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7:46 (수)
조아키노 로시니 `성모 애가' 
조아키노 로시니 `성모 애가' 
  • 의사신문
  • 승인 2010.12.30 1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모의 고통과 사랑 투명한 선율로 전달

로시니는 인생 전반기에 `빌헬름 텔'을 끝으로 오페라에 붓을 놓은 후 거의 작곡을 하지 않고 후반 40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 후반기에는 프랑스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고 있던 시기였다. 이곡은 당시에 로시니로서는 매우 드물게 쓴 후기 작품으로 스카를라티, 비발디, 페르골레시의 `스타바트 마테르'와 나란히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걸작이다.

로시니와 친구였던 은행가 알렉산드르 아가도와 스페인 국가고문 페르난데스 바렐라의 간절한 의뢰로 악보를 출판하지 않는 조건으로 작곡을 수락하고 시작한 작품이었다.

당시 로시니는 1830년 혁명으로 후원자인 샤를 10세가 몰락하자 자신이 받기로 한 종신연금 계약이 백지화되어 소송 중이었기 때문에 작곡에 대한 흥미를 잃고 있었다. 요통이 심했던 그는 곡의 반 정도는 직접 작곡하였지만, 더 이상의 작곡은 힘들었던 상황이었다. 나머지는 동료 작곡가 조반니 타돌리니에게 부탁하여 곡 분량을 채운 다음 의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대가로 다이아몬드가 박힌 황금 담배상자를 받았고, 1833년 성금요일 마드리드 산 필리포 성당에서 초연하게 된다.
 
10여년이 흐른 후, 의뢰인이었던 바렐라가 사망하고 나서 유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 곡을 입수한 출판사가 로시니에게 곡을 출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 로시니는 출판하지 않기로 했던 약속이 파기된 것에 매우 기분이 매우 언짢기도 하였지만 이 곡의 후반부가 다른 사람이 작곡했던지라 급히 그 부분을 다시 작곡, 4곡을 추가하여 출판하게 된다.

로시니는 어려서부터 놀라운 음악적 재질을 보여 사람들이 `천사'라 부르면서 귀여워했다. 14세에 이미 오페라를 썼는데 그의 음악은 달콤하고 밝은 선율에 절묘한 리듬과 관능적이고 매력적인 화려함이 넘쳐나서 당시 대중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한편 그는 기존 이탈리아 작곡가들이 미숙했던 관현악법에 정통했고, 18세기의 고전적인 면과 19세기 낭만적인 두 측면을 고루 겸비하고 있었다. 그가 오페라에서 보인 웃음은 때로는 조롱이자 익살이기도 했으며 때로는 아픈 곳을 찌르는 풍자이기도 했다. 그 웃음은 교활하고도 음침함을 내포하기도 하였다. 오페라의 대사는 주로 귀족 계급을 상대로 했는데, 등장인물의 성격 묘사 등 생생한 맛이 풍겼으며 당시 낭만주의풍의 벨칸토 창법에 정통한 그의 새로운 수법은 과감하면서도 명쾌하였다. 이처럼 그는 당시 이탈리아 오페라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였다.

호른 주자였던 아버지와 소프라노인 어머니의 순회공연을 따라다니면서 자란 그는 이렇다 할 음악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작곡을 하였는데, 12세에 현악4중주를 위한 소나타를 작곡하였다. 모차르트나 하이든의 악보를 통해 터득한 대위법에 대한 지식은 훗날 볼로냐 음악학교장 스타니슬라스 마테이가 가르친 것 보다도 풍부하였다고 한다.

이 `성모 애가'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쳐다보는 슬픔에 찬 성모의 마음을 나타냈으나 종교적 분위기는 약한 편이다. 그 대신 밝고 투명한 선율을 지닌 세속적 분위기, 오페라 아리아를 연상케 하는 선율미, 색채감 있는 관현악이 특징을 이루고 있어 인간적 친근미로 인해 초연 당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음악은 순수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들의 외침처럼 감동적”이라는 시인 하이네의 말처럼 성모의 고통과 사랑을 우리 자신의 것처럼 생생하게 인간적인 감동을 준다.

전 10곡으로 △제1곡. 비탄에 잠긴 어머니 서 계시니. 가장 길고 슬픔에 찬 합창곡. △제2곡. 눈물과 고통속의 성모의 마음. 테너의 명료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가장 많이 불리고 있다. △제3곡. 그리스도의 귀한 어머니의 애통함을 위하여. △제4곡. 자기 백성들의 죄를 위하여. △제5곡. 사랑의 원천되시는 성모여. △제6곡. 거룩하신 어머니, △제7곡.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제8곡. 사랑의 불꽃으로. △제9곡. 이 몸이 죽었을 때. △제10곡. 아멘.

■들을만한 음반 :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지휘) 필하모니아 관현악단(DG, 1982); 정명훈(지휘), 빈필(DG, 1997); 이스트반 케르데즈(지휘), 런던심포니(Decca, 1967)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