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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형 벤츠 E 300 시승기〈3〉
2011년형 벤츠 E 300 시승기〈3〉
  • 의사신문
  • 승인 2011.01.1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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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카의 `엔트리 모델'로 부족함 없어

시승은 송파의 막힌 대로에서 벗어나 대치동에서 가락동으로 가는 넓은 길에서 가속을 할 기회를 얻었다. 밟으면 주-욱 나가는 이 힘과 반응은 분명히 과거의 벤츠 엔진과는 다르다. 속도계가 올라가는 느낌은 확실하다. 체감속도보다 빠르지만 GPS 속도계와 같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벤츠의 V6 엔진에 대한 평가는 아주 높지는 않다. 그러나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시원시원한 느낌이고 닛산의 엔진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시원하다는 느낌이다.

가끔씩 몰아보는 SM7의 엔진과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엔진의 반응은 의도적으로 반박자 늦추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부드럽게 다른 차들을 제치거나 옆으로 빠져 나가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시승이 끝나기 전에 필자는 담당자에게 물었다.

-한성을 포함해 벤츠의 공임은 매우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만 빼면 정말 가격대비 가치가 매우 높은 차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증기간 3년 동안에는 모든 고장을 책임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그렇다. 예전에는 워낙 여유가 있던 아니 그 이상으로 돈이 많던 사람들이 벤츠를 몰았기 때문에 3년정도 지나면 교체를 생각하고 다른 모델로 갈아타곤 했지만 요즘처럼 구매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에서는 한번 구입하고 나서 꽤 오랫동안 타는 것도 변수다. 필자 역시 이차를 산다면 리스기간 3년동안 세금을 절약하는 것을 빼면 리스비를 대느라고 많은 신경을 쓸 것이기 때문에 몇 년을 더 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AS에 신경이 쓰이지 않겠는가? 물론 다른 경로를 많이 알고 있지만 본격적인 고장은 AS센터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필자 같은 사람은 프리미엄 차를 타기에는 회사의 입장에서 적합한 사람이 아니다.

시대의 변화와 프리미엄 메이커 벤츠라는 이미지 사이에는 무엇인가 갭이 있어 보인다. 3년 후라면 기꺼이 수리비 몇백 정도는 지불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탈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다른 분위기에서 놀던 나 같은 사람은 센터가 아니라 아마 이베이 모터스를 뒤지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그러면 조금 불쌍해 보이고 시간은 잡아먹겠지만 운영은 가능하다. 더군다나 재미있는 차들은 많이 있으며 아직 타보지 않은 차들도 무척 많다. 매월 리스비 정도면 호화판으로 발매된지 조금 지난 차들을 타볼 수 있다. 궁상이라면 궁상이다. 자동차는 고사하고 자전거조차 타는 시간이 부족한 필자에게는 양측으로 사치이다.

갑자기 에릭슈와츠라는 경영학자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24시간 사회'라는 책의 서평을 쓰면서 슈와츠는 “세상에는 두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많은 돈을 쓰는 사람과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쓰는 사람이 있다”라고 적었다. 빈부의 세계사 양극화되기 이전에 쓴 서평이라 놀라운 혜안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는다. 물론 말투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약간의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돈을 쓰려면 시간도 투자해야 한다. 쇼핑이나 구매는 예전의 사냥에 해당하는 쾌감을 준다고 하는데 시간과 공을 들이지 않으면 재미는 반감된다.

경쟁사인 BMW의 528은 네비나 편의 장치에 대한 불만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공정한 비교를 하려면 역시 시간을 내어 비교해 보아야 하고 몇 번을 더 타 보아야 한다. 둘 다 비슷한 판매량으로 수입차의 절대 다수를 차지할 만큼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차들이라 비교의 자료나 시승기들은 넘쳐난다. 그러나 많은 시승기를 읽더라도 몇 번의 시승을 대신할 수는 없다. 물론 두 종류의 차가 수입차 시장을 완전 석권하는 것이 좋은 일도 아니다. 다른 좋은 차들을 탈 기회가 없어지고 만다.

자료들은 넘쳐나지만 그중에 재미있는 기사가 있었다. tistory에 나오는 블로그로 `벤츠 E300의 원톱? BMW 528까지 투톱? 교체카드(A6/GS/M/XF/에쿠스)? 1부'(http://ez2guy.tistory.com/28)라는 글인데 몇가지의 차를 비교했다. 물론 이번의 신모델이 나오기 전의 글이긴 하지만 차들을 구매하려는 사람이면 읽어 볼만한 내용이다.

필자는 이번의 시승기를 적으면서 확실히 정신 연령이 어리다는 것을 느끼고 말았다. 엔진에서 전기톱 소리가 나는 엔진들을 단 수동기어의 작은 차를 몰아야 직성이 풀리는 기묘한 취향은 필자 연령대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 무엇은 아니라는 것이다. 젊은 층의 소수 세그멘트로 컬트처럼 남아있다. 사람들의 시각은 그런 점이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좋은 차로 평가되는 벤츠를 샀으면 고급스러워 보여야 하고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차는 편하게 비즈니스를 하고 문제가 없이 몇 년 동안 골프도 치러 다니고 여행도 다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위해 무리도 하고 애쓰기도 한다. 당연히 존재감도 드러내고 싶어 한다. 디자인도 우아해야 한다. 이런 요소들을 만족시키는 가격이 7000만원이 조금 안된다. 일설에는 차의 가격이 총자산의 5% 정도면 문제가 없다고도 하고 수입의 6개월치(조금 무리하면 1년치)에 해당하는 것은 구입에 큰 문제가 없다고도 한다. 물론 더 비싼 세그멘트는 얼마든지 있지만 사치의 엔트리 금액이 이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E클래스는 분명히 럭서리카로 분류되니 가격대비로 평가하는 실용차는 아니다.

7000만원 정도면 사실 할 일이 많은 금액이다. 그것으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 비즈니스맨이라면 사람들과 타고 먼 거리를 다녀오거나 접대에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들이 이 차를 산다는 것은 차를 좋아하거나 그냥 벤츠를 타보고 싶다는 것 이외에는 딱히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을 이유도 없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이 E클래스라는 차종의 성공적인 존재이유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구매하는지 메이커들은 잘 알고 있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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