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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반니 페르골레시〈성모 애가〉
지오반니 페르골레시〈성모 애가〉
  • 의사신문
  • 승인 2010.12.2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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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탄의 성모…선율 가득한 슬픔의 폭발력

`스타바트 마테르'란 라틴어로 `어머니가 서 계시다'라는 뜻이다. “예수 그리스도 달리신 십자가 곁에 비통하게 우시며 성모님이 서 계시네”라며 시작되는 곡이어서 이런 제목이 붙었다. 우리말로는 '슬픔의 성모', 또는 `성모애가'라고 번역한다. 13세기 이탈리아 시인이었던 야코포네 디 토디가 쓴 시에 프란체스코 수도회 수사가 곡을 붙인 것이 최초의 `스타바트 마테르'였고, 그 후 많은 작곡가들이 같은 시에 곡을 붙였다.

사순절 기간에 자주 연주되는 `스타바트 마테르'는 비발디, 로시니, 구노 등도 작곡하였다.

이탈리아 작곡가 페르골레시는 `소규모 음악'의 효과에 능숙한 작곡가였다. 이 곡은 소규모 앙상블과 소프라노 및 알토 두 성악가만이 연주하는 작은 작품이지만, 그 평온하고 고요한 음악 안에 담긴 슬픔의 폭발력은 가히 대단하다.

어릴 때부터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했고 늘 병약했던 페르골레시는 오로지 음악에만 빠져 살다가 열세살에 나폴리 음악원에 입학했다. 교회음악 뿐만 아니라 단막극 오페라 `마님이 된 하녀'의 대성공으로 그는 유럽 음악계에서 대단한 명성을 얻는다. 그러나 불과 스물여섯 살이었던 1736년 폐결핵이 악화된 페르골레시는 프란체스코 수도원에 몸을 의탁했다. 삶이 곧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그는 재산을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주었고 남은 것은 그 무렵 작곡 중이던 `스타바트 마테르'뿐이었다. 병고 속에서도 천국을 염원하며 이 최후의 작품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몬테카지노 수도원에 보존된 자료에 따르면 그는 이 작품을 2년에 걸쳐 꼼꼼히 다듬고 손질한 것으로 전한다.

이 곡은 성모의 고통을 노래하며 깊은 공감을 표현하는 전반부 “이런 고통에 누가 함께 울지 않으리오”와 후반부 “심판 날에 성모님께서 나를 지켜주시어 영원한 벌을 면하고, 성모의 고통으로 승리의 기쁨을 얻게 되기를 간구하나니”로 이루어졌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십자가 위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아들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참혹한 고통이 오히려 우리가 세상에서 겪는 고통에 따뜻한 위로가 됨을 느낄 수 있다.

△제1곡. 비탄에 잠긴 어머니 서 계셨네. 슬픈 선율로 시작하면서 소프라노와 알토가 번갈아 노래를 한다. △제2곡. 탄식하는 어머니의 마음. 호소력 강한 소프라노 솔로 곡이다. △제3곡. 오! 그토록 고통하며. 소프라노와 알토가 함께 부르는 비교적 간결한 곡이다. △제4곡. 근심하며 비탄에 잠겨. 알토 솔로와 대조적으로 아주 밝은 곡으로 독백하는 느낌이다. △제5곡. 울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느린 곡으로 소프라노가 부르고 그 후 알토가 받아 부른 후 듀엣으로 부른다. △제6곡. 슬퍼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간단한 3부 형식으로 바로크특유의 지속음이 연출되고 경쾌하게 끝난다. △제7곡. 자기 백성의 죄들을 위하여. 소프라노 솔로 곡으로 슬픈 선율은 마치 모차르트 〈레퀴엠〉 중 `라크리모사'를 연상케 한다. △제8곡. 사랑하는 아들을 보았네. 알토 솔로의 담백한 곡이다. △제9곡. 아 어머니, 사랑의 샘이여. 이중창으로 폭풍과 같이 빠른 템포로 대위법적 조화를 이룬다. △제10곡. 나의 심장을 타오르게 하소서. 평화로운 바로크적 전원풍 음악이다. △제11곡. 거룩하신 어머니. 알토 솔로로서 명상적이고 아름답다. △제12곡. 상처 입은 당신의 아드님. 밝고 화려한 분위기이다. △제13곡. 당신과 함께 울게 하소서. paradisi gloria라고 노래 부르며 절망적 상황에서 천국을 그리고 있다. △제14곡. 십자가 가까이 당신과 함께. △제15곡. 처녀들 중 빛나는 처녀시여. △제16곡. 그리스도의 죽음을. △제17곡. 그분의 상처들에. △제18곡. 처녀여, 당신에 의해. △제19곡. 십자가로 내가 보호 받게 하시고. △제20곡 이 몸이 죽을 때에. 마지막 `아멘' 부분은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가 어렸을 때 성당에서 기도할 때 그의 아버지가 죽는 장면에서 드라마틱하게 나온다.

■들을만한 음반 : 마가렛 마살(소프라노), 루치아 발렌티니-테라니(메조소프라노),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런던심포니(DG, 1985); 엠마 커크비(소프라노), 제임스 보우먼(알토), 크리스토퍼 호그우드(지휘), 고음악아카데미 실내합주단(Decca 1988); 준 앤더슨(소프라노), 세실리아 바르톨리(메조소프라노), 샤를 뒤투아(지휘), 몬트리올 신포니에타(Decca, 1991)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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