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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속 아프간이지만 `이곳 역시 사람사는 곳'
긴장 속 아프간이지만 `이곳 역시 사람사는 곳'
  • 의사신문
  • 승인 2011.02.2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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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산 - 바그람한국병원의 모든 것 <4>

얼마 전에 한국지방재건팀이 활동하는 차리카르기지 내에 몇발의 로케트포탄이 떨어졌었습니다. 아마도 국내에 있는 많은 분들이 무척 걱정을 하였을 줄 믿습니다만, 바그람 공군기지에 근무할 때에는 로켓트포 공격이 가끔 있는 일이며 인명의 피해가 없으면 언급하지도 않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전쟁지역이기에 항상 긴장 속에 살지만 한국의 군경팀의 철저한 경계가 우리를 안심시켜 주었기에 무감각해진 면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한국의 천안함침몰이나 연평도포격으로 인한 전쟁발발을 걱정하고 있었답니다.

잔카담학생초청교육후 선물담아주기
오늘은 바그람한국병원의 생활과 관련하여서 즐거웠고 보람이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한국병원직원들의 식사는 바그람 연합군공군기지의 식당(DFAC)에서 해결하였는데 이 식당은 숙소에서 10분정도의 거리에 있었으며, 무척 풍족한 메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침에는 계란요리인 오믈렛이나 스크램블을 주문하였는데 여기에는 치즈, 햄, 버섯, 양파, 파프리카, 고추 등을 섞을 수 있었고 간편한 주문으로 `scramble with everything' 하면 모든 재료를 전부 넣어서 맛있게 익혀주었습니다.

한국산 과일에 비하면 맛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그곳에는 여러 가지 과일과 다양한 음료와 빵이 있었고 후식으로는 케이크과 B31아이스크림이 있었습니다. 무척 맛있지만 유제품에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본인의 대장은 여전히 적응이 되질 않아 수시로 화장실을 다녀야 했습니다.

저녁식사에는 항상 스테이크가 준비되어 있었고, 매주 대개나 바다가재가 있어서 맛있고 풍족한 식사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도착한 지 2주정도가 지나서부터 쌀밥과 된장찌개가 그리워지기 시작하였고, 매콤한 김치와 라면을 생각하면 군침만이 흐르곤 하였습니다.

한국병원에서 근무한지 두 달 정도 지난 어느 날에 건설근로자가 주고 간 비빔국수를 병원직원들이 요리하였는데, 매콤한 고추와 참기름 냄새를 맡았을 때에 앞을 가리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로 젓가락질을 할 수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곳의 한 직원의 경우에 라면이 먹고 싶어서 한국의 친구에게 부탁하였더니 위문품으로 신라면 두 상자를 보내왔는데 불행히도 착불로 180불 가량의 운송요금을 지불하게 되었으니 무척 귀하고 비싼 라면을 먹었던 것이지요.

미군 PX에는 많은 물건들이 있지만 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은 한국제품이 우수하기에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단지 영양제인 센트룸이 눈에 띄었습니다. 7월경에 한국군 수백명이 이곳에 오면서 센트룸을 모두 사가는 일이 벌어졌고 이런 현상은 연말까지 계속되었습니다. PX에서 한국사람들은 센트룸을 무척 좋아한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연합공군기지 식당서 풍족한 식사 하지만 한국음식 간절
저녁땐 위성통신으로 가족들과 연락하고 여가활동 즐겨
연합군·현지 의료진들과 함께 다양한 행사 통해 우의증진



이곳에서는 본인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으므로 연합군의 운동시설인 Gym을 이용하여 체력단련을 하거나 에어로빅, 영화감상을 통하여 여가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Bagram induring chapel 에서 찬양
병원직원들과 함께 교회의 예배에 참가하면서 중창단도 구성하였었고, 원내에 탁구대를 설치하여 저녁마다 운동을 하였는데, 여성들과 Wii를 이용한 운동이 무척 흥미로웠던 것이 추억을 아름답게 합니다.

바그람은 전쟁지역이기에 술과 가족이 없지만, 다행히 위성통신을 이용한 인터넷과 무선전화가 가능하기에 개개인이 서울의 가족들과 연락을 하면서 외로운 저녁시간을 달래곤 하였으며, 다음날에 우리를 기다리는 아프간 환자를 생각하고 하루를 정리하였습니다.

한국병원은 현대식 건물이기에 많은 외국인들이 매주 방문을 하였는데 기억나는 사람들은 미하원의원들, 장성들, 카블의 아프간의사들 외에 아프가니스탄에 의료원조를 계획하는 연합군의 의료종사자들이었으며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병원의 모범적이며 헌신적인 병원운영과 진료시설에 경의를 표함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또한 한국병원에서 행사를 할 때마다 우리는 많은 연합군들을 초대하였으며 그들은 매우 기쁘게 참여하였습니다.

160명의 잔카담 마을학생들을 초청하여서 응급키트교육을 시킬 때에는 많은 자원봉사자 참여하였고, 학생들이 혼자서 들고 갈 수 없을 정도의 선물들을 후원하여 주었습니다.

이러한 행사는 한국군도 함께 도와주었고 마술공연과 병원 주변의 안내와 장식을 한국병원과 관계가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하였습니다.

BBQparty
개원 6개월 기념 바비큐파티를 할 때에는 미군이 많은 고기를 지원해 주어서 차가워진 밤공기 속에서도 100여명이 열기를 발산하며 즐거운 대화의 시간을 가졌고 이어지는 노래자랑을 통하여 한국산 노래방기기의 우수성이 확실히 입증되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여행 제한지역이기에 개별여행이나 가족의 면회가 불가능하여 근무기간동안 바그람 한국병원이 위치한 연합군기지 외에는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이 본인들을 힘들게 하지만, 봉사와 희생정신을 앞세운 신념이 있기에 그곳에서의 근무는 평생의 보람으로 남을 것입니다.



박석산 <서울백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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