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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디아벨리 변주곡〉 C장조 작품번호 120
베토벤 〈디아벨리 변주곡〉 C장조 작품번호 120
  • 의사신문
  • 승인 2011.03.0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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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피아노 작품의 모든 기법 담겨

안톤 디아벨리는 소나티네 등 초보자의 연습곡 작곡가로서만 이름이 알려져 있다. 그는 당시 빈에서 1818년 `디아벨리 운트 카피'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만년의 베토벤이 자주 자신의 작품을 출판하던 곳 중 하나였다.

디아벨리는 1819년 어느 날 새 회사를 홍보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지역의 유명 작곡가들에게 자신이 작곡한 왈츠곡에 대한 변주곡을 하나씩 위촉하여 변주곡집을 출판할 계획을 세웠다. 베토벤까지 포함하여 이들은 총 51명으로 베토벤의 제자인 체르니와 베토벤의 절친한 후원자이자 제자인 루돌프 대공, 슈베르트, 훔멜, 모셀레스 등과 함께 어린 리스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베토벤은 디아벨리의 계획을 거절하고 독자적인 자신만의 변주곡을 계획하고자 하였다.

1823년 베토벤은 디아벨리 출판업자의 평범하고 단순한 디아벨리의 왈츠에 대해 처음에는 `구둣방 가죽 조각과 같다'고 폄하하지만 결국 33개의 변주곡을 쏟아낸다. 5분짜리 왈츠를 한 시간의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선율로 바꿔놓은 것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디아벨리' 변주곡이다. 작곡은 1819년 초 23개의 변주곡을, 1823년 초 나머지 10곡을 완성하였으며 같은 해 디아벨리 출판사는 이 곡을 `작품 120'으로 다른 작곡가들의 것과는 별도로 출판하였다. 나머지 50명 작곡가들의 변주곡들은 `애국적 예술가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출판하였다.

디아벨리가 작곡한 주제는 3박자의 왈츠인데, 제1변주 시작부터 4박자의 행진곡으로 변하고, 앞으로 나갈수록 장식 변주인지 성격 변주인지도 모를 정도로 변화무쌍하면서 심지어 제22변주에서는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중에서 아리아를 차용했고, 마지막 제33변주에서는 일반 변주곡의 특징인 `주제 회귀'를 통한 푸가를 사용하지 않고 베토벤 자신의 〈피아노 소나타 제32번〉 제2악장과 유사한 리듬을 사용하여 우아한 미뉴에트로 이 장대한 변주곡의 끝을 맺고 있다.

이들 변주가 진행되면서 주제의 멜로디는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변해서 어떤 음악학자는 과연 통념적인 변주곡이 맞는지 의문이라고까지 하였다. 이 곡은 큰 스케일의 표현과 극단적인 다이내믹, 다양하고 기교적인 패시지 등 베토벤 피아노작품의 모든 기법이 포함되어 있는 변주곡으로 아직도 미답의 경지가 많은 피아노곡의 대작이다.

왜 33변주인가에 대해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은 이렇게 말하였다. “그의 마지막 피아노소나타 제32번의 제2악장(마지막 악장)과 연속성이 있으며, 이 곡을 완성시킴으로써 피아노곡의 영예로운 완성을 하였다.” 한편 이 곡과 쌍벽을 이루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2개 주제에 대해 30개의 변주곡으로 총 32곡이어서 이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베토벤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디아벨리와 베토벤의 편지에서 이러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는 설도 있다.

음악사가 그라우트는 베토벤의 음악에는 “숭고한 것과 기괴한 것이 함께 공존하며, 심원한 것과 매우 소박한 것이 공존한다”고 말한다. 초기와 중기의 공통점은 객관적인 고전파적 음악이라기보다는 베토벤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환상이 음악으로 전개되고 있어 베토벤의 사고과정이 음악으로 그대로 표현된 것이다.

이러한 주관적인 후기 작품으로는 `디아벨리 변주곡'이 대표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아마 이것이 이 작품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한 요인으로서 후기 베토벤 작품의 특징인 개인적인 사색과 환상을 디아벨리의 단순한 주제에 놀랄 만큼 성공적으로 적용한 불후의 걸작이다.

■들을만한 음반 : 빌헬름 박하우스(피아노)(Decca, 1954);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피아노)(Philips, 1986); 클라우디오 아라우(피아노)(Philips, 1985); 알프레드 브렌델(피아노)(Philips, 1976); 마우리치오 폴리니(피아노)(DG, 1998)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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