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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미래 짊어진 학생들에게 위생교육 펼쳐
아프간 미래 짊어진 학생들에게 위생교육 펼쳐
  • 의사신문
  • 승인 2011.02.2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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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산 - 바그람한국병원의 모든 것 <3>

■바그람 한국병원에서의 진료

한국병원의 설립과정 및 설립목표에 이어 바그람 한국병원에서 진료와 교육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 봅니다.

◇유진외과의사가 화상어린이를 드레싱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은 사면이 육지로 둘러쌓인 산악지방으로 밤낮의 일교차가 심하고 대부분의 산에는 수풀이 없으며 풀조차 자라지 않는 메마르고 황폐한 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주업은 농업으로 부분적으로 산악과 광야를 개간하여 농사를 짓고 있으며 주식은 화덕에 구운빵(`난'이라 불리는 무교병)입니다.

식수는 매우 부족한 편이며 식수로 쓰이는 개울물이나 우물물은 무기물이 많이 함유되어서 식수로는 적합하지 않지만 별다른 복안이 없는 형편입니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 때문에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질환들이 많았습니다.

흔한 질환으로는 당뇨병 갑상선질환 비만 등의 대사장애질환과 결핵같은 호흡기질환 및 위장장애와 근골격질환 등입니다.

아프칸에 도착해서 진료를 시작할 때에 의아하게 생각되는 것이 먹을 것이 부족한 이곳에 비만환자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음식물을 목에서 넘기기에 불편할 정도로 심한 갑상선비대증 환자가 많았던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여자들에게 일을 시키지 않는 이슬람문화로 인하여 활동이 적어서 비만이 발생된 것으로 여겼지만 그 이유는 곧 밝혀졌습니다.

◇Dr. Park & Aisha가 여성위생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아프가니스탄은 바다가 없기에 해산물을 먹지 못해서 발생하는 요오드결핍성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가 많았습니다. 20세가 지나면서 goiter가 생기고, 대사저하에 의하여 병적인 비만과 고혈압이 생긴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 비만환자들에게 소금을 주었습니다. 요드가 섞인 한통의 iodinized salt가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치료와 함께 환자의 비만도 치료해 줄 것으로 믿습니다.

화장실이 따로 없고 노천을 이용하며 사막기후의 특성으로 워낙 건조하기 때문에 배설물들이 부패하지 않고 건조되어 사라집니다. 환경위생이 열악하여서 간염과 폐결핵이 흔하게 발견되었는데, 이들에게는 질병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위생개념이 없으므로 이를 가르쳐 주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바다 없어 갑상선기능저하로 비만환자 많아
건조한 사막기후에 열악한 위생환경으로 간염·폐결핵 흔해
질병치료보다 위생 개념 정립 중요 판단 진료와 교육 병행



한국병원내에서는 이들을 위한 위생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교육에 대한 계획을 준비하였습니다. 진료를 받기 위해 방문하는 아프칸 여성들에게 강의를 들으라고 하면 거의 거부하고 귀가할 것이기에 위생용품과 옷과 담요를 주면서 강의를 하였습니다. 이러한 여성교육의 시작에는 함께 노력한 아프칸계 미국여의사인 Dr. Aisha가 있었습니다.

산부인과의사인 Dr. Aisha는 본인의 고교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주말에는 롱부츠를 신고 미니스커트를 입고는 카블의 아늑한 음악감상실을 다녔던 1970년대에는 비교적 풍요스러웠다고 하더군요. 예전과는 너무도 다른 아프칸의 현실이 안타깝고 여성이 너무나도 보건위생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여서 Dr. Aisha는 한국병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 많은 환자의 진료와 수술 및 교육을 하였으며, 이러한 진료와 교육에는 미군간호사 및 medical assistant들도 함께 참여해 아프칸여성들에 대한 위생교육을 도왔습니다. 아프칸에는 여의사가 매우 드물기에 산부인과질환에 대한 상담이나 진료를 받을 수 없었고 산아제한을 하지 않으면서 영유아사망률이 매우 높은 이 나라의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진료를 받은 할머니가 Dr. Aisha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를 짊어진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기에 우리는 학생들에 대한 위생교육을 시작하였습니다. 바그람병원 주변의 학생들을 초청하여 응급처치교육을 시키고 응급세트와 학용품 및 운동기구 등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들의 주거환경은 대부분이 토담 내에서 살고 있으며, 집안 내에 화덕이 함께 있는 구조이기에 어린이들의 화상이 무척 많았습니다. 아침마다 병원의 드레싱 룸에서는 화상치료로 인하여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그치지를 않았답니다.

10여 일간을 병원 밖의 민가에서 숙식하면서 매일 burn dressing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허다하였으며 어떤 날에는 어린이가 화덕에 빠져서 하반신만이 아니라 호흡기까지 화상을 입고 온 끔찍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응급처치 교육을 통하여 화상이나 신체손상을 받은 경우에 first aid kit를 이용한 early home care를 할 수 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한국지방재건팀(Korean PRT)의 학교 교육활동을 할 때에도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우선적으로 한국지방재건팀이 학교시설 정비사업인 운동장 평탄화작업, 축구골대설치, 책상의자공급, 컴퓨터기기 등 학교시설물 설치를 하였으며, 병원 의료진들은 주민진료와 first aid kit사용 교육을 실시하였습니다. 이를 위하여 파르완주의 마을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데, 이때는 여러 대의 한국군장갑차의 호위를 받으면서 마을까지 안전하게 이동하였습니다.

우리들의 지방재건사업과 의료사역들로 인하여 아프가니스탄의 어린 학생들로부터 청장년에 이르기까지 많은 지식의 습득으로 미개발국가에서 현대사회로 변하는 반석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박석산 <서울백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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