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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시승해야 하는 이유들
차를 시승해야 하는 이유들
  • 의사신문
  • 승인 2011.01.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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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동경과 선입관 해소하는 지름길

친구와 통화를 했다. 요즘은 신차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사람들이 구입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요즘 같으면 어떤 것을 살까하며 고민하는 와중에 새로운 신차가 나와 버린다. 차들을 비교 시승하는 BBC의 톱기어 같은 프로가 있다면 도움이 될테지만 아직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시승기들을 다양하게 올리는 중앙일보 auto.joinsmsn.com에 나오는 김기태 PD의 동영상 프로의 조회수 역시 아직 마니아 수준을 넘지 않는다.

어쩌면 사람들은 차들을 잘 모르는 상태로 구매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번 사면 오랫동안 탈 가능성이 높은 내구재 비슷한 것을 그냥 남들과 비교해서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별 문제도 없이 별 재미도 없이 몇 년을 더 타고 새차로 갈아타곤 한다. 하지만 신차가 이렇게 많이 나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메이커들이 열심히 차를 만들어 이것을 타보세요라고 말하면 획일적인 구매 패턴의 변화가 올 수도 있다. 치열한 경쟁의 전주곡일 수도 있는데 가격만 더 저렴하다면 사지 않고는 못배길 만큼 유혹은 집요하다.

그런데 소유라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차를 리스나 렌탈로 사면 사실 돈을 갚는 기간은 차를 메이커로부터 빌리는 것이다. 세제상 경비로 처리할 수 있어서 감가 상각 해버리면 효용이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나 이것은 분명히 소유의 형태는 아니다. 이용하는 권리, 새로운 차를 운전하는 권리이기도 하다. 소유가 아니고 이용이다.

예전에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이라는 책은 사실 소유보다는 사용권한(access)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내용을 적었는데 자동차에도 그대로 해당된다(원래의 제목은 The Age of Access였다). 렌탈이나 리스에서 시작해서 사용자 라이선스까지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이제는 너무 당연한 내용이 됐다. 핸드폰만 해도 소유의 개념보다는 독점적인 이용권에 가깝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주 오랜 기간 소유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곧 새로운 상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내구성 소비재로 알고 있는 자동차도 생산과잉의 시대에는 소비를 촉진하는 풍조를 따라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세상에서 소비자들은 어떤 메이커에 대한 충성심 같은 것을 갖고 있다. 메이커들로서는 가장 커다란 자산이고 판매와 직결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나이키만 신거나 아디다스만 좋아하는 경우도 있고 새로운 브랜드를 좋아하기도 한다. 잘 바뀌지 않는 신비로운 그 무엇이다. 신발 메이커들도 갖고 있는 이 정도의 충성심을 자동차 메이커가 갖고 있지 않을 리가 없다.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 같은 것을 갖고 있고 특정한 소비계층을 의식하여 어떤 모델은 가격대를 조정하기도 한다.

아주 많이 생각한다면 차의 잔존가치를 생각하기도 한다. 어떤 브랜드는 3년이 지나면 중고가격이 50% 이하로 떨어지고 어떤 메이커의 특정모델은 30%도 안 떨어진다. 그러나 그 몇 년 동안 그 정도의 가치를 뽑았다면 손해는 적거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메이커가 같은 클래스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서 모터쇼에 내보낸다면 차량의 잔존가격만이 아니라 체면이 문제가 되는(구형모델이 되고 마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처음에 많이 생각하고 고르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 생각하고 고르는 사람은 없다. 차를 샀다면 이용기간도 얼마인가가 문제다. 예전에 미국차들 처럼 3년에서 5년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차를 버리는 시기는 지나갔다고 한다. 새로운 차들은 과거의 차들과도 경쟁을 해야 한다. 이건 보조금이나 다른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이런 문제들은 경제학만으로는 절대 설명 불가능하다. 심리학에 가깝다.

요즘같이 새로운 차들이 당장 70여종 넘게 나오는 상황이고 작년에도 많이 발표된 요즘과 같은 상황이라면 차들을 여러 번 시승할 이유가 충분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시승을 하면 현재의 차와 비교해 볼 수도 있고 새로 나온 다른 차종들과 비교해 볼 수 도 있다. 이도 저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더 기다려보는 방법도 남아있다. 어찌되었건 많이 시승하는 수밖에 없다. 여러 번 타보다 보면 주관과 시각은 더 명확해 진다.

그러니 올해같이 자동차 지면에 `올해 쏟아져 나오는 신차 무엇을 탈까' 같은 기사들이 쏟아진다면 선택은 자명하다. 시승인 것이다. 잘못된 선입견, 막연한 동경, 잘 모르는 내용 같은 것은 몇 번의 시승이면 머리가 맑아진다. 클리닉에 갇혀 있는 것이 최대의 제약이라면 제약이다. 이럴 때는 담당자에게 토요일의 오후에 시간을 내라고 하거나 조금 늦게까지 당직근무 하는 날이 없냐고 물어보면 된다. 말끔하게 차려입고 매장을 지키는 영업담당자들의 목표는 판매실적의 향상이다.

미래의 구매자가 될 수도 있는 `나'를 납득시켜 보세요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요구다. 판매의 기본은 시승이니 판매자를 도와주는 일이기도 하다. 요즘같이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는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사실 요한 도움을 주는 셈이다. 시승자 중의 몇 %는 구매로 이어진다는 통계도 있다. 필자의 올해 시승계획은 연초의 회계업무가 끝나면 E300을 몇 번 더 타보고 경쟁 차종인 BMW528를 시승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520D같은 차들을 시승해 보는 것이다. 그 다음은 시간을 내어 여러 메이커를 끈질기게 시승해 보는 수 밖에 없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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