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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현악사중주 제17번 Bb장조 작품번호 458〈사냥〉 
모차르트 현악사중주 제17번 Bb장조 작품번호 458〈사냥〉 
  • 의사신문
  • 승인 2011.05.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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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풍 선율 인상적…하이든에 헌정한 작품

고전주의 음악의 두 거장 하이든과 모차르트는 비록 하이든이 24살 많지만 세대를 초월하여 서로 깊이 존경하며 우정을 나눴다. 하이든은 일찍이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간파하고 그의 아버지 레오폴드 모차르트에게 보낸 편지에 `신께 맹세컨대 당신의 아드님은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 중 가장 위대한 작곡가입니다'라고 썼다.

모차르트가 말년에 경제적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하이든은 “모차르트와 같은 작곡가가 궁정에 안정된 지위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랄 일입니다. 내가 흥분하고 있다면 용서해주십시오. 아무래도 제가 그를 너무 사랑하나 봅니다.”라며 오페라 작곡의뢰를 모차르트에게 넘겨주길 요청하기도 하였다.

두 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현악사중주만큼 고전주의 음악의 순수하면서 단아한 아름다운 음악을 잘 표현한 장르도 없다.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하이든과 모차르트는 다양한 구성의 현악사중주를 선보였다. 하이든은 83개, 모차르트는 23개의 현악사중주를 남겼다. 역시 현악사중주 장르에서 그들의 친밀한 교류는 여실히 드러나는데 모차르트가 작곡한 〈하이든 사중주〉라 불리는 여섯 곡의 현악사중주는 그가 하이든으로부터 직접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하이든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모차르트가 이 작품집을 작곡할 당시 모델로 삼은 작품은 하이든의 〈러시아 사중주〉이다. 이 작품 역시 여섯 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러시아의 대공 파벨 페트로비치에게 헌정되어 〈러시아 사중주〉라는 별명이 붙었으며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현악사중주의 새로운 구성과 형식을 선보인 걸작이다.

모차르트는 평소 거침없이 쉽게 작곡하는 음악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1782년부터 4년에 걸쳐 이 작품을 작곡하는 동안 모차르트는 예전에 없이 작곡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증거로 현악사중주 자필 악보에 나타난 수없이 많은 수정의 흔적들이 남겨져 있다. 모차르트는 여섯 곡의 현악사중주를 작곡할 당시 대작곡가 하이든을 의식하였고 이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 하이든에게 헌정하게 된다. 그 헌정 서문에는 `오랜 시간 동안의 힘든 노작의 결실'이라고 적고 있다. 이러한 노력덕분에 〈하이든 현악사중주〉 여섯 곡은 모차르트의 현악사중주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아서 음악학자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은 이 작품을 가리켜 “모차르트가 완전한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하이든 현악사중주〉에 속한 곡은 작품 465 〈불협화음〉, 작품 458 〈사냥〉 그리고 작품 387, 421, 428, 464 등 6곡이 있다. 그 중에서 〈사냥〉은 가장 널리 알려진 곡으로 여섯 곡 중에서 하이든의 현악사중주를 가장 많이 닮았다. 밝은 분위기와 민요풍의 주제로 매우 인상적이고 그 형식미가 명확하여 이 작품을 돋보이게 한다.

△제1악장 Allegro vivace assai 도입부의 선율이 마치 사냥을 떠날 때 부는 호른의 팡파르와 같아서 〈사냥〉이라 불리지만 이는 모차르트의 생각은 아니었다. 두 대의 바이올린이 만들어내는 화음과 멜로디는 거친 숲속에서 짐승을 쫓는 사냥 장면을 연상시키기보다는 아름답고 우아하게 장식된 귀족 살롱의 분위기에 더 잘 어울린다. 이어지는 네 대의 현악이 빚어내는 경쾌하면서 명랑한 느낌의 제2주제는 고전적인 우아함을 더하고 있다.

△제2악장 Moderato 프랑스궁의 로코코풍의 우아함이 물씬 풍기는 미뉴에트는 음악적인 흥미를 이끌어내고 있다. △제3악장 Adagio 진지하면서도 심각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마치 베토벤의 현악사중주를 연상케 한다. 중간부위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맥박 같은 짧은 박자의 리듬은 이 진중한 음악에 실험적인 추진력을 불어넣어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제4악장 Allegro assai 하이든 현악사중주의 주제와 비슷한 분위기로 전개되면서 인상적인 오스트리아 민요풍의 선율은 소박하면서도 명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악장에서 모차르트는 의식적으로 하이든에 대한 추억을 그리고 있으며 모차르트 특유의 유머를 보여주고 있다.

■ 들을만한 음반 : 알반 베르크 사중주단(Teldec, 1972); 아마데우스 사중주단(DG, 1963); 스메타나 사중주단(Supraphon, 1980); 멜로스 사중주단(DG, 1976); 하겐 사중주단(DG, 1998)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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