누설의 금지)에는 의료인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에서 특히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의료·조산 또는 간호에 있어서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고 나와 있다.

이처럼 의사가 환자의 비밀을 보호하는 것은 의사협회나 의료법에서도 강조하고 있을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러한 부분이 쉽게 간과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어떤 병원에서는 수술 상담을 하며 환자에게 “지금 ○○드라마에 나오는 탤런트 ○○○씨, 눈 너무 예쁘죠? 내가 쌍꺼풀 수술해줬어요.”식으로 의사의 실력을 강조하는 가운데 유명인의 수술 유무를 밝히는 경우도 있고 우리 병원이 유명 인사들이 찾는 병원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정치인이나 기업 회장들이 다녀간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러한 환자의 비밀 유지는 간호사들에게도 당연히 요구되는 부분이다. 더욱이 간호사들은 간호사들끼리 이야기하는 가운데 환자 정보가 쉽게 흘러나갈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환자의 진료 기록이나 사적인 정보 보호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언젠가 필자의 지인 분이 한 유명 병원 클리닉에서 관리를 받으시다가 간호사끼리 옆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리고는 `아휴, 앞으로 진료 받을 때 가급적 사적인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겠다.'라고 다짐하셨다고 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간호사들이 어떤 특정 환자의 사생활에 대해 아주 흥미롭게 이야기를 펼치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간호사들이 `어머, 정말?' `○○○했던 그 환자?'를 연발하는 가운데 환자의 특징들을 듣고 지인 분 역시 `아, 그 환자!'라며 몇 번 마주친 경험이 있는 한 환자가 떠올랐다고 했다. 곧 간호사들은 환자 이름만 밝히지 않으면 다른 환자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며 환자의 이야기를 수다에 올릴 수 있지만 환자들도 다 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간호사끼리 대화를 나누더라도 환자의 개인 정보를 소재로 삼는 것은 삼가야 한다. 의사나 간호사도 언젠가는 다른 병원에서 치료 받는 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환자를 존중하고 사적인 정보를 보호해줘야 한다.


환자 개인정보는 무의식중에서라도 발설되선 안될만큼 매우 중요
학회 발표·홍보시 허락없이 환자 사진 사용은 명백한 초삼권 침해
접수 문진 및 개방된 진료·치료실에선 사생활 보호 더 신경써야



몇 달 전 서울의 한 안과에서 유명 탤런트를 포함한 몇몇 방송인들이 자신의 병원에서 라식 수술을 받았다고 그 사람들의 사진을 병원 홈페이지에 무단으로 올렸다가 소송에 걸린 적이 있다. 특히 사진이 올라갔던 사람들 이야기로는 그 병원에서 수술조차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물론 당사자가 아닌 이상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수술 유무를 떠나 의사는 기본적으로 환자 동의 없이는 절대 환자의 정보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만약 의사의 뛰어난 수술 실력을 알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환자의 수술 후 모습을 공개해야 한다면 사전에 환자에게 수술 후 모습을 병원 광고에 이용하겠다고 반드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처음부터 그에 부응하는 혜택(예: 무료 수술이나 비용 할인)을 준다면 환자들 중에는 흔쾌히 사진을 허락하는 환자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환자 본인 승낙이 있는 경우에는 의사의 비밀누설 의무가 제외된다. 그러므로 단순히 우리병원 환자라고 해서 혹은 환자 수술이 성공적으로 되어 환자가 의사에게 고마워한다고 해서 환자의 사진을 허락 없이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환자 초상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참고로 의사가 환자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경우는 환자 본인 승낙이 있거나 전염병과 같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밝혀야 할 경우(비밀 보호에 의한 환자의 이익과 다른 사람에의 감염의 위험성을 비교하여 다른 사람의 건강권이 더 크다고 보일 때), 평등권에 기한 비밀유지의무와 고지의무, 의사가 법원에 증인으로 소환되어 환자의 비밀에 관하여 신문을 받아 답변할 경우(환자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비교 교량해서 발언을 결정한다고 함) 정도다. 곧 대다수의 경우에는 환자가 했던 이야기나 진료 기록, 환자의 개인 정보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정보화 시대인 만큼 개인 정보 보호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대다. 병원에서 진료(수술) 받은 환자 입장에서 볼 때 본인 허락 없이 본인이 수술 받은 비뇨기과 게시판이나 카페, 병원 홍보물, 학회발표 등에 본인 사진이 쓰이는 것은 그야말로 기막힌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아무리 의사와 친한 환자, 의사가 수술을 성공적으로 잘 해준 환자라고 할지라도 동의 없이 초상권을 침해하는 일은 없도록 주의하자.

환자의 개인정보는 아주 사소한 곳에서 유출되는 경우가 많다. 병원 접수 데스크에서 환자에게 부부관계를 비롯해 이런저런 개인 정보를 묻는다거나 진료실 문이 열린 상태에서 환자의 사적인 정보를 묻는 바람에 진료 실 바로 앞 대기실에 있는 사람들이 다 같이 그 이야기를 공유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다. 환자 입장에서는 당장이라도 진료실 문을 닫고 싶지만 마음대로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인 만큼 그런 부분은 의사 혹은 간호사가 먼저 배려해주어야 한다.
 
이외 에도 주사실 문이 반쯤 열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상태에서 환자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에 주사를 놓는다거나 진찰을 위해 다른 환자나 보호자들이 볼 수 있는 곳에서 환자의 옷을 들어 올리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특히 요즘은 피부나 비만 관리, 물리치료 등을 개방된 공간에서 시술하는 경우도 많은데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가 치료를 받으며 아플까봐 환자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환자의 사적인 이야기를 묻는 것이지만 그 환자 바로 옆에 누워있는 환자들은 그 이야기를 귀를 세우고 듣고 있다는 것을.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는 병원에 속한 공적인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들 역시 자신의 개인 정보를 믿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것이리라. 그러므로 환자의 이야기를 개인 대화 주제로 삼는 것은 반드시 지양하자. 지금도 잘 하고 계시겠지만 이 번 한 주는 환자의 개인 정보 보호에 조금만 더 신경 쓰는 의사가 되길 바란다.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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