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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년 새해, 마니산서 힘찬 전진을 꿈꾼다
신묘년 새해, 마니산서 힘찬 전진을 꿈꾼다
  • 의사신문
  • 승인 2011.01.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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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산악회 2011년 시산제 마니산 사전 답사기

김윤정 원장
2010년 여름 정기산행 이후 서윤석 고문의 추천으로 서의산 정기산행 준비모임에 가입하게 됐다. `산사랑' 사이트에서 정기산행이외의 등반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가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기회가 주어져서 좋았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산행에 많이 참석하고 싶다.

11월28일 강화도 마니산으로 시산제 사전답사산행이 있다는 문자가 왔다. `강화도 마니산'이라는 문자에 웬지 나와 인연이 있는 산 인듯 했다. 2주전 강화도에 갔었다. 목표는 마니산 등산이었는데 주변의 유적지를 둘러보느라 시간을 다 보내 결국 드라이브로 마니산 주변만 바라본 후 돌아와야 했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간직한 채 있었는데 서의산 시산제 답사로 강화도 마니산을 가게 된다니, 웬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니산의 원래 이름은 두악(頭嶽)으로 머리산, 마리산이라고도 부르며, 마리란 머리를 뜻하는 고어로 강화도 뿐만 아니라 전민족의 머리로 상징되어 민족의 영산으로 숭앙되어왔다.

해발 469.4m의 강화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상봉에는 단군왕검께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쌓았다는 참성단이 있으며, 산세가 수려하고 기암절벽이 산재해 있고, 화강암반이 비교적 넓게 분포되어 있다.

또한 기(氣)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세게 나온다하여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으며, 1977년 3월 31일 국민관광지로 지정됐다. 사적 제 136호인 참성단은 단군께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제단이라고 전해 오는 곳으로 `마니산 제천단'이라고도 한다. 고려시대에 임금이나 제관이 참성단에서 제사를 올렸으며, 조선시대에도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고 전해진다. 사적보호 차원에서 개방시간이 제한되어있다. 매년 12월 31일부터 명년 1월 1일 새해맞이 행사 때와 10월 3일(양·음력) 개천대제행사 그리고 전국체육대회 등 성화 채화 시에만 개방한다고 한다.

드디어 민족의 영산이라 알려진 산을 가게 되었다는 기대감에 답사일이 많이 기다려졌다. 우리나라에서 기가 가장 세다고 하니 이곳에 가면 풍성한 기를 받아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았다.

서의산 답사산행에 처음 참석한 때문인지 약간 긴장되어서 평소의 정기산행 때 보다 이른 시간에 압구정동 주차장에 도착했다. 날씨도 추워서 근처 24시간 햄버거집에서 간단하게 커피를 마신 후 모임장소로 향했다. 주차장에는 변함없이 산행팀들의 버스가 몇 대 있었다. 여의사모임에서도 산행이 예정되어있었던 듯. 우리보다 좀 더 많은 인원의 사람들이 버스 안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전답사팀 버스를 찾아야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쉽게 알 수 있었다. 낯익은 분들이 버스 앞에서 얘기를 나누고 계셨다. 생각보다 소규모여서인지 정기산행 때보다는 더 친숙한 분위기였다. 약간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낯익은 분들께 인사를 한 후 출발을 기다렸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서의산 산악회는 출발시간을 비교적 잘 준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도 이른 아침이었지만 크게 늦지 않게 출발했다. 김포로 해서 강화도로 가는 코스였다. 도중에 아침을 먹게 되었다. 따뜻한 국물에 밥을 든든히 먹은 후 다시 출발하여 강화도 마니산입구에 도착했다.

보통은 모인 후 바로 산행을 시작하는데 이날은 시산제 답사로 모인 것이라 산행로라든가 시산제 장소 및 뒤풀이 장소를 정하는 것도 필요한 듯했다. 덕분에 산행이 좀 지연되긴 했지만 그동안의 정기산행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등반로 및 산행 후의 음식점 등이 결정됐는지 알 수 있었다.

뒤풀이 장소에서 임원진들이 여러 가지를 확인한 후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등산로는 크게 3코스가 있었다. 우리는 2코스인 단군로에서 함허동천 코스(거리 5.1km, 소요시간 4시간)를 함허동천 쪽에서 시작했다. 정기산행 때는 단군로부터 시작하게 된다. 마니산은 계단로로 유명한데 2코스에는 372나무 계단이 있었다. 1코스의 918돌계단에 비하면 훨씬 수월할듯 하였다. 등산로 옆으로 캠핑을 할수 있는 장소가 여러 군데 눈에 띄었다. 제법 유명한 함허동천야영장이라고 한다.

