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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환자를 원하세요…그러면 먼저 베풀어 보세요
충성환자를 원하세요…그러면 먼저 베풀어 보세요
  • 의사신문
  • 승인 2011.05.19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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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17〉

우리병원 환자 충성환자 만들기

대한의사협회 의협신문이 전국 의협 회원 1057명을 대상으로 `의료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10.5%는 1주일에 한번 정도, 6.5%는 거의 매일 딴 분야로의 진출을 생각한다고 밝혔다. 17%의 응답자들은 의사를 그만 두는 문제로 자주 고민하고 있는 셈이며 우리나라 대표 전문직인 의사들이 개업을 기피하거나 다른 일을 알아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토록 힘든 공부를 마치고 수련 과정을 거쳐 의사가 되었는데 왜 그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것일까. 다른 것은 몰라도 분명 과거보다 전반적으로 의사들이 많이 힘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긴 그렇다. 의료 시장이 치열한 경쟁 구도에 들어서면서 잘 되는 병원은 잘 되고 안 되는 병원은 안 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니 의사들이 개원을 기피하거나 다른 분야로의 진출을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같은 상황이라도 관점을 바꿔 생각해보면 좀 더 희망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곧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안 되는 병원도 있지만 분명 잘 되는 병원도 있다는 것. 그러므로 안 되는 병원, 힘든 원장님들을 바라보면 개원을 기피하고 의사직에 회의를 느끼기 보다는 잘 되는 병원, 행복한 원장님들을 바라보면 좋은 점을 배워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잘 되는 병원, 행복한 원장님들의 성공 비법은 무엇인가.

언젠가 한 TV 프로그램에서 인간의 심리에 대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어떤 사람이 건물 입구 유리문을 밀고 들어오면서 따라 들어오는 뒷사람까지 들어올 수 있도록 배려 있게 문을 잡아주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그 다음에 이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차이였다. 그 사람이 유리문을 밀고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들고 있던 서류 뭉치를 바닥에 떨어뜨렸을 경우에 과연 이 사람이 문을 잡아주었던 사람들과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의 반응(행동)에 차이가 있는지를 본 것이다.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실험해 본 결과, 그 사람이 문을 잡아주었던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그 사람이 서류를 떨어뜨렸을 때 함께 주워 주었다. 반면 문을 잡아주지 않았던 사람들은 아주 일부만이 바닥에 흩어져있는 서류를 함께 주워주었다. 실험을 마치고 실제 전자와 후자의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해 보니 이 사람이 문을 잡아주었던 사람들은 “저 사람이 먼저 내가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잡아주며 친절을 베풀었기에 고마운 마음이 들어 나도 서류를 주워 주었다.”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반면 문을 잡아주지 않았던 사람들은 “서류를 떨어뜨린 것은 봤으나 나도 바빠서 주워줄 시간이 없었다.” “잘 모르는 사람이라서 주워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이 서류를 떨어뜨린 것도 잘 몰랐다”등 내가 굳이 왜 남이 떨어뜨린 서류를 주워주어야 하는지와 상대에 대한 무관심 등이 그냥 지나친 이유였다. 참고로 이 사람이 문을 잡아주지 않았음에도 함께 서류를 주워주었던 소수의 사람들은 “서류가 바닥에 흩어져 있어 혼자 줍기 힘들 것 같아 도와주었다.”라는 선한 마음을 갖고 도와준 사람들이었다.

이 실험은 바로 인간의 심리적 특성 중 하나인 호혜(互惠)성에 관한 실험이다. 곧 상대가 나에게 준만큼 나도 그에 보답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이러한 호혜성이 빛을 발한다. 실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모바일 소셜 미디어에서 유력자(influentials)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트위터 이용자의 호혜성 수준(11%)에 비해 한국인 트위터 이용자들의 호혜성 수준은 80.6%로 아주 높다고 한다. 이는 트위터 이용자가 멘션을 보냈을 때 상대방으로부터 다시 멘션을 돌려받을 확률이 80%에 달한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호혜성 수준 매우 높은편이라 감성 마케팅 효과 커
환자에게 먼저 베풀고 친절하게 대하면 존경·신뢰로 돌아와
정성스런 촉진으로 환자 아픔 함께 나누는 진료 시작해 보길



