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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인정한 자랑스런 우리 문화유산에 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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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신문
  • 승인 2011.05.1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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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성 성북구의사회 회장 - 화려한 외출(종묘 제례·제례악)

노순성 회장
한국의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10곳의 답사와 연구를 마치고, 무형문화유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며칠 전 문화재 전문가 친구 고동준 회장으로부터 지난 1일(일) 오전 10시부터 종묘 영녕전(永寧殿, 보물 821호)에서, 오후 2시부터는 종묘정전(正殿, 국보 227호)에서 거행되는 세계문화유산 지정 10주년기념 종묘대제(宗廟大祭)에 참석하자는 연락이 왔다.

지하철 종3역에서 미리 약속한 누이부부와 만났다. 걸어서 종묘공원 느티나무숲 터널을 통과하고 종묘(사적 125호)의 정문인 외대문(外大門=蒼葉門)을 통과하여 조상에게 향을 올린다는 뜻으로 향나무가 심어진 연못 3곳을 지나면 곧게 뻗은 신로(神路)와 잘 다져진 비포장도로 양변에 죽 줄지어선 수양버들처럼 늘어진 귀룽나무(장미과)에서 하얀 꽃비가 끊임없이 우수수 쏟아져 내린다.

연건평 5만6000평의 종묘에 화재 위험 때문에 소나무는 모두 베어버리고 7760그루의 각종 수목(樹木)을 심었다. 높이 2∼30m의 울창한 잣나무(1600그루), 갈참나무(800그루), 주목나무, 밤나무, 물푸레나무, 층층나무, 호두나무, 뽕나무, 은행나무, 엄나무, 잣나무, 호두나무, 쉬땅나무, 단풍나무, 때죽나무, 팥배나무, 싸리나무, 동백나무, 살구나무, 벚나무, 앵두나무가 파릇파릇 연초록 잎이 무성해지고, 라일락·진달래·철쭉과 때늦은 개나리가 만개하고 뒤뜰에는 맥문동·구름조개풀 등 보랏빛 꽃들이 층층 숲을 이루며, 박새·청딱따구리가 지저귀고, 까치·비둘기가 날고 다람쥐, 청설모가 뛰놀고 있었다.

숲은 속(俗)과 성(聖)을 나누고 종묘의 신성(神聖)을 유지한다. 종묘 숲은 王室(왕실)의 신림(神林)이자 국가산림이었고 600년이 지난 지금은 서울의 허파역할을 하고 있다. 종묘는 음기가 너무 강하다며 역대 대통령 중 꽃을 심으라는 그분의 지시에 따라 꽃나무를 심게 되었다고 한다. 싱그러운 수목과 꽃, 야생화를 감상하면서 친구로부터 종묘의 역사, 건물배치와 부속건물의 기능, 건축학적 특징과 의미, 3개의 연못, 신문(神門)과 신로(神路), 월대(상·하), 신실출입문, 협실, 신실(神室=감실), 닫집, 주렴, 신주장(神主欌), 신위(神位) 등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들었다.

왕과 비의 장례식, 왕과 비가 죽은 후 3번에 걸쳐 9겹, 19겹, 90겹의 수의를 입히는 절차며, 동빙고의 얼음을 가져다 냉동영안실을 만들어 5개월 장례기간동안 시신을 상하지 않게 보관한 일이며 종묘제례의 제례준비, 어가행렬, 제례순서, 제례에 참여하는 16가지 직책(齋官)의 사람들, 제기와 음식에 대해 계속 설명을 들었다. 종묘대제는 향불을 피우고 술을 바닥에 붓고 혼과 백(魂魄)을 불러 폐백을 올리고, 익힌 소·양·돼지고기를 올리고 잔을 세 번 올리는 동안 관현악타악기(樂), 노래(歌), 춤(舞)으로 구성된 종묘제례악(祭禮樂)은 文과 武의 상징인 일무(佾舞)를 추고 신전(神殿) 대뜰 위와 아래에서 연주하는 합주단인 등가(登歌)와 헌가(軒架)를 번갈아 연주한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신악(新樂)인 보태평지악 연주와 보태평지무(保太平之舞, 文舞) 춤을 추고, 풍안지악(之樂), 정대업지악과 지무(定大業之舞, 武舞)가 진행된다. 음복례(제사에 쓰인 술과 음식을 먹고 마시는 의식) 후 제향에 쓰인 폐백과 축문을 태우고 송신례(送神禮)를 끝으로 대제(大際)가 마무리된다. 종묘제례에 동원되는 타악기는 박(拍)·축(?)·어(쵅)·편경(編磬), 편종(編鍾), 절고(節鼓), 진고(晉鼓), 특경(特磬), 특종(特種) 등이 있다.