날씨가 좋다면 가족끼리 함께 캠핑을 하면서 마니산의 정기를 듬뿍 받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영장 내부에는 차량진입이 허용되지 않아 리어커를 대여받아 짐을 옮기는 수고를 해야 한다고 한다. 함께 갔던 선생님들 중 연재성 총무와 조해석 선생은 가족들과 야영을 자주 하시는 것 같았다. 야영에 대한 지식이 상당했다. 그분들의 대화를 들으며 기회가 된다면 야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코스 중 비교적 쉬운 2코스 선택 함허동천 쪽에서 산행 시작
아름다운 경관에 감탄하고 눈길산행 안전 고민하며 정상올라
오는 23일 시산제 많은 회원들이 참석 즐거운 산행되길 기대



계곡을 좀 걷다보면 표지판이 나오는데 그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너럭바위에 조선전기 승려 기화가 썼다는 `함허동천'이라는 네 글자를 확인할 수 있다. `구름 한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있는 곳'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주위경관과 네 글자가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인상을 받았다. 정상까지의 등반로는 비교적 수월하였지만 군데군데 오르막이 있어 땀이 제법 나와 겉옷을 벗어야 했다. 등산을 할 때는 여러 벌 옷을 겹쳐 있는 게 좋다고 하던데 이날 다시 한번 실감했다.

다른 선생님들의 배낭이 비교적 부피가 나가 보여 약간 궁금했었는데 등산을 하면서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여벌의 옷들과 두꺼운 겉옷을 넣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바위가 많지는 않았지만 눈이 온 후의 산행이라면 미끄러워 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며 임원진들은 사전답사에 신경써야 할 것들이 의외로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화에서 제일 높은 산이라서인지 정상에 도달하지 않았는데도 전망이 정말 좋았다. 드넓은 평야, 세계 4대 갯벌 중 하나라는 강화갯벌 그리고 바다, 여러 섬들과 산들이 함께 어우러져 늦가을의 풍경과 함께 말할 수 없는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내가 등산을 좋아하는 것이 이런 것 때문이 아닐까? 온몸이 땀에 흠뻑 젖게 되고 정상까지 올라가면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치들. 세상의 힘들었던 일들이 사소하게 느껴지면서 나를 좀 더 객관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내가 등산을 좋아하게 된것 같다.

나름 감상에 젖어 등반을 하고 있던 중 갑자기 포소리가 들렸다. 순간 걱정이 되었다. 23일 연평도 포격사건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라 조금 긴장이 되었다. 다행히도 더 이상의 포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전쟁은 절대 일어날 수 없을꺼라는 생각을 해서인지 나뿐만 아니라 우리팀을 포함한 다른 등반객들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등반을 계속하고 있었다. 정상에 도착하여 드디어 참성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안으로 들어가서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어 감회가 새로웠다. 정상에서 선생님들과 안내판을 보며 여러 섬들의 위치를 가늠해보았다. 희미하지만 어렴풋이 영종도의 활주로로 예측되는 곳도 보이는 듯 했다. 경치를 마음껏 감상한 후 다 같이 빙 둘러 앉아 간식을 먹었다. 서로 싸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대화를 하다보니 정말 친근해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뒷정리를 한 후 단군로를 향해 하산길을 정했다.

하산길은 좀 더 여유로웠다. 372나무계단도 어렵지 않았다. 918돌계단코스는 많이 힘들다고 한다. 코스를 정말 잘 정한 것 같다. 하산길에는 좀 더 여유롭게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가볍게 대화를 하면서 내려왔다. 매표소까지 총 산행시간이 3시간30분 정도 걸렸다. 강화도는 순무와 속노란 고구마가 유명하다고 하던데 역시나 주차장에 노점상들이 자리를 차려놓고 있었다. 산행 후 버스를 타고 식당으로 향했다. 늦은 점심메뉴는 숯불장어였다. 맛집을 찾기 위해 잠시 길을 헤매긴 했지만 정말 맛있었다. 강화도의 별미 중 하나라고 한다.

서울로 향해 출발하면서 교통체증이 심할까 걱정이 되었다. 배도 부르고 피곤해서였는지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길이 생각보다 막히지 않아 김포에 들어서고 있었다. 압구정 주차장까지 가기 전에 목동에 잠깐 들러 이재일 회장을 비롯한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먼저 내리게 되어 집에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시산제 날짜가 1월 23일로 정해졌다. 겨울의 강화도는 또 어떤 풍경을 만들어낼지 기대가 많이 된다. 다만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즐거운 산행이 되었으면 한다.

김윤정<서초 원진성형외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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