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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의 차들 <3>
벤츠의 차들 <3>
  • 의사신문
  • 승인 2011.05.2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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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벤츠의 시작 W114와 혁신의 W123

벤츠의 핀테일 다음 중요한 차종은 E 클래스의 선조라고 할 수 있는 W114와 W115였다. S클래스에 해당하는 차종은 W108이었다. W114와 W115는 1968년 발표됐는데 사진에 나오는 디자인이다.

지금의 관점에서 본다면 별로 시답지 않겠지만 당시로서는 다른 차들이 벤치마킹해야 할 정도로 뛰어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1968년이 되어서야 벤츠는 다른 차체에서 파생되지 않은 벤츠만의 차체를 만들어 낼 수 있었고 벤츠의 디자인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 차체는 1980년대 중반에 멀티링크를 사용한 차체가 나올 때까지 벤츠 차체의 중심적인 모델이었다. 전륜은 볼조인트이고 후륜은 세미트레일링암 방식의 차체다. 20년 이상 벤츠의 차체는 사이즈나 디자인은 달라도 기본적인 원형은 변하지 않았다. 중요한 엔진들의 원형들도 W114와 W115에 얹혀져 실전에 투입됐다.

W114와 W115은 1976년까지 생산됐고 벤츠의 위상은 점차 더 높아졌다. 이 기간 동안 190만대 가량이 생산됐다. 중간사이즈의 벤츠로서 실용적이고 튼튼하며 다른 차들과 비교했을 때 충분히 기를 죽일 수 있을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했지만 벤츠를 사려는 사람은 언제나 존재했다(더 큰 차종이며 S클래스의 원형이 되는 비슷한 시기의 W116과 W108의 생산댓수는 이보다 훨씬 작다). 198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다른 차종들과 차별화되기 위해 연구비를 퍼부은 W124와 W140이 나왔다.

벤츠의 고유한 디자인은 Paul Bracq가 주도했다. 브라크는 자신을 MASTER COACH BUILDER, SCULPTOR, PAINTER 라고 적고 있다. 브라크는 21살 때인 1954년부터 벤츠와 작업을 시작했고 24살이 되자 벤츠의 수석디자이너가 됐다. 1967년까지 벤츠에 남아 많은 일러스트와 디자인을 남겼다. 페라리를 피닌파리나 같은 코치빌더가 도와주었다면 브라크는 벤츠를 위해 일해 준 셈이다.

W114와 6실린더 엔진의 차종으로 배기량에 따라 230, 250, 280이 있었고 W115는 200, 220, 230, 240으로 나뉘었다. 요즘처럼 E 클래스로 부르고 E나 S 다음에 배기량을 적는 관습은 한참 나중에야 나온다. 벤츠는 이 엔진 시리즈의 일부에 인젝터 방식을 도입했고 소비자들에게도 어필했다. 인젝터 방식은 보시의 제품으로 다른 차들보다 한참 앞서가는 방식이었다. 20년 정도를 기다려야 인젝터 방식 차들이 대중화 된다.

W114와 W115의 다음 차종은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W123〈사진〉이다. W123은 1976년부터 1986년까지 2백60만대가 생산되었고 역시 벤츠의 가장 중요한 모델이었다. 240D나 280E, 280CE 같은 배기량과 특징코드를 조합한 명명법을 갖고 있었고 뒤의 코드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었다. C는 쿠페 방식, Lang은 롱휠베이스, T는 왜건, D는 디젤 그리고 E는 Einspritzung으로 연료 분사 방식이라는 의미였다. 1950년대에 일부 차종에 E가 사용됐다. 그러다가 1985년 W124 의 차종이 나오면서 E230 같은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이조차도 통일되지 않았다. 1993년이 되어서야 E220 같은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고 한 차종을 대표하는 이름이 됐다. 여기서 E는 인젝터방식엔진(Einspritzmotor)라는 뜻이지만 90년대가 되면 인젝터를 장착하지 않은 차가 더 드물게 되었다. 그러니 E클래스의 E는 특별한 의미가 없으면서도 대표 차종을 대표하게 된 셈이다(이에 비해 S클래스는 `special class'를 의미하는 `Sonderklasse'에서 나왔다).

1985년까지 생산된 W123의 출력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2.0l의 경우 90에서 110마력 사이였고 같은 배기량 디젤 엔진의 출력은 50마력대였다. 3.0l 디젤이라고 해야 80마력대였다(같은 형식의 엔진이 무소나 코란도에 탑재되어 우리나라에서도 돌아다니고 있다).

W123의 인기는 새로운 디자인과 나름대로의 혁신적인 안전성으로 인해 절정에 달했다. 주문을 넣고 12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주문이 밀렸다. 커다란 범퍼와 둥근 일체형 헤드라이트가 달린 W123은 디자인도 좋았고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다.

80년대가 되자 ABS와 충격시 운전자를 보호하는 스티어링 컬럼을 도입하기도 했다. 안전벨트의 프리텐셔너도 도입되었다. 사실 W123의 중요성은 요즘차들에 장착된 모든 장치들의 도입이라고 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사람들이 워낙 선호한 탓에 벤츠는 여러 가지 옵션을 부여해 볼 수 있었다. 요즘은 당연한 아이템들이지만 당시로서는 과연 꼭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던 주제였다 : 파워 윈도우, 센트럴 LOCK, 선루프, 에어컨과 공조, 헤드램프 와이퍼, 크루즈 콘트롤, 파워스티어링, 시트히팅, 배기가스제어와 배기가스 촉매장치.

W123은 사실 너무 튼튼했기 때문에 고장도 적었고 부품이 비싼 것을 감안해도 유지비가 적었기 때문에 택시로도 많이 사용되었다. 요즘도 많은 숫자가 돌아다닌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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