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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클라리넷 5중주 A 장조, 작품번호 581
모차르트 클라리넷 5중주 A 장조, 작품번호 581
  • 의사신문
  • 승인 2011.03.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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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날의 햇살 같은 선율 가득

안톤 파울 스타들러는 1784년 3월 모차르트의 13개의 관악기를 위한 세레나데 〈그랑 파르티타〉를 프로그램으로 자선 연주회를 갖게 된다. 그 연주회에 참석했던 작가 프리드리히 슁크는 “스타들러가 클라리넷에서 만들어내는 것과 같이 우아한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으며 또한 클라리넷이란 악기가 인간의 목소리를 스타들러처럼 그렇게 똑같이 흉내 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경탄했다. 그것이 모차르트와 스타틀러의 음악적 관계의 시작이었다.

이후 그의 뛰어난 클라리넷 연주 능력과 모차르트와의 남다른 친교로 인해 클라리넷을 위한 레퍼토리는 무한히 확대됐다. 모차르트는 오페라 〈코지 판 투데〉의 현란한 클라리넷 멜로디와 오페라 〈황제 티토의 자비〉의 아름다운 클라리넷과 바셋 호른 선율을 스타들러를 위해 작곡했다. 심지어 그의 교향곡 제40번에 두 개의 클라리넷을 포함시킨 것도 스타들러 형제를 염두에 두고 작곡한 것이었다.

오스트리아의 음악 가정에서 성장한 안톤 파울 스타들러는 나중에는 클라리넷 연주자인 그의 형 요한 스타들러와 함께 비엔나에 정착해 클라리넷 연주활동을 함께 했다. 1787년에는 궁정 오케스트라에 고용되었는데 스타들러는 그의 형에 이은 제2 클라리넷 주자의 역할을 자주 맡았다. 그것은 그가 클라리넷의 저음 파트를 특히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스타들러 형제는 또한 뛰어난 바셋 호른(저음 클라리넷) 연주자였는데 모차르트는 그들을 위해 이 초승달 모양의 클라리넷을 위한 많은 곡들을 작곡하게 된다.

스타들러와 모차르트의 관계는 처음에는 순전히 음악적인 이유로 시작되었지만 점차 막역한 친구사이로 발전하였고 그들의 우정은 손상 받지 않고 마지막까지 잘 유지되었다. 원래 모차르트는 목관 악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금관 악기를 더 좋아했다고 하는데 그의 말에 의하면 목관 악기들은 너무 삑삑거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스타들러와의 친분이후 오보에의 균일한 음색에 비해 클라리넷의 매력은 저음부터 고음까지 음역마다 음색이 변화하면서 그 표현의 폭과 깊이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부터 모차르트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플롯, 오보에, 바순 등 대부분의 목관악기를 위해서도 다양하고 아름다운 작곡을 하게 되었다.

모차르트는 클라리넷 5중주를 오페라 〈코지 판 투데〉와 비슷한 시기인 1789년 비엔나에서 완성하였다. 당시 오스트리아와 터키간의 전쟁으로 빈의 음악가들의 수입은 전반적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그러나 모차르트는 그런대로 수입은 있었으나 부인 콘스탄체 베버와 모차르트 자신의 낭비벽으로 인해 항상 빚에 쪼들렸다. 이런 모차르트를 경제적으로 도운 스타들러를 위해 2년 전 스케치한 〈바셋 호른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의 제1악장의 일부를 다시 수정하여 클라리넷 협주곡을 작곡한 후 뒤이어 클라리넷 5중주를 작곡하게 된다.

이 곡은 스타들러가 개발한 바셋 호른을 위해 작곡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원래 악기가 어떻든 눈물을 글썽이는 우수에 찬 여인의 모습을 상상케 하는 슬픔을 머금은 매혹적인 울림 등이 단정한 형식으로 잘 다듬어져 있다. 모차르트의 세련된 음악성과 클라리넷의 온화함이 멋지게 어우러져 있다. 극도로 빈곤에 시달리던 시기에 작곡한 것으로서 그의 만년의 작품에서 보이는 체념의 세계가 전곡에 걸쳐서 느껴지는 실내악곡 중 최고의 백미이다.

제1악장 Allegro. 현악 4중주로 시작한 선율이 클라리넷으로 채색되면서 저음에서 고음으로 변화하는 유려하고 따스한 봄날의 햇살 같은 선율이 담담히 흘러 모차르트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제2악장 Larghetto. 여리고 심오한 바이올린의 음색으로 평온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수놓고 그 위에 잔잔하면서 뭉클한 슬픔을 클라리넷이 노래한다.

제3악장 Menuetto. 2개의 트리오 형식의 미뉴에트로 왈츠처럼 매우 활달하다. 제4악장 Allegretto Variazioni 클라리넷의 다양한 면모를 우아한 선율로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들을만한 음반 : 레오폴드 블라흐(클라리넷), 빈 콘체르트하우스 사중주단(Westerminster, 1951); 칼 라이스터(클라리넷), 아마데우스 사중주단(DG, 1975); 자넷 마이어(클라리넷), 빈현악6중주단원(EMI, 1988)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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