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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갈래 증후군' - 올레병
`또갈래 증후군' - 올레병
  • 의사신문
  • 승인 2011.02.2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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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균<성북 이정균내과의원장>

이정균 원장
제주의 `걷는길(Trail)' `제주올레', 제주의 재발견 `올레길 231km'.

올레란 제주방언 `집에서 큰길로 나가는 아주 좁은 오솔길'이다. 또 다른 뜻은 제주의 길을 뜻하는 `돌담'이란 뜻으로도 쓰인다. 전에부터 있었던 오솔길, 토막길들을 하나로 이어 그의 이름을 불러주니 `지치도록 쉴 수 있는 길' `제주올레'가 되었다.

지치도록 쉬는 `마음 산책길' `올레길'을 걸어본 사람, `지치도록'이란 말이 `쉰다'를 수식하다?
`오래도록 푹 쉬어서 지친다.' 그 말은 대여섯 시간의 신체적 온몸 운동이 곧 휴식이 된다는 뜻이라 이해를 하게 되리라. 그래 온몸을 `지치도록'움직여 마음은 `쉰다' `온몸으로 정신을 쉬게한다' 그것이 새로운 길 `제주 올레'다. 올레길은 성야고보가 복음을 전하며 걸었던 `산티아고길(카미노 데 산티아고)'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길이다. 카미노는 `길'을 뜻하니 제주말로 `올레'다. 이 길은 프랑스의 국경도시 생장 피드포드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이어진 순례길이다.

이 순례길은 종교를 떠나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번쯤을 꿈꿨을 로망의 길이다. 총 연장 850km, 걸어서 꼬박 한달이 걸리는 지루하고 긴 여행로다. 그 길 위에서 순례자들은 종교의 의미,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교감하게 된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행하고 돌아온 제주출신 언론인 서명숙(현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은 고향 제주에 걷는길 `제주올레'를 만들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종교에 바쳐진 길이다. `제주올레'는 걷는이의 삶에 바쳐진 길이다. `순례길', `올레길'은 목적지는 같다. 두 길은 `걷는이의 몸과 마음을 정화시킨다.'

이제 걷기운동은 지구촌 전체의 트렌드다. `제주올레'는 한라산 축을 중심으로 삼아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위해 걷는길이다. 세계적으로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위시하여 `페루의 잉카트레일', `뉴질랜드의 밀포드 트레일', `히말리아 트레일' 등 수많은 걷기 운동코스가 알려졌다. `제주올레'는 2007년 9월 8일 탄생하였다. 최근 선인장 자생지(월령리) 저지마을회관 ∼ 한림항(비양도행)을 잇는 제주올레 14코스가 문을 열었다. 제주공항 주변을 제외하고 제주도의 모든 길은 올레길이다.

걸어라! 옛길, 논둑길, 밭길, 숲길 그리고 마을길로! 우리네 삶을 지극정성으로 대해주는 `걷기'는 `소통'이라 했다. 대한민국은 지금 걷는 중이다. 가히 걷기혁명, 걷기 열풍이다. 말 그래도 붐이다. 아니 경쟁적이다. 둘레길이 물꼬를 트고 올레길이 불을 지폈다. 걸을만한 길이 많이 생긴다는 것은 우리에겐 또 하나의 축복이다. 그러나 `흥행'에 성공한 `올레길'과 지리산길처럼 그 길을 `다시 걷고 싶은길'이어야 한다.

2009년 8월호 `월간山'의 별책부록 `놀멍쉬멍 걷는다. 제주올레'의 프롤로그(사진·글 이해선)의 마지막 글월은 “…돌담길을 걷고, 오름을 오르기도 한다. 꽂자왈 숲길(쓸모없는 덤불숲)을 지나고, 아슬아슬한 기정(절벽)길을 걷기도 한다. 바당(바다)길을 걸을 때에는 제주의 여신(女神)인 해녀들을 만나기도 한다. 제주의 햇살과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천천히, 천천히 걷다보면 우리 모두는 진정한 순례자가 될 것이다.”

 “올레길에서는 간세다리(게으른 걸음)로 놀멍쉬멍 걸어보게 마씨.”

제주섬이 우리 신체의 얼굴이라면 동쪽, 서쪽에 새끼섬 우도와 차귀섬은 양쪽 귀가 아닐까. 다채로운 색감의 바다, 푸릇한 밭, 새끼섬, 그 속에 한데 어울린 풍경은 정말로 기가 막힌 모습이다. 바다, 민가의 돌담을 끼고 몇시간의 도보여행 올레길은 생각은 깊어지고 삶을 정리하게 된다. 육신의 피로를 통해 정신을 일깨워준다. 그것은 종교적 참배는 없어도 가벼운 도보 여행코스라기 보다 순례길이 되지 않을까. 자연의 아름다움. 삶에 대해서는 숙연함을 느끼니까. 마을 속 돌담길, 바다끼고 도는 해안길, 실핏줄처럼 이어진 명확한 코스지만 속도, 주파의 길은 아니요, 느릿느릿 간세다리(게으른 걸음)로 걷는길이다.

한 코스를 다 걷지 못해도 좋다. 마음이 닿는만큼 걷다가 돌아오는 것으로 만족하라. 그 길엔 안내자도 팻말도 없다. 돌담, 길바닥, 전봇대 - 화살표만이 가야할 길을 안내한다. 시계바늘과 같은 방향의 코스는 푸른색 화살표, 반대 방향길엔 황색 화살표다. 갈림길에 화살표, 차근차근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일수다. 너무 풍경에 몰두하거나 생각에 잠겨 걷다보면 화살표를 놓치고 길을 잃게 된다. 화살표는 깊은 생각, 상념에 빠지거나 풍경 경치에 취한 보행자를 가끔씩 흔들어 깨운다. 또 화살표는 길 집중을 가르치고, 딩구는 돌, 쌓아놓은 돌담 아름다운 경치와 꽃의 새삼스러움을 깨닫게 해준다. 화살표는 길안내, 보고 지나가야 할 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마라톤 선수들의 runner's high, 그렇다면 walker's high도 있을 터 남녘들판, 해안, 돌담속, 그리고 푸른 바다엔 아직도 우리에게 낯설고 청순한 제주가 남아있다. 남한 최고봉 한라산, 오름, 남국의 자연풍광, 신들의 나라 전설과 신화, 외국어 수준의 언어, 문화와 풍습, 그리고 한반도 사람들의 살아온 역사가 고스란히 압축된 살아있는 교과서, 다시 또 찾아가고 싶다.

이정균<성북 이정균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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