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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보호 신청 중인 '사브'
파산보호 신청 중인 '사브'
  • 의사신문
  • 승인 2009.03.1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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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역사에 안전의 새 기준 제시

사브(SAAB)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GM이 경영난으로 정리를 고려하면서 스웨덴 정부에 요청을 했으나 정부의 대답은 스웨덴 자체로 자동차 회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유럽 외곽에서 작은 자동차 회사로 존재하는 것보다는 GM 같은 큰 회사의 일부로 남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는 발표가 있었고 GM이 요구하는 500억 크로네의 지출은 납세자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사브의 출발은 항공기를 만들던 회사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내면서 출발했다. 무척 기술이 좋은 회사로 알고 있겠지만 처음에는 자체 설계의 엔진도 없어서 포드의 엔진을 가져다 차를 만들었다. 나중에는 훌륭한 엔진을 만들어 업계를 선도했다. 안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친환경적인 요소들을 가미한 훌륭한 회사로 기억한다. 그런데 GM이 어려워지면서 이 회사의 앞날은 조금 불투명하게 변했다.

필자의 사브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은 조경철 박사가 카라이프에 글을 올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개된 사브는 구형 900모델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구형 99와 900의 특이한 디자인은 정말이지 신비로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 후의 모델 9000도 고성능 차량으로 기억한다. 안전하기도 했고 고속의 성능은 대단히 좋았다.

스칸디나비아의 자리잡은 사브는 자신만의 디자인 DNA를 갖고 있었다. 시승기에는 다른 나라보다 가혹한 조건에서 주행하고 팔리지 않을 수 없을만큼 잘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조금은 기구한 차종에 대해 적고 있었다. 많이 팔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판매량이 아주 많지는 않았기 때문에 차의 디자인을 자주 바꿀 수도 없었다. 사브 900만 해도 사브 99의 차대를 바탕으로 만들었고 90년대 초반까지 60년대에 설계된 차대를 사용하고 있었다.

디자인은 지금 보아도 뒤떨어진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잘 만들었다. 그러나 1980년대가 되자 일본차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고 다른 유럽차들도 성능이 좋아졌다. 나중에 9000을 만들 때에는 피아트, 알파로메오, 볼보 같은 회사들이 공동으로 차대를 개발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가 되었다. 개발비를 아껴야 했기 때문이다. 1989년에는 GM에 흡수되었다. 사실 사브의 완성도는 끊임없는 혁신으로 이어진 안전에 대한 기술에 있었다. 성능도 좋았지만 안전과 환경에 대한 집요한 개선이 사브의 중요한 기술적 DNA라고 말할 수 있었다.

1958년 사브는 중요한 이정표를 남기는데 세계 최초로 안전벨트를 기본으로 장착하는 것이었다. 얼마 후에는 이중 브레이크 회로채택을 통해 제동력의 손실을 최소화(1963년)시켜 차량 제동시 안전성을 크게 강화했다. 혁신은 이어졌다. 차량 정면 충돌시 자동차 키에 운전자들이 무릎을 다치는 빈도가 높아 시동키의 위치를 기어레버 아래로 변경했다.

1971년에는 정면 충돌뿐만 아닌 측면 충돌 시에도 탑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도어를 강화하는 최초의 차였다. 1978년에는 정면 충돌시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차량의 운전대가 밀려들어오지 않게 접혀지도록 한 설계를 채택했다. 이들은 모두 중요한 혁신으로 다른 회사들이 따라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혁신적이었다. 사고 통계에 있어서 확실한 우위가 있었다. 1971년 가벼운 충돌 시에는 범퍼를 수리하지 않아도 되는 에너지 흡수 범퍼를 채택했고 석면노출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1982년 최초로 무석면 브레이크 패드를 장착했다. 실내 공기 필터 역시 최초로 기본 장착했다.

1980년대에는 탑승객의 머리를 보호해주는 적극적인 머리보호장치를 개발했다. 70년대에는 내구성 있는 터보엔진을 만들어 승용차의 터보 시대를 열었다. 그전에는 터보는 골치 아프고 번거로운 조정이 필요했다. 그 후 사브 900 터보는 세계 최초로 16벨브 터보 엔진을 장착한 차량이었다. 1983년 사브는 터보 엔진을 장착한 차를 10만대 이상 발매하여 가장 중요한 터보 엔진 장착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안전함과 고성능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어떤 것들은 과장된 것도 있지만 사실인 부분이 더 많다. 하지만 다른 메이커들이 이 혁신을 당연한 것으로 만드는 데에는 오랜 기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핀 마크의 차가 만들어낸 혁신들은 당연한 무엇으로 변했다. 덕을 본 것은 소비자들이었다, 몇 년 또는 십 년 정도 먼저 안전에 대한 혁신적 개선을 미리 혜택받은 셈이다. 앞으로 어떤 변화를 겪을지는 모르지만 대단한 회사였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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