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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언 속의 소
격언 속의 소
  • 의사신문
  • 승인 2009.03.0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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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균<이정균내과의원장>

▲ 이정균 원장
소는 생구(生口), 집안 하인이나 종을 일컫는 말이다. 농사에 없어서는 않될 가축이며 소중한 재산이니 소에게 사람이나 다름없는 애정표현을 하였다.

예부터 인간은 소와 의사소통을 한듯 하니 “소더러 한말은 안나도 처(妻)더러 한말은 난다”했고 제아무리 다정한 사이라도 말조심 하라고 인간을 가르친다.

소는 기원전 6000년 서남아시아, 인도에서 인간이 길들였다. 개와 함께 인류의 가장 오래된 가축 중의 하나다. 식구처럼 살아온 소, 경제위기 속에 살림이 어렵고 불투명한 앞날이 가로놓여 있어도, 소걸음(우보·牛步)으로 천리가는 지혜로 새로운 행진을 다시 시작해야 할 시기에 처해있다.

소의 눈은 선하게 팬 쌍꺼풀, 긴 속눈썹이 깊고 검은 눈동자를 감싸고 있다. 시인은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했듯이 무념무상(無念無想)의 경지가 어려있는 눈의 소유자다. 아낌없이 주는 소, `소는 하품 밖에 버릴게 없다' 한다. 소는 장정 8명의 힘을 지닌 `일소', 신라 지증왕(502년)때 논밭을 갈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다.

소는 성실, 근면, 끈기의 대명사다. 풍요의 상징이며 큰 재산이다. 그 큰 등치에 아둔하고 미련하다 역공을 받기도 하나 우직하고 순박하다는 칭찬을 더 많이 듣는다. 아무리 힘이 세고 체격이 커도 큰 일을 할 수 없으니 지략(智略)이 있어야 한다는 격언은 `소가 크면 왕(王)노릇하나'다. 소처럼 엄청나게 많이 먹으면 `소같이 먹는다'. 몹시 둔하여 깨닫지 못할 사람에게는 교육을 아무리 시켜도 효능이 없다에 이르면 `소 궁둥이에 꼴을 던진다'고 한다.

영어의 Cattle은 소를 뜻하는 집합명사다. 그 어원은 라틴어 캐풋(Caput) 경제학의 자본(Capital)에서 나왔다. 그래서 `Cattle'은 동산(動産)의 개념이다. 그러나 소의 학명 `보스 토러스(Bos Taurus)'는 우직한 모습의 표현이나 `둔하다'는 뜻의 형용사라니 어찌하랴.

소는 그리스의 많은 신화에도 등장했다.

농경사회에서는 중요한 위치에 있었지만 이제 `일소'는 트랙터에 밀려 사라져 갈 운명이 되어 가고 있으니 농부작가 김도연의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란 글이 머리를 스친다. 저자는 트랙터에 소를 싣고 전국여행에 나섰다. 소와 이야기하고 막걸리도 같이 마시며 이제 “암소들의 시대가 끝났다”고 푸념하면서 “너의 잘못이 아니다. 시대변화 때문이라”며 위로한다. 소의 현재 위상을 말하며 술타령이다.

한국의 절 대웅전의 벽에 그려진 십우도(十牛圖)는 소를 찾아서 고삐를 채워 길들이는 과정 10단계를 설명한 그림이다. 동양의 정신문화 속에 `소'는 종교적 의미를 띠고 있다. 풍수 상 시골 뒷동산 같이 편안한 산세, 소가 평온하게 옆으로 누워있는 모습을 산세에 비유해 와우혈(臥牛穴)이 명당의 반열이 되었다.

저녁노을이 서쪽 산에 가을풍요의 수채화를 그리고 있을 무렵 할아버지의 달구지 뒷자리에서는 손자손녀들의 재잘걸임으로 삼중주를 연출하였다.

“소 탄 놈도 끄떽끄떡, 말 탄 놈도 끄떽끄떡…”

`소 탄 양반의 송사(訟事)결정이라' 소 탄 양반에게 무엇을 물으면 이래도 `끄떽끄떡' 저래도 `끄떽끄떡'하여 도무지 대중 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닌가.

조선 황희 정승의 `어느 소가 밭을 더 잘 갑니까'의 일화, 소를 타고 출타하기로 유명했던 이야기의 주인공 맹고불 맹사성 대감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교훈으로 남아 있는 일화들이다.

조선왕조의 삼금(三禁) 정책은 우금(牛禁), 송금(松禁) 그리고 주금(酒禁)이었다. 농본국가에서 소 절도범에겐 초범은 곤장100대, 도살우(盜殺牛)엔 자자(刺字)와 함께 먼 섬에 퇴출시키고, 재범은 교형(絞刑)으로 다스렸다. 조선 순조시절엔 소 도살한 값은 쌀 250석이었다 한다.

세월변화에 따라 소에 대한 개념도 달라져가고 있다. 이충렬 감독의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는 `소 같은 노인', `사람 같은 소'의 `황혼 사랑가'로 주목을 받고있다. 팔십평생 우경(牛耕)을 고집한 노인의 오래된 육체노동에 대한 헌사(獻辭)요,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만가(挽歌)다. 노인과 소 두 주인공의 헌신적 교감에 바치는 에필로그다.

기축년(己丑年) 소의 해 유통업계 최고 효자상품으로 쇠고기 선물세트가 시장에 격돌했다. `소몰이' 마케팅이다. DNA 확인서, 혈통관리 한우 선물세트, 그것은 `신뢰'를 선물하겠다는 의지의 마케팅 전략이다.

제주는 흑우(黑牛) 부활운동을 본격 추진해 대량 증식기술을 개발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우를 세계화하여 명품화하기 위한 이천 수퍼한우의 부활을 꿈꾸며 의료물질 생산을 위한 복제젖소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아! 지난해에는 날씨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가. 소는 육지에서 우박, 폭풍을 예측한다니 흥미롭다. 암소꼬리가 하늘로 길게 뻗쳐있으면 우박이 올 확률이 높다니 더더욱 신기하기도 하다. 소 궁둥이 신통력은 더 신빙성이 있어 엉덩이를 서쪽으로 두면 날씨는 좋다 하고, 소들이 몰려 있으면 `비'가 올 확률이 높다니 믿어보고 싶다.

소띠해, 모질고 어수선한 한해에 꼭 닮고 배워야할 소의 미덕들, 소처럼 진중한 인내로 마음을 다스릴 시절이다. 소가 지닌 생명력, 우직함, 근면 성실, 미래예측 지혜를 거울삼아 힘을 합할 때다. 서로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해서는 안된다. 나쁜 일이면 조그마한 일이라도 들어난다는 `소 잡은 터전은 없어도 밤 벗긴 자리는 있다'했으니 공명정대해야 한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 절약은 미덕이다. `소같이 벌어서 쥐 같이 먹어라'라는 속담이 우리를 일깨워 어려움을 잊게 할 것이다.

이정균<이정균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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