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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외과병리, 임상병리학자 그리고 법의학자 - 최 동
첫 외과병리, 임상병리학자 그리고 법의학자 - 최 동
  • 의사신문
  • 승인 2011.05.2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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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의학 적극 도입·국내 법의학 초석 마련 진력

최동(崔棟)
최동(崔棟)은 1898년 서울에서 출생, 개화파인 부친을 따라 일본 동경으로 이사하여 그곳에서 소학교를 졸업하고, 도산 안창호를 보좌하였던 부친(正益)(大韓人國民會 총회장, 新韓民報 주필)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1915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 입학하였다.

1916년 미국에서 당시 세브란스의학교 교장이던 에비슨(Avison)을 만나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귀국하여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였다. 1921년 세브란스를 졸업한 후 중국 북경 협화의과대학에 유학하여 한국인 최초로 기생충학을 전공하였다. 귀국 후 1925년부터 세브란스의 기생충학 강의를 담당하면서 병원의 임상병리검사실을 책임지게 되었다.

1926년 에비슨 교장의 주선으로 캐나다 토론토대학병원에서 병리학을 2년간 연구하고 모교 병리학교실로 돌아와 교수가 되었다. 이후 1929년경부터 현재의 해부병리와 임상병리에 관한 논문을 활발하게 발표하였는데 특히 각종 인체 암에 관한 병리조직학적 연구, 부검을 통한 질병의 진단, 기생충의 연구 등이 주종을 이루었다. 특기할 일은 1929년부터 세브란스병원 환자를 대상으로 우리나라 사람에 발생하는 각종 암에 대한 조직학적 검사를 통해 병리학적 진단을 하고 수행하였다는 사실이다. 그 뿐 아니라 그의 논문에는 기생충검사는 물론 혈액검사를 대상으로 한 것도 있는 것으로 미루어, 당시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의 기초병리학교실은 윤일선이 주관하면서 실험병리학과 교육을 담당하고, 세브란스병원의 병리(임상병리)는 이와 분리되어 최동이 담당하였던 것 같다.

이것은 당시 일본 제도에서 병원 검체를 임상 각과에서 처리하였던 제도와는 사뭇 다른 것으로 오늘날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 나라 대부분의 병원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이다. 따라서 오로지 병원병리 업무에만 진력한 병리학 교수라는 점에서 그를 우리나라 최초의 병원병리학(임상병리학)전문가 라고 할 수 있다. 1933년 영문으로 발표한 우리나라 종양에 대한 연구는 비록 그 사례가 740례에 불과하고 대상 병원이 세브란스병원과 전국에 있는 선교병원 중 일부에 국한 되었으나 신체 각 부위에서 발생한 각종 종양이 망라된 것은 오늘날의 암등록사업에 비견할 만하다.

1932년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 재단이사가 된 최동은 학교일에 관여하게 되면서 법의학(法醫學)의 필요성을 절감하였고, 학교의 필요에 따라 1934년부터 2년간 일본 도후쿠(東北)대학에서 법의학을 공부하고 기아사(飢餓死)에 관한 연구로 의학박사 학위를 수여받았다. 귀국 후, 법의학 강의를 담당하였다. 당시 일제하에서 법의학은 의학교육에서 중요한 교과목이었고, 모두 일본인 교수가 담당하고 있었다. 그는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에서 첫 번째 한국인 법의학 교수가 되었다.

이후 그는 우리나라 역사와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애국정신을 구두 혹은 지면을 통해 발표하였으며, 일제가 패망하고 미군정이 들어서자 그는 제4대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 교장으로 취임하여 의학전문학교를 세브란스의과대학으로 승격시키고 예과를 설치하는 등 학사운영에 진력하였다. 또 광복 후 1947년 대한의사학회(大韓醫史學會)의 창립에도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한편 1951년에는 한미문화협회(韓美文化協會)회장을 맡는 등 사회활동도 활발하였다. 1973년 78세로 별세하였다.

최동은 구한말 격동기에 이 땅에 태어나 일제 식민치하에서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내고 어려운 시대상황에서도 선진의학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우리나라 초기 의학교육의 정착과 질적 향상에 힘썼고 또 실제 임상적용에 진력한 의학의 선구자이다.

아들 최선학(연세의대 1945년 졸업)이 미국에서 병리학을 전공하였다.

집필: 지제근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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