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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삼중협주곡 C장조
베토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삼중협주곡 C장조
  • 의사신문
  • 승인 2011.03.1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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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악기군과 관현악의 화려한 대화

이 곡은 1804년 완성된 작품으로 당시로 보기 드문 형식의 협주곡이다. 근대 악기를 대표한다고도 할 수 있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독주 악기로 쓰고 여기에 오케스트라의 협연을 붙인 형식이다. 바로크 시대에 크게 유행했던 `합주 협주곡(concerto grosso)' 형식으로 이 협주곡의 악보에는 ‘Grand Symphonie Concertante'라고 쓰여 있었다. 베토벤은 복고풍의 구성형식으로 이 곡을 썼는데, 근대적인 악기들과 오래된 형식이 만난 걸작이다.

이 곡은 작곡가의 의욕이 크게 돋보이는 작품이 되지는 못했지만 아름답고 낭만적인 선율의 매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곡은 피아노 삼중주와 관현악의 협주의 특이한 구성으로 되어 있어 세 사람의 독주자에게 만만치 않은 부담을 준다. 완벽한 호흡의 일치를 위한 세 연주자의 노력이 전제되는 작품인 것이다.

이 협주곡은 교향곡 제3번 〈에로이카〉를 쓰고 있던 1803년의 스케치에 나타나 있는데, 그 다음 해 여름에 완성됐다. 친구 브라이트코프에게 보낸 편지에서 베토벤은 오라토리오 〈감람산성의 그리스도〉, 〈보나파르트 교향곡〉, 3개의 피아노 소나타 〈발트시타인〉, 〈제22번〉, 〈열정〉 등과 같이 이 곡의 출판을 원하고 있었다. 희귀한 삼중 협주곡이 왜 착상되었는지 그 직접적인 동기는 확실치 않다. 베토벤의 전기 작가였던 안톤 쉰들러에 의하면 피아노는 루돌프 대공, 바이올린은 그의 고용음악가인 칼 자이들러, 그리고 하이든의 에스테르하지 오케스트라의 첼로수석주자였던 안톤 크라프트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이다. 3개의 독주 악기와 근대의 색채적인 관현악이라는 풍부한 소재와의 조화는 매우 어려운 것이었으며, 악상의 발상과 그 전개도 당시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볼 때도 뒤떨어져 있다.

베토벤이 여러 차례에 걸쳐 이 곡의 출판 의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출판사의 외면과 루돌프 대공이 개인적 목적으로 악보를 소지하는 바람에 이 곡은 4년 후에 이르러서야 빈에서 출판되었다. 작품의 초연은 그 이듬해인 1808년에 베토벤의 후원자였던 로브코비츠 후작의 저택에서 이루어졌다. 작품은 루돌프 대공을 위해 작곡하였으나 로브코비츠 후작에게 헌정하였다.

제1악장 Allegro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만으로 제1주제가 근엄하게 연주된 후 급격히 음량이 증가된 후에 조용해지면 제2주제가 제2바이올린에 의해 연주된다. 독주 첼로가 들어와 이를 반복하면 뒤이어 피아노가 이 주제를 연주한다. 3개 독주 악기의 화려한 기교가 되풀이 되며 투티로 일단락되면 오케스트라가 힘차게 제1주제를 연주한 후 독주 악기군의 화려한 기교로 답을 한 후 화려한 코다로 끝맺는다.

제2악장 Largo 현의 짧은 도입부에 이어 독주 첼로가 아름답고 서정적인 주제를 연주한다. 피아노가 섬세한 아르페지오를 연주하며 목관과 현의 피지카토가 앞의 도입부의 선율을 연주한다. 이어 피아노의 아르페지오 위에 독주 바이올린과 첼로가 주제를 변주한다. 첼로독주의 명상적이고 가곡풍의 선율은 고려청자와 같은 청아함이 있다.

제3악장 Rondo alla Polacca 귀품 있는 폴로네이즈풍의 주제가 현의 반주로 독주 첼로에 의해 연주된다. 이는 독주 바이올린에 의해 반복되면서 새로운 악상이 가세하여 상쾌하게 나아간다. 3개 독주 악기에 의해 이 주제가 반복되면서 관현악의 총주가 연주된 후 독주 첼로, 피아노 순으로 노래하며 관현악에 의한 힘찬 주제가 세 번 나타난다. 곧 제2주제가 전과 같이 독주 첼로로 재현된 뒤 독주 악기군과 관현악과의 화려한 대화가 되풀이되는 가운데 장대하게 막을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바이올린),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피아노),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첼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EMI, 1969);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바이올린), 레브 오보린(피아노), 크누세비츠키(첼로), 말콤 사전트(지휘), 필하모니아(EMI, 1958); 헨릭 쉐링(바이올린), 클라우디오 아라우(피아노), 야노스 슈타커(첼로), 에리야후 인발(지휘), 뉴필하모니아(Philips, 1970)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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