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쓰러진 떡갈나무 잎에 비친 `햇살'
그날 오후에 뒷산에 올라가보니, 등산로의 지붕이 되어주던 아까시와 참나무가 거의 쓰러져서, 하늘이 뻥 뚫린 것 같았다. 서울에서만 살아온 탓에, 이런 폐허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간간히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가 나고, 길을 덮었던 나무는 말끔히 사라졌다. 쓰러진 나무를 그내로 놔두고, 자연이 회복되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좋으련만, 바쁜 우리들은 그럴 여유가 없다. 빨리 청소해 버리고, 그 자리에 새 나무를 심어야 임무를 완수한 것이다.
신동호〈양천 신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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