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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폐쇄형 질문의 장단점 파악 적절하게 배합
개방형·폐쇄형 질문의 장단점 파악 적절하게 배합
  • 의사신문
  • 승인 2011.05.1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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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 〈15〉 

환자의 지적수준에 맞춰 설명하세요.

과거 KBS TV의 한 건강 프로그램에서 `당뇨병'에 대해 집중 조명한 적이 있었다. 당뇨의 발병 원인부터 합병증, 관리법 등을 다루면서 실제 당뇨 합병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보여주었다.

합병증으로 시력을 상실한 환자, 다리를 절단한 환자, 신장 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 등 당뇨로 고생하고 있는 그 모든 환자들이 이구동성 당뇨가 이렇게 무서운 병인 줄 몰랐다고 자신이 너무 무지했다고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다.

특히 그 중에서도 합병증으로 한 쪽 다리의 무릎 이하를 절단하고 졸지에 장애를 입게 된 건장한 젊은 남자 환자의 절절한 인터뷰가 아직도 생생하다.

“저는 당뇨가 암보다 더 무서운 것 같아요. 흔히 암은 죽는 병, 무서운 병이라고 생각해서 사람들이 암 선고를 받으면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식이요법을 하고 건강관리를 하려고 노력하는데 당뇨는 합병증이 오기 전까지는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으니 관리하기가 힘든 거죠. 이렇게 당뇨가 무서운 병이라는 걸 진작 알았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겠지요”라고 얘기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대다수의 환자들이 무지함 때문에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부분까지 놓친 것은 아닌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곧 자신이 당 수치가 높은 것까지는 알고 있지만 정확히 당뇨가 왜 발병되는 것인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그 합병증이 얼마나 갑작스럽게 그리고 무섭게 오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운동을 하고 식이요법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의사에게 들어서 알고 있을지라도 그것이 당뇨병에 왜 중요한지에 대한 이해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니 운동이나 식이요법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곧 건강하게 살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좋은 음식을 먹는 웰빙(well-being)을 지향하듯이 당뇨관리도 웰빙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필자가 아는 지인 분은 의사가 먹지 말라는 음식은 많은데 그 음식이 왜 좋지 않은지 정확히 설명을 해주지 않아서 그 음식을 먹을 때 마다 `설마 이 음식 먹고 크게 탈나기야 하겠어? 에라 모르겠다'라고 생각하고 그냥 먹는다는 것이다. 그 프로그램에서도 초기 당뇨 진단을 받고 바로 운동을 시작하고 식단을 바꿔 당뇨를 미연에 방지한 환자도 나왔다. 그 환자는 운동을 하면 혈당이 얼마나 많이 내려가는지 또 식이요법을 하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본인 스스로가 내재적 동기를 갖고 당뇨를 관리하게 된 것이었다.

필자가 의사 선생님들께 교육을 하며 “이선생님은 똑똑하고 이해력 빠른 의사들을 교육하니 참 편하겠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설명을 하면 바로 바로 알아듣고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겠냐며 병원에 앉아 진료를 보면 답답하고 무지한 환자들이 너무 많아 힘들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만 볼 수 있을까?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오히려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이해력은 빠른 반면 자신만의 신념이 강하여 설득이 힘든 경우가 많다. 곧 그 아무리 지적 수준이 낮은 환자일지라도 환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쉽게 설명해주면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의사가 의사의 눈높이가 아닌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진료하면 환자도 알아듣는다. 그런 측면에서 환자의 지적수준에 따라 진료 방식을 적절히 바꿀 필요가 있다.

먼저 환자가 지적수준이 낮다면 가능하면 개방형 질문(환자가 자유롭게 답할 수 있는 주관식 질문)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진료 초반에 “어디가 불편하십니까?”식으로 개방형 질문을 던져 환자가 어디가 불편해서 왔는지 정도만 파악한 다음 그 다음부터는 환자가 `네,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폐쇄형 질문으로 던지는 것이 진료의 질이나 환자의 만족도 측면에서 훨씬 높다. 실제 “다른 곳은 불편하지 않으세요?”라고 의사가 개방형 질문을 던지면 지적 수준이 낮은 환자들 중에는 상당수가 또 다른 증상이 있더라도 그 증상이 문제가 되는 증상인지 몰라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곧 `이 증상을 굳이 이야기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그냥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가 생각해서 자유롭게 답하는 개방형 질문 보다는 의사가 환자에게 몇 가지 증상을 구체적으로 물어보면서 그 증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묻는 폐쇄형 질문이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개방형 질문, 환자 특성 파악엔 큰 도움 되나 진료시간 길어져
폐쇄형 질문, 지적수준 낮은 환자에 효과…니즈 파악엔 불리
환자의 수준에 맞춰 개방형·폐쇄형 질문 비율의 적정선 잡아야