박달나무 여섯 조각을 한쪽에 구멍을 뚫어 한데 묶어 만든 박(拍), 네모난 나무통 뒤에 구멍을 뚫어 나무방망이로 내리치는 축(?), 호랑이를 본뜬 모양의 등줄기에 톱날처럼 생긴 톱니가 달린 어(쵅), `ㄱ'자 모양의 돌 16개를 두 단으로 된 나무틀에 메달아 놓고 치는 편경(編磬), 네모난 받침대 위에 북을 비스듬히 놓고 치는 큰북으로 절고(節鼓), 진고(晉鼓). 큰 돌 하나만 따로 틀에 메달아 놓고 치는 특경(特磬), 큰 종 하나만 따로 틀에 메달아 치는 특종(特鐘) 등 독특한 모양의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여 수준 높은 음악을 연주하였다. 500∼600년전 우리 선조들이 개발한 다양한 궁중 관현악기 이외에도 다양 독특한 타악기를 사용하여 오케스트라를 구성하여 연주했다는데 감탄과 긍지를 느낀다.

고려 初에 설립된 음악담당관청인 장악원에 있던 의궤(儀軌)와 악보를 1493년(성종 24년)에 교정해서 편찬한 악학궤범에 기록되어 현재까지 전수되는 것이다.

종묘제례악은 기악연주와 노래·춤이 어우러진 궁중음악의 정수로서, 1964년 중요무형 문화재 제1호로 지정되었고, 2001년 종묘제례와 더불어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 으로 선정 등재되었다. 이날 종묘제례악 단원들은 대부분 국악고등학생과 국립국악원 소속이다.

종묘(종로3가)는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神位)를 모셔 제사 지내는 국가 최고의 사당이다.

1395년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한양(고려의 南京의 이궁離宮 터)으로 도읍 후 3년에 걸쳐 북악산 아래 궁궐 경복궁을 짓기로 하고, 유교의 조상숭배 예법에 따라 왼쪽인 동쪽에 종묘를, 오른쪽인 서쪽에 사직단(현재 종로구 사직동 사직공원)을 지었다. 제일 먼저 종묘를 짓고, 다음에 궁실을, 마지막으로 성벽을 쌓아 도성건설을 완성했다. 종묘사직은 조선시대에 국가의 정신적 지주며, 국가의 근본으로 성역화하였다.

사직이라 함은 한국과 중국에서 백성의 복을 위해 제사하는 국토의 신(神)인 사(社)와 곡식의 신(神)인 직을 이르는 말이다. 즉 토지와 곡물을 관장하는 지신(地神)으로 받들어 天子 또는 王이 주제하는 국가적 제사다. 고구려 고국양왕 때 국내에 도입되어 AD. 391년에 사직단을 지었고, 신라는 783년(선덕여왕 4년), 고려는 991년(성종 10년)에 세워 제사를 지냈다.


지난 1일 세계문화유산 지정 10주년 기념 종묘대제에 참석
하얀 꽃비가 내리는 길 지나 종묘제례악의 웅장함에 감탄
조선의 근본·성역이었던 종묘의 숨결 느꼈던 행복한 외출


종묘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은 정전(正殿)과 영녕전(永寧殿)이다. 정전의 신실(神室)19칸에는 태조를 비롯한 역대 王 중 공덕이 큰 왕과 왕비의 신위(神位) 49위를, 영녕전 신실 16칸에는 태조의 조상 4대와 공덕이 적은 왕과 왕비, 추존 왕과 왕비의 신위 34위를 모셨다. 왕위에서 쫓겨난 연산군, 광해군의 신위는 종묘에 모시지 않았고, 폐위되었다가 복위된 단종은 영녕전에 모셨다.

