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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중심진료의 최우선 조건은 `소통과 이해'
환자중심진료의 최우선 조건은 `소통과 이해'
  • 의사신문
  • 승인 2011.01.2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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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 <2>

환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의사는 어떤 의사일까. 바로 설명 잘 해주는 의사다.

과거 대한의사협회가 환자 1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얄미운 환자 1위로 `불성실 투덜이형' 환자가 지목되었다고 한다. 반면 고대 의학교육과에서 치과환자 159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조사에서는 비호감 의사 1위로 왜, 어떻게 치료하는지 설명도 안 해주고 진료하는 `과묵형 의사'가 뽑혔다고 한다. 앞의 두 설문 결과는 다른 것 같지만 결국 환자들이 설명 잘 해주는 의사를 원한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의사의 설명이 부족할수록 환자는 치료에 불성실하게 되고 투덜이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는 환자 치료를 위해서라도 설명 잘하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

과거 본인이 의사신문에 연재했던 〈의사들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가이드〉 칼럼에서도 강조했던 내용이지만 전문적인 의학정보를 다루는 의사는 일반 서비스 직종에서 강조하는 CS(고객 만족. 친절) 교육이나 아나운서나 성우가 받는 발성 훈련이나 단순히 말을 매끄럽게 하는 일반적인 말하기 스킬로는 부족하다. 물론 교육을 받아서 나쁠 것은 없겠지만 의사는 의사에게 필요한 진료 시 환자와의 소통 방법에 대해 배워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복식호흡으로 좋은 목소리를 내고 유창하게 말하며 친절하게 행동하는 것을 넘어선다.

실제로 환자들은 의사의 태도가 다소 불친절하더라도 자신의 증상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해주는 쪽이 의사가 친절하지만 설명이 부족한 경우보다 훨씬 더 만족스럽다고 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의사가 설명도 잘 해주고 태도도 친절한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 된다. 환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의학 전문 용어를 남발하고 환자의 이해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설명하면서 형식적인 친절함만을 강조다보면 오히려 진료 불만족을 넘어 의료 전문가로서의 권위까지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환자들이 원하는 `설명 잘하는 의사'는 어떻게 될 수 있을까.

환자의 지적수준과 이해도에 맞춰 설명 방식과 메시지의 양을 효과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진료 시 환자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져 환자의 지적수준과 이해도를 파악한 뒤에 그에 맞는 설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의학적 지식이 많은 똑똑한 환자에게는 그 환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맞춰 논리적으로 설명해주어야 하는 반면, 의학적 지식이 전혀 없는 환자에게는 치료에 잘 따라올 수 있도록 핵심사항을 강조하여 설명해주되 환자의 치료에 있어 의사가 더욱 적극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같은 당뇨병 환자라도 한 명은 가족력이 있어서 당뇨 합병증이 무섭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이요법을 철저히 지키는 반면 다른 한 명은 당뇨라는 것이 너무도 생소하여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술, 담배를 가까이 하며 혈당이 올라가는 음식을 마음대로 먹는 등 당뇨에 치명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사는 이 두 환자가 똑같이 `당뇨' 진단을 받았더라도 설명이나 교육을 다르게 해주어야 한다. 물론 후자의 경우는 의사의 역할이 전자보다 몇 배로 중요해진다. 환자가 당뇨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생활습관을 바꿀 수 있도록 의사가 더욱 자세히 설명해주고 지속적으로 교육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각 환자에 맞춰 효과적으로 설명해주고 교육해주는 의사가 바로 모든 환자들이 가장 원하는 `설명 잘하는 의사'다.

아울러 설명이 무조건 길다고 혹은 의사가 말이 많다고 해서 설명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의사가 목이 쉴 만큼 구구절절 설명을 하더라도 환자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설명을 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바쁜 진료 상황이라 설명 자체는 길지 않지만 환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핵심을 잘 간추려 논리적으로 이야기하여 환자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그거야말로 설명 잘 하는 의사라 할 수 있다.


