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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효과' 이용해 환자와 라포 형성을 쉽게 하자
`거울효과' 이용해 환자와 라포 형성을 쉽게 하자
  • 의사신문
  • 승인 2011.04.28 11: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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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 〈14〉

진료 시 유사성의 법칙을 이용하세요.

심리학에 `거울효과(Mirror Effect)'라는 것이 있다. 내 앞에 있는 상대가 마치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 보듯이 내가 상대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따라하면 상대가 친근감을 느껴 나에게 더욱 호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옷차림이나 소품부터 자세, 걸음걸이, 제스처, 얼굴 표정,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나 다리를 꼬고 있는 모습 같은 외적인 모습은 물론 목소리나 말의 속도, 말투, 설명방식, 어휘 사용에까지 모든 부분에 적용된다.

그래서 영업을 잘 하는 사람들은 고객에 맞춰 옷차림을 바꾸고 어휘 사용이나 목소리 등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들도 그렇다. 국회에서는 양복에 넥타이를 착용하지만 공장을 방문하여 근로자들을 만나거나 시장을 방문하여 시장 상인들을 만나는 자리에는 편한 점퍼 차림에 떡볶이를 먹으며 소탈한 모습으로 어필하고자 한다.

의사 역시 진료 시 환자에게 유사성의 법칙을 이용한다면 라포(Rapport)가 쉽게 형성되어 진료가 두 배로 쉬워진다. 단 환자가 의식하지 못하게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 우선 환자의 스피치 방식에 맞춰 소통하면 효과적이다. 특별히 말의 속도와 목소리 크기, 자주 사용하는 어휘 등은 환자의 성향이나 특성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에 도움이 된다.

성격이 급한 환자들은 그만큼 말도 빨리 하는 경우가 많다. 문장에서 필요한 주어를 생략해버리기도 하고 한 번 이야기하면 의사가 바로 딱 알아듣기를 원한다. 그래서 말의 속도가 빠른 사람 곧 성격이 급한 환자에게는 반복 질문이나 꼬리 질문을 이어나가는 것이 적절치 않다. 핵심만 간결하게 두괄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반면에 성격이 차분하고 진중한 환자들은 말을 하는 것 역시 뜸을 들이면서 천천히 하는 경우가 많기에 속도가 느리고 중간 중간 침묵이 흐를 수도 있다. 이런 환자에게는 질문이나 답변을 줄 때도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미 했던 이야기를 생각 없이 반복한다거나 환자가 이제 막 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닦달하는 것 등은 진료가 성의가 없다는 느낌을 준다.

이와 함께 환자가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스타일이면 목소리도 괄괄하고 표현이 시원시원할 확률이 크다. 그러므로 이런 환자들에게는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핵심만 간략히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는 것이 좋다. 표현도 너무 디테일 한 것보다는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큰 숲을 그려주는 것이 이해를 높인다. 반면 성격이 소극적인 스타일이라면 대체로 목소리가 작고 표현도 소극적이다. 또 종종 말끝을 흐리며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식으로 정확한 답을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이들에게는 너무 직접적인 지적이나 훈계는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우회적으로 돌려 말하는 것이 좋다. 의사가 적극적이고 시원시원한 스타일이라고 해서 환자에게 “∼하실 거죠? 안 하실 거죠?” 식으로 바로 결론을 내려야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환자가 자주 사용하는 어휘를 눈여겨보면 환자와 소통할 때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을지 감을 잡을 수 있다. 환자가 주관적이거나 추상적인 언어를 많이 사용하고 돌려 말하는 경향이 있다면 질문 역시 직접적으로 던지는 것은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면 환자가 객관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의사 역시 객관적인 언어로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발음이 명료한 사람들은 불분명한 발음으로 대충 대충 흘려버리는 사람보다 설명이나 교육에 있어서 꼼꼼하고 정확성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설명을 하거나 질문을 던질 때 역시 원인과 결과에 맞춰 논리적으로 해야 효과적이다. 질문 내용도 불확실한 가정보다는 명확한 내용으로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좋다. 이런 환자들은 불분명한 질문이나 성의 없어 보이는 형식적인 설명(교육)은 신뢰하지 않는다.