종묘는 제사를 모시는 공간과 제사를 준비하는 공간으로 나뉜다. 제사를 모시는 공간으로는 정전, 영녕전, 공신당(역대 왕들의 공신위패를 모신 사당. 16칸에 신위 83위), 칠사당(토속신앙과 유교사당이 합쳐진 사당)이 있다. 제사를 준비하는 공간으로는 재궁(齋宮, 왕이 머물면서 제사를 올릴 준비를 하는 곳), 향대청(香大廳, 향청과 집사청 : 제사 전날 왕이 내린 향·축문·폐백과 제사 예물을 보관하는 곳), 악공청(제례악을 준비하는 곳), 전사청(典祀廳, 제례를 치를 때 음식을 마련하는 곳) 등이 있다.

종묘의 제사를 모시는 핵심건물인 정전과 영녕전 내부에는 왕과 비의 신주(神主)를 모신 총 35칸의 신실(神室)에 신위(神位) 83위를 모셨다. 신실마다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동당이실(同堂異室)을 만들고, 신실 주위 사방과 천장에 황색 휘장을 둘렀으며, 전면에는 따로 황색 휘장을 쳐서 생전의 침상처럼 꾸몄다.

각 신실 사이에는 발을 내려 뜨려 구획을 나누었고 신실 앞에는 주렴(구슬로 만든 발), 신실 위에는 닫집(구름과 연꽃으로 조각)을 설치하여 천상의 세계를 나타냈다. 신실 중앙 뒤쪽에는 신주장을 만들어 밤나무로 만든 신주를 모셨다.

왕의 신주는 서쪽에 왕비의 신주는 동쪽에 모셨다. 한국의 종묘는 건물과 더불어 제례와 제례악을 600년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건축물 종묘는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2001년에는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중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등재되었다.

유네스코가 만든 `세계유산목록'은 세계 자연·문화·기록유산·인류무형문화유산 등으로 세분되며 250만년 전의 인류의 뼈화석, 구석기시대의 바위그림유적, 피라미드(이집트, 아메리카 대륙 등)와 기독교·불교·힌두교·이슬람교·유태교 등 세계의 종교건축물, 종묘·천단·신사 등 각 민족의 고유신앙 유적, 화려하게 지어진 왕궁과 잘 손질된 정원, 광산도시, 산업시설, 역사도시 그리고 노예무역의 흔적, 아우슈비치 강제수용소 등 어두운 역사의 문화유산도 있다.

세계유산 목록은 세계 187개국 911점(2010년 8월 기준)으로 문화유산 704점, 복합유산 27점, 자연유산 180점이다. 한국은 27점으로 아시아권에서는 중국, 인도, 터키 다음으로 많아 문화강국이며, 특히 세계기록유산의 최다 보유국이다.

한국의 세계유산은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경주 불국사·석굴암, 창덕궁, 경주 역사지구, 수원화성, 고인돌유적(고창·화순·강화), 조선왕릉, 한국의 역사마을(하회·양동), 제주도 화산섬과 용암동굴(만장굴 등 거문오름 용암 동굴계·성산일출봉·한라산·산방산과 용머리해안) 등 10곳이 지정되었다.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은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의궤, 팔만대장경, 직지심체요절, 동의보감 등 7가지다.

한국의 세계무형 문화유산(전세계 84개국 213건)은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 판소리,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남사당,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 등굿), 처용무, 가곡, 대목장(大木匠, 고전건축가), 매사냥 등 11가지 지정되었다.유네스코(UNESCO)는 1946년 창설되어 문맹퇴치와 사상과 지식의 국제적인 교류를 장려하여 세계평화에 기여한다. 한국은 1950년 정식회원국으로 가입하였다.

1960∼70년대부터 지나치게 정치성을 띤다는 비판여론 속에 1983년 미국이 탈퇴, 1984년에 영국이 탈퇴하였다. 지금은 심사기준이 대폭 완화되어 각국에서 요건을 갖추어 신청하면 거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추세라 값어치가 퇴색되어가고 있다.

노순성<성북구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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