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의 획득<1>
프리미엄의 획득<1>
  • 의사신문
  • 승인 2011.02.1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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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플라시보 효과 `프리미엄의 세뇌'

우리가 알고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그 전에는 지금은 잊어버린 다른 브랜드들이 있었다. 진정한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수공업에 가까웠다. 얼마 전까지 페라리가 수제 생산을 한 것처럼. 그러나 정작 당시 페라리마저도 제어장치는 대량 생산업체 보시의 모트로닉 제품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대중문화에서 말하는 명품이라는 개념과 자동차는 약간 다른 측면이 있다. 이를테면 루이비통 지갑은 간단한 수리만으로 수십년을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동차는 엔진오일이라도 정비주기마다 갈아대지 않으면 당장 문제가 생기고 만다. 필터도 갈아야하고 식당과 마찬가지인 주유소에도 들러야 한다.

프리미엄 차종은 부속 값도 비싸기 때문에 차를 유지하는 사람은 구매할 때와 마찬가지로 유지에도 많은 돈을 들이게 되고 어쩌면 이런 사실 때문에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을 즐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른바 우쭐한 기분이다. 바로 문화인류학적 이론들이 적용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원주민 추장이나 귀족들의 기묘한 소비형태는 인류학 교과서의 단골소재이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베블런의 과시적 소비라는 용어로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타난다. 반드시 경제적이거나 실용적인 생각들이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그러니 경제는 반드시 경제적인 것이 아닌 것이다. 교과서는 때로 예외와 거짓말이 섞여있다).

프리미엄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가격표와 사람들의 인지도다. 명품가방 부품이 어디서 만들어졌는지는 사람들이 모른다. 그러나 잘 만들어진 가방은 부품들의 총합에 온갖 이미지와 가치부여가 일어나고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세뇌한다. 실제로 그 가방이 잘 만들어진 것은 분명할 것이다. 하지만 그만한 가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어쩌면 거품에 가까운 가치부여가 일어나면서 최종적인 가격은 그 가치부여에 상응하게 된다. 사람들이 지불하는 것은 그 이미지와 브랜드의 상징이다.

상징성에 관한 이야기라면 보르헤스나 다른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더 편하겠지만 결론은 아마도 메이커가 오랜 기간 동안 확실하게 세뇌를 하고 사람들이 따라준다는 것이다. 세뇌가 확실하게 되면 그 차는 더 안전하게 느껴질 것이고 더 편하게 느껴질 것이며 가격을 아는 사람들은 더 가치가 있는 차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물론 디자인이나 마감도 실망을 안겨주지 않을 만큼 충분히 좋아야 한다. 다는 아니지만 일종의 강력한 플라세보 효과를 누리는데 사실 메이커들은 가격을 높이기 위해 안전성이나 성능을 중요시하게 되고 다른 차와 차별되면서 비싼 가격표는 확실하게 정당화된다.

자동차에 대해 틈틈이 지켜보는 필자는 가끔 차종의 연혁을 보면서 언제 이 메이커가 프리미엄을 갖는 차종을 만들게 되었나 곰곰 생각해 보곤 한다.

그 중의 하나인 벤츠는 처음에 수공업적인 사치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대량으로 고급차를 만드는 메이커로 성장했노라고 피터드러커 자서전에 적고 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어떤 똑똑한 경영인이 자동차의 생산에 대해 미국 GM의 캐딜락을 벤치마크하면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시의 GM은 알프레드 슬론이 경영하고 있을 때였다. 캐딜락이 당시 고급차라는 점은 분명했지만 당시 기준으로 품질관리를 확실히 하기 전에는 문제가 많은 회사였다. 품질관리가 차를 운행하면서도 확실하게 일어나려면 생산이나 그 이전에도 머리를 써야 할 필요가 있었다.

차의 대량생산이 일관작업에 의한 것 보다는 머리를 쓰는 일이 더 중요한 것이라는 것은 당시의 경영자들도 알고 있었다. 머리를 쓰는 일이라는 것에는 어떤 수요가 중요한가를 파악하는 일도 포함된다. 1930년대 당시 GM은 흑인들에게 캐딜락을 팔지 않으려고 했는데 성공한 흑인들은 필사적으로 캐딜락을 사려고 했다고 한다. 성공한 프리미엄을 누리고 싶어했던 것이다. 똑똑한 경영진이 이런 사실을 캐치하고 나서야 판매조건이 완화됐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판매량은 크게 늘었고 메이커는 AS 문제를 고민할 여유가 생겼다. 이 문제의 해결에도 머리를 짜내야 했다.

벤틀리나 롤스로이스 같은 메이커들은 이런 점들을 철저하게 이용했고 상당히 성공한 사람들이 차를 사고 싶어도 애를 태우며 기다려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비틀즈의 멤버였던 존레논이 벤틀리를 사고 싶어도 팔지를 않자 매니저 회사의 사장이 구매한 차를 탈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메이커들은 신분의 벽을 만들고자 했던 것 같다. 요즘은 신분보다는 돈이 더 중요한 벽으로 변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요즘은 과연 이런 일이 있을까 우리는 의아해하곤 한다.

어쩌면 이런 이상한 이야기들은 자동차의 진화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벤틀리의 시작은 프리미엄 차가 아니라 고급차를 사고 싶어 하는 신흥 성공자들에게 적절한 즐거움을 줄만한 차를 만드는 것이었고 그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나중에 벤틀리는 성공적인 사람들에게만 차를 파는 회사로 변했다. 재규어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출발을 보였으며 영국의 택시를 카피하여 차를 만들던 BMW 역시 프리미엄 메이커로 변했다. 포르세는 폭스바겐 비틀을 개조한 스포츠차카 메이커로 출발을 한 것이며 앞서 말했던 페라리 역시 경주에 쓸 수 없는 차들을 귀족이나 부자에게 비싸게 팔아먹는다는 말을 들으면서 출발했다. 시작은 다 허접하거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출발하지만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영업하다보니 점잖은 모습과 신화들을 갖게 된 것 같다.

때로는 프리미엄 또는 프리미엄 성격의 획득이라는 점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앞으로 몇 번의 주제이기도하며 중요한 실상의 일부이기도 하다. 우리가 차에 대해 갖고 있는 많은 선입견의 출발이기도 하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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