환자의 지적수준과 이해도 맞춰 설명방식·메시지 양 조절해야
비언어적인 표정에도 관심 갖고 핵심사항 간결하게 설명 필요
질병보다 환자의 말에 먼저 주목하는 `사람 중심 진료' 펼치길


환자 역시도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설명을 길게 늘어 놓는 의사를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의 말을 적극적으로 경청하면서 환자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어휘나 환자가 강조하는 부분을 귀담아 듣고 거기에 맞춰 핵심사항을 간결하게 설명해주는 것을 권한다. 특히 환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비언어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언어보다 많은 것을 담아내는 것이 비언어라는 말이 있다.

“식이요법은 잘 하고 계시지요?”라는 의사의 질문에 환자는 순간적으로 의사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예…”라고 대답했지만 얼굴 표정은 “아니올시다”라고 말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므로 설명 잘 하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환자의 언어뿐만 아니라 비언어까지 잘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바쁜 진료 상황일지라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

강조하지만 의사가 환자의 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 병을 지닌 사람과 소통해야 한다. 그래서 의학이 매우 논리적인 학문임에도 논리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설명 잘하는 의사도 마찬가지다. 환자의 질병에 앞서 먼저 그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와 인간적 라포가 형성되어야 한다. 앞서 이해를 돕기 위해 당뇨 환자의 사례를 들었지만 당뇨나 고혈압, 비만 같은 만성질환은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것만으로도 많이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환자가 갖고 있는 질병 자체에만 관심을 갖다 보면 정작 그 사람이 왜 술과 담배를 끊지 못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병을 치료하기가 힘들다. 의사가 볼 때 그 환자는 그저 `말 안 듣는 환자'일 뿐이니까. 반면 질병보다 사람에게 먼저 관심을 갖게 되면 현재 그가 다니는 회사에 명퇴 바람이 거세게 불어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술과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좀 더 현실적인 대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간을 이해함으로써 병을 더욱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은 환자 중심 진료가 될 때 그리고 질병보다는 사람에게 먼저 관심을 가질 때 가능하다. 특별히 여기서 환자 중심 진료라는 것은 진료 시 의사가 알고 싶은 것보다 환자가 궁금해 하는 것에 먼저 주목하는 진료다. 물론 한정된 시간에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국내 의료 상황에서는 이러한 진료 방식이 현실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진료의 시간이 반드시 진료의 질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한정된 시간이라도 진료 초반 환자가 자신의 증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환자가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것, 가장 걱정하는 부분에 주목하여 우선적으로 설명해주고 환자의 어려움과 고통을 적절히 이해해주는 것으로도 환자 중심 진료가 될 수 있다.

초진환자는 더욱 그렇다. 재진 환자는 환자의 건강상태나 원하는 부분에 대해 의사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초진환자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가 더욱 관심을 갖고 환자 중심 진료로 이끌어야 한다. 시간이 허락하는 선에서 되도록 환자가 하는 이야기는 자르지 말고 잘 들어주길 바란다. 실제 초진환자에게 공을 들이고 시간을 많이 할애하면 그 다음 진료가 훨씬 쉬워지고 결과적으로 더 빨리 갈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 한 주는 환자가 갖고 있는 질병 보다 먼저 그 사람에 대해 먼저 관심을 갖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이것이 이번 한 주 동안 선생님들께 드리는 미션이다. 특히 우리 병원에 자주 오는 충성환자나 그 동안 병 이외에는 다른 이야기를 해보지 않았던 환자, 혹은 지금까지 그저 의사 말 안 듣는 나쁜 환자로 낙인찍어버린 환자에게 더욱 관심을 갖길 바란다. 어쩌면 말 안 듣는 환자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음을 알게 되고 인간을 이해함으로써 환자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앞으로 의사신문을 통해 진정 환자들이 좋아하는 의사가 되실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향을 열심히 제시드리고자 한다. 특히 매 주 한 가지씩 선생님들께 드리는 미션은 바쁜 진료 상황일지라도 단 한 명의 환자에게라도 실천하시길 바란다. 어느 순간 환자들이 좋아하는 설명 잘 해주는 선생님으로 불리고 있을 것이다.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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