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22:50 (목)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No. 622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No. 622
  • 의사신문
  • 승인 2011.03.24 0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라리넷 특유의 선율 절묘하게 표현

모차르트의 마지막 삶은 그야말로 말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나자마자 죽고, 아내는 병들고, 가계는 쪼들려서 빚만 늘어났다. 무더운 여름에도 빈에 홀로 남아 점점 쇠약해 가는 육체를 혹사하며 작곡에 전념했다. 그런 모차르트의 모습을 보다 못해 궁정 클라리넷 연주자이자 그의 친구인 안톤 스타틀러는 손수 돈을 구해 왔고 자기 주머니를 털어서 작곡도 의뢰하면서 모차르트를 도왔다.

모차르트는 이 고마운 벗을 위해서 클라리넷을 위한 2개의 곡을 썼는데, 바로 〈클라리넷 협주곡〉과 〈클라리넷 5중주곡〉이다. 이 곡은 독주자의 연주를 과장도 허세도 없이 우아하고 세련된 선율들로 표현하여 오케스트라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도록 잘 영글어져 있다. 또한 클라리넷 특유의 쓸쓸한 정감으로 다양하고 풍부한 음색으로 알알이 엮고 있다.

이 곡은 모차르트가 세상을 뜨기 약 2개월 전 오페라 〈마술피리〉를 작곡할 즈음인데, 제1악장은 그 보다 2년 전인 1739년에 스케치 해 두었던 〈바셋호른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알레그로〉에 추가한 것이다. 이 곡을 쓰던 당시 모차르트는 이미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다. 특히 제2악장의 담담한 흐름에는 인생에 대한 체념이 오롯이 담겨 있다. 모차르트는 이 곡에서 클라리넷이라는 악기의 특성을 극한까지 살리고 있는데 특히 저음역과 고음역을 다루는 솜씨는 절묘함 그자체이고, 구성도 치밀해서 그 선율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제2악장의 선율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인용되었다. 대자연의 웅장하고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아스라이 석양이 뉘엿뉘엿 지고 있는 광활한 아프리카의 대평원을 여유로이 거니는 두 사람, 아이작 부인(메릴 스트립)과 데니스(로버트 레드포드). 그 배경으로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이 조용하고 은은하게 자유로이 울려 퍼지고 있다. 이 장면은 지금도 내 가슴속 깊이 우물처럼 파여져 감동을 끌어 올리고 있다.

이 곡은 슈타들러에 의해 1791년에 프라하에서 초연된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기록은 없다. 아직 모차르트의 자필 원본도 발견되지 않았다. 처음 악보가 출판된 것은 1801년이다. 음악학자들은 악장간의 완성도 차이가 커 모차르트의 스케치를 기초로 누군가가 첨가하여 완성한 곡이 아니냐는 의문을 꾸준히 제기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 곡이 슈타틀러를 위해 작곡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슈타틀러가 갖고 있었던 악기가 당시 널리 쓰이던 클라리넷과는 또다른 특수한 악기였기에 독주악기에 대한 의문도 있다. 이 악기는 당시 유행하던 `바셋 클라리넷'으로 부르고 있는데, 이 곡이 바셋 클라리넷을 위해 작곡된 것인지는 모차르트의 원본이 없어 확인할 수 없다.

이 곡은 모차르트가 작곡한 마지막 협주곡이다. 모차르트는 모두 50곡이 넘는 협주곡을 작곡했는데 그 중 절반은 〈피아노 협주곡〉이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서 관악기를 위한 협주곡은 4곡의 호른 협주곡을 비롯해서 파곳, 클라리넷, 플루트, 오보에, 그리고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등 10곡이 채 안 된다. 그러나 이들 모두 주옥같은 명곡들로서 모차르트 이후 현재까지 이를 능가할 만한 관악기를 위한 협주곡들은 없다.

△제1악장 Allegro. 오케스트라의 발랄하고 상쾌한 선율에 클라리넷의 풍요롭고 화려한 빛깔의 음과 현란한 기교가 섞여 고아한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있다.
 
△제2악장 Adagio. 서정적인 선율이 자유롭게 흐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가슴에 담는 그 벅찬 감동은 이루 형언할 수가 없다.

△제3악장 Rondo (Allegro). 그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두 달 전 완성된 악장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클라리넷의 풍부한 음들은 물위를 걷듯 오케스트라의 위를 사뿐사뿐 달리고 있다.
 

■들을만한 음반 : 레오폴드 블라허(클라리넷), 아르투르 로진스키(지휘), 빈 국립 가극장 관현악단(Westerminster, 1954); 알프레드 프린츠(클라리넷), 칼 뵘(지휘), 빈 필 관현악단(DG, 1972); 칼 라이스터(클라리넷),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EMI 1971)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