최근 국내 유수의 병원들이 환자의 마음을 인간적으로 감동시키는 감성 커뮤니케이션(emotional communication)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것은 고객(환자)의 기분과 정서에 영향을 미치는 감성적 동인을 통해 브랜드(병원)와 고객(환자) 간의 유대 관계를 강화하는 감성 마케팅(emotional marketing)과 연결된다. 곧 우리병원을 찾는 환자와 마음을 교류하여 그 마음을 움직이고 충성환자로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감성의 활용은 브랜드 이미지를 차별화하고 브랜드 충성도(brand loyalty)를 강화할 수 있는 핵심적인 방법이기에 아주 효과적이다. 과거 초코파이 광고에서 `정'(情)을 강조하며 인간애를 강조하거나 보일러 광고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여보, 아버님 방에 보일러 하나 놔드려야겠어요.”라고 이야기하는 것 등은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상품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어떤 병원에서는 1년에 한 번 의사가 자신을 낮추고 환자를 섬기는 마음으로 환자의 발을 직접 씻겨주는 `세족식'을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 역시 강의를 하며 신참 의사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환자에게 먼저 베풀라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환자가 의사에게 고마움을 느끼면 그 다음 진료가 훨씬 쉬워지기 때문이다. 흔히 호혜성의 법칙을 “주어라, 그러면 받으리라. 미소를 원하면 미소를 주어라. 사랑을 원하면 사랑을 주어라. 이해를 원하면 이해를 주어라.”로 설명한다. 그것은 내가 받고자 한다면 그 만큼 먼저 베풀라는 것이다. 의사 역시 환자를 말 잘 듣는 환자, 충성환자로 만들고 싶다면 환자에게 먼저 베풀어야 한다는 것. 환자의 마음을 감동시킨다면 환자는 그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되돌려 준다. 그런 면에서 병원 진료실은 커뮤니케이션 목적만 다를 뿐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앞서 밝힌 TV 실험에서처럼 상대가 나에게 먼저 잘해주면 나 역시 상대에게 잘해주고 싶은 것이 공통된 사람 마음이며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모습이다. 물론 환자에게 먼저 베풀고 친절히 잘해주는 의사는 환자들에게 존경 받는다. 그리고 환자들에게 존경받는 의사, 충성환자가 많은 의사는 진료가 즐겁고 의사직에 긍지와 자부심을 갖을 확률이 크다. 결국 환자에게 베푼 만큼 의사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의사 환자 간의 불신의 벽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환자들이 불신하는 의사는 의사 역시 환자를 무시하거나 환자 입장에서 무언가 섭섭한 마음이 들게 행동하는 경우다. 다시 말해 의사직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그 직을 맡고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가장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의과대학에 진학하고 있고 자녀를 의대에 입학시킨 부모들은 다른 학부모들의 부러움을 산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의사'라는 직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의사라는 직업은 분명 다른 직업과는 다른 특별한 직업이다. 필자가 아는 어떤 원장님은 그 병원 건너편에 있는 고기집 주인이 자신보다 몇 배로 돈을 잘 번다며 회의를 느낀다고 토로하지만 그것은 의사라는 직업의 숭고한 가치를 잠시 간과한 것이다. 의사직은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직업이다.

언젠가 의대 교수를 역임하고 개원 후에도 그 분야 권위자로 활동하고 있는 개원 원장님의 기사를 신문에서 접한 적이 있다. 제목은 `끝까지 정성을 실천하는 미친 의사'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그 원장님이 지난 30년을 넘게 지켜온 철학이 `정성'이란 단어 하나로 집약된다는 것이다. 의술은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위해 정성껏 쓰여 져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부촌이 아닌 봉천동에서 개원하여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다.

“약하고 가난한 사람이 병에 걸리면 금전적으로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훨씬 더 힘들어 합니다. 치료비 부담 때문에 마음의 병이 더 깊어지거든요. 의사로서 마음이 늘 편하지 않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그런 고통을 덜어주고 싶어요. 그것이 평생 제가 할 일이죠.”

그래서 그 원장님은 첫 주사는 본인이 직접 놓으며 환자들과 체온을 나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입원 환자들에게 정맥주사를 놓는 일은 간호사나 인턴의 일이지만 직접 주사를 놓으며 병원에서 겪는 첫 아픔을 함께 한다는 정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다른 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이 주사를 놓는데 의사가 직접 주사를 놓으니 처음에는 환자들이 다소 의아해하지만 체온이 닿아서 의사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 환자에게 물질로 보상을 해주는 것만이 베푸는 것은 아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베푸는 것은 환자 입장을 이해하며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고 시간이 되면 혈압이라도 의사가 직접 재주면서 환자를 베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한 모습을 보일 때 환자는 저절로 우리병원 충성환자가 된다.

이번 한 주는 우리병원 진료실에서 이러한 호혜성의 법칙을 적극 실천해보길 바란다.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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