유사성의 효과,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좋아하는 본능적 성향
적극적 환자는 본론부터·소극적 환자에겐 우회 설명 효과적
적절한 사투리·관심사 공유땐 기대이상의 신뢰·친밀감 생겨


흔히 목소리 톤과 말투는 현재 마음 상태를 담는다고 한다. 그 만큼 목소리 톤이 높고 밝은 환자는 목소리 톤이 낮고 어두운 환자보다 사교적일 확률이 크다. 특히 목소리는 열린 목소리와 닫힌 목소리로 구분되는데 이것이야말로 현재의 마음 상태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열린 목소리는 기분이 좋을 때 혹은 마음이 평온할 때 나오는 목소리고, 닫힌 목소리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 혹은 마음이 불편할 때 나오는 목소리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스트레스 상황이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가능하면 열린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환자의 목소리만 파악해도 환자의 성향이나 사고방식, 마음 상태까지 엿볼 수 있다. 곧 긍정적인 열린 목소리를 가진 환자들에게는 질문 역시 되도록 긍정형으로 던지고 성공적인 결과를 가정하며 치료를 이끄는 것이 도움이 되며 환자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것이 힘을 발휘한다. 반면 환자의 목소리가 무언가 경계심을 갖고 있는 닫힌 목소리(예 : 길가는 행인에게 대뜸 사적인 정보를 물었을 때 “왜 그러시는데요?”라고 경계하면서 반문하는 목소리)라면 그 사람에게는 질문 역시 부담이 적은 것부터 차근차근 순차적으로 물어보면서 점차 질문의 수준을 높여 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본격적인 질문 전에 “실례합니다만…” “죄송합니다만…”식으로 쿠션 언어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 역시 답을 얻어내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어휘 사용에서 지시나 훈계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화법을 전환하여 주어를 환자가 아닌 의사로 바꾸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외 에도 일방적으로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 환자들이나 부정적인 어휘를 많이 사용하는 환자들은 배려심이 부족하거나 부정적일 확률이 큰 만큼 설명이나 설득, 동의를 구하는데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보다 시간을 갖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렇게 환자의 스피치 방식에 맞춰 소통하는 것은 `거울효과' 곧 `유사성의 효과'를 이용한 진료라고 할 수 있다. 유사성의 효과(Similarity Effect)란, 앞서 거울효과와 비슷하다. 서로 비슷한 점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끌린다는 심리학 이론으로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좋아하는 본능적인 성향이 있으며 자신과 연관이 있는 것에 끌리는 경향은 인생에서 중요한 다른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가치, 신념, 나이, 성별 등 개인적인 특징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따를 가능성이 가장 크다(사회 심리학자들은 `이름'처럼 자신과 미묘하게 연관된 것들에 특별히 긍정적인 느낌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경향은 실제 놀라울 정도로 강력해서 처음 보는 사람인데 생일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부탁을 들어줄 확률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사성의 효과는 선천적인 요소와 후천적 인 요소에도 차이가 있는데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은 자신과 반대인 사람에게, 후천적으로 얻어지는 것은 자신과 유사한 사람에게 끌린다고 한다. 그래서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신장이나 피부 색, 혈액형 등은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 반면 종교나 취미, 말투나 어휘 사용 등은 같은 사람에게 끌리는 경우가 많다. 흔히 중요한 협상에 상대와 같은 향수를 뿌리고 나간다거나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상대가 좋아하는 취미를 공유하며 마음을 얻으려고 하는 것 등도 바로 이러한 후천적인 유사성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요즘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 라인'이라는 말도 출신학교와 종교, 고향 등 후천적인 요소들이 유사해 더욱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유사성의 효과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잘 아는 내과 원장님은 환자의 어휘사용을 보고 전적으로 그에 맞춰 소통한다. 실제 그 원장님 진료 모습을 녹화하여 주기적으로 모니터 했던 적이 있는데 의료 커뮤니케이션을 교육하는 필자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다. 일례로 환자가 경상도 사투리를 쓰면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환자가 전라도 사투리를 쓰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전라도 사투리를 쓰면서 마치 환자가 자기 고향 사람을 만난 것 같은 편안함과 동질감을 형성한다. 또 차트에 적힌 환자 주소나 이름 등을 토대로 “아, 성함이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는 김재현이 아니라 김재헌이에요. 반갑습니다.”라든가 “아, 여기 2차 래미안 사세요? 저는 그 뒤에 3차 살아요.” 식으로 같은 아파트 주민이라는 유대감을 형성하며 신뢰를 준다. 그러다보니 환자들 역시 의사가 권하는 치료나 약, 검사에 대해서도 전혀 의심하지 않고 백 퍼센트 믿고 잘 따른다.

이번 한 주는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이러한 유사성의 법칙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길 바란다. 차트에 적혀 있는 환자의 이름이나 주소, 나이 등으로 동질감을 형성할 수도 있고 관심사나 취미 등을 공유하며 인간적 라포를 형성할 수도 있다. 분명 유사성의 법칙이 기대 이상으로 막강함에 놀랄 것이다.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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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하영 2014-06-11 01:14:36
안녕하세요 저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디자인과 학생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요즘 '따라하게되는 행동(즉 거울효과)'에 관련해서 작업을 진행중인데요, 미러링효과(거울효과)에 관련해서 글을 찾게되던중 거울효과에 관련한 기사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기사님께서 써주신 이 기사의 내용의 일부를 과제에서 첨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좋은 답변 기다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