흔히 환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개방형 질문이 많을수록 환자의 진료 만족도가 높다고 알고 있지만 지적수준이 낮은 환자들에게는 오히려 자유로운 답변을 요하는 개방형 질문이 심적인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곧 그 모든 환자에게 개방형 질문이 효과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방형 질문은 진료 도입기에 환자의 내원 목적을 알아보기 위해 한 번 정도 사용하고 그 다음에는 의사가 예견되는 병명이나 증상에 맞춰 구체적인 답변을 요하는 폐쇄형 질문으로 진행하다가 마지막 진료 종결기에 “혹시 더 불편하신 곳이나 궁금한 것 있으세요?”식으로 추가적으로 개방형 질문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에 더해 환자에게 답변을 요할 때 역시 의사가 “A, B, C 중에서 무엇이 좋으십니까?” 식으로 미리 선택지를 제시하여 그 안에서 환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물론 지적 수준이 낮은 환자들에게는 저번 칼럼에서 이야기했듯이 의학 전문 용어나 병명, 신체부위(내장기관), 증상, 치료 방법 등은 일상의 적절한 예로 바꿔주거나 최대한 쉽게 풀어 설명해주길 권한다.

반면 지적수준이 높은 환자들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한도 내에서 되도록 개방형 질문을 많이 던지는 것이 환자의 진료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지적 수준이 높은 환자들은 되도록 그들 스스로가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환자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많이 얻어낼 수 있다. 단, 환자가 많은 병원은 상대적으로 진료 시간이 짧아 개방형 질문을 많이 던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 수 있으므로 이들에게는 적절히 개방형 질문과 폐쇄형 질문을 배합하는 것이 좋다. 그렇더라도 너무 `네, 아니오' 라고 짧게 답해야 하는 폐쇄형 질문 보다는 환자가 단답형으로라도 답변 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질 때 적절히 배려할 필요가 있다. 지적수준이 높은 환자는 진료의 양보다 질을 중시한다. 의사가 일방적으로 폐쇄형 질문을 던지고 환자가 `네, 아니오'로 답하는 5분 진료보다 환자가 상대적으로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는 개방형 질문을 던지는 3분 진료가 실제 환자 진료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개방형 질문과 폐쇄형 질문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개방형 질문은 자유로운 환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특성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며 환자의 니즈(needs)를 읽는데 효과적이다. 또 앞서 언급했듯이 지적수준이 높은 환자에게는 환자를 배려하는 느낌을 주어 진료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단점은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필요하며 환자의 지적수준이 낮을 경우에는 답변이 횡설수설하거나 질문에서 묻는 답변이 아닐 수 있다. 또한 경력이 짧은 의사는 환자의 주관적인 의견이나 장황한 설명으로 인해 진단을 내리는 것이 자칫 어려울 수도 있다. 반면 폐쇄형 질문의 장점은 신속하고 증상에 맞춰 구체적으로 질문할 수 있기 때문에 병명을 잡아내기 쉽다는 것. 그러나 의사가 일방적으로 이끄는 진료이기 때문에 환자의 병명은 신속히 찾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환자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환자의 니즈를 읽어내기 힘들다.

나아가 폐쇄형 질문만 계속적으로 던질 경우에는 환자의 특성을 정확히 판단하기 힘들어 환자의 질병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중요 단서(환자의 스피치 방식이나 어휘 사용, 강조하는 부분)들을 놓칠 수 있다. 그러므로 폐쇄형 질문을 많이 사용할 때는 그 만큼 환자의 표정이나 눈빛, 목소리와 뉘앙스 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비록 환자가 `네, 아니오'로 짧게 답할지라도 환자의 목소리에 의지가 담겨있는지 없는지 등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환자의 지적수준에 맞춰 진료를 진행하면 이것은 결국 환자를 넘어 의사 스스로가 편해진다. 환자가 답답해서 가슴 칠 일이 확연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억하자. 지적 수준이 낮은 환자에게는 10가지를 2번 이야기하는 것보다 그 환자에게 꼭 필요한 2가지를 10번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최소한 10번 이야기하면 그 2가지는 기억할 수 있다.

이번 한 주는 환자의 지적수준에 맞춰 개방형 질문과 폐쇄형 질문을 적절히 잘 사용해보자. 진료 커뮤니케이션에는 정답이 없다. 내 앞에 있는 환자에게 맞추는 것이 최고의 진료다.
이혜범(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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