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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카 사냥
올드카 사냥
  • 의사신문
  • 승인 2010.12.2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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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카 수집…꿈과 현실사이의 갈등

필자가 자전거에 빠져 예전보다 차를 많이 타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요즘 지인인 성형외과 선생님과 통화한 적이 있다.

한때는 자동차 매니아 소리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던 매니아였다. 용인의 트랙에도 연습을 나갔고 포르세 964를 포함해서 RS4같이 재미있는 몇 대의 차를 갖고 있었다. 요즘은 모터바이크에 빠져 있다고 한다. 필자의 새로운 취미가 자전거라면 오토바이에 빠져있는 셈이다. 연락이 없던 동안 몇 대의 중요한 모델을 걸쳐 요즘은 크루징 위주의 할리 모터사이클에 빠져 있다고 한다. 바이크에 빠지면 자동차는 그만큼 타지 않게 된다. 가끔 필자도 BMW의 F640 같은 모델이나 두카티를 타보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생각해 보면 차 만큼 재미있는 것들은 상당히 많다. 요즘 같으면 새로 유행하기 시작한 아이폰의 앱 프로그래밍이나 아이패드도 있고 할 수 있는 장난도 많으니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 오디오나 사진 같은 것들이 요즘은 다시 유혹적으로 보인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피아노나 키보드도 배워보고 싶고 모터사이클 역시 타보고 싶다. 그냥 놀고 싶기도 하다. 하고 싶은 일은 무지하게 많다. 일상은 클리닉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이면서 마음속으로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번잡스러울 정도다. 책도 읽고 싶은 리스트가 몇백권은 된다. 이런 일을 다해볼 시간은 절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다.

시간 부족 때문인지 나이 때문인지 필자의 지인인 자동차 키드들은 예전만큼 도로를 달리지 않는다. 못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보다 더 젊은 세대들은 더 성능이 좋은 차들을 타고 있지만 차보다는 온라인 활동을 더 열심히 한다. 쉽게 말해 로드워리어 보다 키보드 워리어가 되었다. 인터넷 덕분에 수많은 동영상과 정보들을 접해서 차의 스펙 같은 것은 소위 빠삭한 정도를 넘는다. 가상과 현실에서 가상적인 정보가 실제의 활동을 넘어선다. 그러다보니 특정한 모델에는 가치부여가 늘었다. 이상한 욕심 같은 것인데 꼭 탈만한 무엇인가가 있으면 수집 활동에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이 동기는 인터넷의 책임이 크다. 너무 많이 알게 된 것이다.

예전 같으면 진작 버릴 차종이 보물처럼 바뀌고 이베이모터스나 인터넷을 뒤지면서 부품을 구하기도 한다. 딜러 역시 진작 갖다 버릴 물건을 오랫동안 올려놓고 희망자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수명이 길어지는 이런 현상을 문화론적으로 롱테일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물건이나 자료들의 수명은 정말이지 인터넷이 들어서면서 상당히 길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중요한 장난이었다. 올드카 동호인중에 그 차를 접하지도 않은 젊은 층이 많은 것은 역시 어디에선가 중요한 정보에 세뇌 되었다고 보는 편이 좋다.

필자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얼마 전 1996년식 란치아 카파 3.0 한 대를 거의 사게 됐다. 원래는 어떤 매니아에게 탈만한 가치가 있다고 사라고 권한 것인데 스티어링 랙에서 기름이 조금 새고 변속기에서 잡음이 들리자 이 완벽주의자는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서 필자에게 올 가능성이 커졌다. 가격을 조절하고 OK만 하면 알파로메의 V6엔진을 얹은 차를 몰아보고 싶은 소원이 바로 이루어질 것이다. 알파로메오의 엔진을 얹은 란치아의 플랙쉽 모델이라 가치는 충분하나(한때는 교황성하의 공식차였을 정도다) 필자에게 이미 차는 충분히 많다. 세워놓을 장소 조차 만만치 않지만 타보지 않을 수 없는 유혹을 느낀다.

사실은 시간이 많지 않아 별로 탈 기회도 없다. 가격은 비싸지 않지만 수리비는 상당히 나올 것이라는 것도 안다. 영악한 매니아라면 있는 차종을 정리하고 경험의 확장을 위해 새 모델로 갈아타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성향은 그냥 현재의 차들에 +1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키드의 본능에 충실한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물론 이 차를 사고 싶다는 주요 동기는 인터넷이 부여했다.

인터넷으로 차에 대해 시시콜콜 조사하는 것과 실제로 주인이 되어 정비를 한 후 주행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차를 사는 것보다 주행을 할 시간이 더 비싸지게 되고 드림카 비슷한 것(어릴 적에는 카파이전의 란치아 테마가 드림카였다)을 손에 넣는 일을 고민하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언제부터 이런 일을 저지르는 자체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됐나 한탄하기도 한다. 원하는 차를 사냥하듯 바라보던 자세가 자동차가 주인장을 찾아와도 자잘한 고민을 거듭하는 수동적인 입장이 되고 말았는가 한심하기도 하다.

이런 번민들은 차에 시동을 걸고 주행을 하면서 사라지겠고 한참 동안 필자가 칼럼에 피아트와 이태리차들의 이야기를 적을 동기를 부여하겠지만 한심한 사냥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찌됐건 결과는 인연의 결과다. 필자는 위--잉 하는 고 RPM 엔진에 몸을 맡기고 무념무상으로 달리기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필자의 마음은 간사하게도 세상에 재미있는 것은 많지만 운전이나 재미있는 자동차 만한 것이 없다고 말해줄지도 모른다. 이보다 더 감성적인 엔진은 거의 없다고 인터넷의 자료들이 속삭여 줄지도 모른다. 그러면 더 즐거워질 것이다. 자기만족의 충족인 셈이다.

하지만 아직 드림카들은 많이 남아있다. M3도 있고 골프 GTi도 있으며 박스터와 카이맨도, 스바루 임프레자도 남아있다. 그리고 W124나 W140도 남아있고 그 리스트는 길고 요즘의 차부터 오래된 차까지 포함해서 그 꼬리가 길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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