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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첼로소나타 제3번 A장조 작품번호 69
베토벤 첼로소나타 제3번 A장조 작품번호 69
  • 의사신문
  • 승인 2011.01.2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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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에 역동적인 생명력 불어 넣어

베토벤은 자신의 첼로소나타 제3번 사본에 `눈물과 슬픔 사이에서(Inter Lacrimas et Luctum)'라고 써 놓았다. 이 곡은 고금의 첼로소나타 중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교향곡 제5번과 제6번 등과 거의 같은 시기에 완성되었다.

이 시기는 그가 갖가지 고통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예술적으로 크게 성장하였던 중기시절로 어느 면에서는 38세의 베토벤이 가장 행복했고, 창작열 또한 한창 타오르던 시기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이 곡은 격정과 깊은 명상이 얽혀 솟아오르는가 하면 어느새 명상 속으로 침잠하는 절묘한 구성력을 보여주고 있는 걸작이다. 첼로음악에 있어 바흐의 `첼로 무반주조곡'이 구약성서라면, 이 곡은 신약성서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이 베토벤의 5개 첼로소나타 중 가장 뛰어나고 널리 알려진 배경에는 탄탄한 짜임새와 기품있는 선율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이 곡이 첼로를 피아노와 대등한 위치에 놓고 작곡된 최초의 소나타란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베토벤 이전에는 독주악기로서 첼로의 역할이 보잘 것 없었지만 이 곡에서 비로소 첼로가 과거에 비해 피아노와 맞먹는 넓은 음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피아노의 분방한 연주에 대등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이다.

베토벤은 이전 작곡가들보다 평소 첼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친구들 중에는 첼리스트가 많았다. 악기 특성상 첼로는 그리 밝지 않은 톤으로 철학적인 심도가 강하여 베토벤 성격과도 맞았을 것으로 본다. 베토벤은 5개의 첼로소나타 뿐 아니라 다양한 첼로곡을 작곡하여 첼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하였다.

이 첼로소나타 제3번은 당시 절친한 친구였던 이그나츠 공작에게 헌정되었고 작곡된 다음해에 첼리스트 니콜라스 크라프트와 베토벤 피아노연주의 선구세대라 할 수 있는 바로네츠 도로테아에 의해 초연되었다.

△제1악장 Allegro ma non troppo 한 고독한 작곡가가 인생과 예술에 대해 유연하고 다채로운 사색에 잠겨 천천히 들판을 거닐고 있는 듯한 모습이 연상된다. 풍성한 자연은 그에게 넓고도 너그러운 품을 제공한다. 베토벤이 아직 청각을 완전히 상실하기 전 그는 숲과 언덕등 자연의 품에 대한 찬미의 말을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신비, 그에 대한 느낌을 승화시켜 자연에게 헌사한 곡이 교향곡 6번 `전원'이라면 이 첼로소나타 3번은 그것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이 `전원'에 바로 뒤이어 나온 작품이란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는 이 시기에 가장 행복했고 삶에 대해 가장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첫 악장 서주는 무척 명상적이며 자연을 관조하는 듯 한 여유를 지니고 있다.

△제2악장 Allegro molto 피아노와 첼로의 대화가 숨 가쁘게 이어지는데 여기서는 무한히 뻗어가는 생명의 힘이 느껴진다. 베토벤의 다른 작품에서처럼 이 작품 역시 높은 기품과 불타는 정열로 가득하다. 낭만주의가 문을 열던 초기에 태어난 이 작품은 단단한 짜임새와 베토벤의 개성이 잘 나타난 걸작으로 첼로음악의 정점에 있음이 분명하다.

△제3악장 Adagio cantabile-Allegro vivace 기존에 사중주형식과 다르게 3악장 구성으로 느린 악장이 빠져 있으나, 그 기능을 이 악장에서 충분히 보충하고 있다. 원숙기의 작품인 만큼 첼로가 고유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피아노와 대등한 입장에서 피아노가 황홀하게 손을 내밀면 첼로가 가만히 그 손을 잡듯이 대위법적 처리로 서정성이 넘치는 아다지오 칸타빌레 서주는 참으로 아름답다.

■ 들을만한 음반 : 피에르 푸르니에(첼로), 빌헬름 캠프(피아노)(DG, 1965);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첼로),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피아노)(Philips, 1961); 파블로 카잘스(첼로), 루돌프 제르킨(피아노)(CBS, 1953); 요요 마(첼로), 엠마뉴엘 엑스(피아노)(CBS, 1983)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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