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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카 매물 이야기
올드카 매물 이야기
  • 의사신문
  • 승인 2010.12.1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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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카 동호회원들에겐 더욱 가혹한 '불경기'

정부의 발표는 요즘이 불경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필자와 주변의 지인들은 불경기라고 느끼고 있다. 한발 더 양보해서 불경기가 아니라고 해도 지출이 늘어나고 물가와 요금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겁이 날 정도다. 필자가 보기에는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는 조금씩 더 복잡해지고 있는 것 같고 사람들의 머릿속은 그보다 조금 더 복잡해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간단히 말하면 호경기는 아니다. 이런 상황이면 차에 대한 애정은 조금씩 희석된다. 새차나 오래된 차를 막론하고 마찬가지가 된다.

불경기 비슷한 이유 때문인지 요즘의 자동차 동호회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이 갖고 있던 소장품들을 곧잘 내놓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평상시에는 오래된 차의 부속을 모으기도 하고 이베이에서 수입도 하며 공장에서 수리도 한다. 동호회의 홈페이지에서 의견교환을 하기도 한다. 개인적인 상황이 복잡해지면 이런 생각은 모두 사라진다. 급박한 일들이 많아지면 더 심해진다. 주인의 관심이 없어진 차는 중고 자동차 사이트에 올라오거나 온라인 동호회에 올라온다. 결국 차는 새 주인을 기다리게 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게 되면 폐차되는 운명이 된다.

`다음의 클래식 카 뱅크' 같은 동호회에는 상당히 재미있어 보이는 차들의 이야기가 올라오곤 한다. 요즘은 예전보다 특별한 매물들이 더 자주 그리고 많이 보인다. 벤츠 E190의 완벽복원에 가까운 물건이나 E190 2300cc 16V 같은 차들이 올라오기도 한다.(수집가들의 컬트인 e30 M3 만큼의 희소성이 있다) 복원비 때문에 이 차들의 값은 싸지 않다. 결국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주인이 되도록 되어 있다.

어떤 차들은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희귀종도 있고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차들도 있다. 거리에서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차들이 사고(수리비는 차의 중고가격을 훌쩍 넘어갈 때가 많다)나 부품조달의 어려움으로 없어지기도 하고 주인들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포기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차 190E의 주인은 사정이 어렵다기 보다는 너무 차에 빠져 있어서 차를 처분하고 싶어 했다. 파는 주인의 설명은 상당히 진지했다.

“딱 일년 전이죠. 저는 절제된 곡선과 미끈한 라인에 매료되어 콤팩트 세단인 190E의 매력에 빠져있었습니다. 사실 190E란 차는 이미 오래전부터 로망이긴 했으나, 차의 경험도 없던 제겐, 과분한 존재이기만 하다가, 두 세달쯤 190E를 몇대 찾아 헤맸을까요. 당시엔 W202나 W124 혹은 다른 메이커차종, 눈에도 안 들어왔습니다. 돈을 떠나서 무조건 190E를 찾았죠. 그래서 올 3월 지금의 제 일구공이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 만난 190E 의 첫인상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하늘색의 오묘한 바디색에서 나온는…. 그 감성, 뛰는 심장 가라앉힐 수 가 없었습니다. 당시 외국에 있다 한국에 와서 힘들었던 제 마음을 치유해준 놈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온힘을 다해 새 차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전 1년도 못되어 이런 글을 쓰게 되네요. 내 사랑 190E 를 아껴주실 분을 찾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잘하는 일일까 싶지만 헤어짐이 있으면 또 다른 새로운 만남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어디서 필이 꽃혔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완전히 꽃힌 것은 분명했다. 차를 인수한 후에는 돈과 정성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고치고 매만졌다. 사람들은 충분히 훌륭한 매니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바닥을 떠난다고 아쉬워했다. 사실은 차보다 차주가 동호회의 활동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더 아쉬워했다. 열심히 활동하는 회원은 차보다 귀한 존재다. 차주는 차를 넘겨주면서 그동안 모아둔 부품을 SUV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가져가라고 적어놓기도 했다.

댓글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이런 매물도 나오는구나 하는 댓글과 인수했으면 하는 바램이 섞인 커멘트다. 그리고 아쉽다는 코멘트가 간간이 올라온다. 댓글이 길게 달리는 동안에도 차가 금방 처분이 되지는 않는다. 관심 때문에 댓글은 더 길어진다. 결국은 다른 한명의 환자(매니아들은 서로 환자라고 부르기도 한다)가 이차를 인수했다. 예상보다는 훨씬 빠르게 팔렸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훨씬 느리게 팔린다. 주인이 관심이 없던 문제들이 구매자에게는 크게 비치기도 하고 멀쩡하던 차가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리고 약간씩은 차들의 문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피하기도 한다. 그러면 주인이 차를 포기하기도 하는데 요즘처럼 경기가 별로인 시점에는 차들에게는 가혹한 시점이다. 확실하게 소장의 이유가 없는 차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정말 없어지고 만다.

클래식 카뱅크의 이야기는 어떤 차들의 미래의 이야기다. 앞으로 세월이 지나면 사람들이 어떤 세월에 걸쳐 인연을 간직한 차들을 갖고 싶어 할 것이고 유럽이나 미국 아니면 일본에서 차들을 복원하고 만지는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으로 본다. 어떤 시절의 차에 대한 감정이나 로망같은 것이 사람들의 추억을 강하게 자극할 것이다. 어쩌면 필자 세대의 사람들도 나이를 먹어가지만 특정한 시기에 나온 강한 개성의 차를 계속 보고 싶어할지 모르는 것이다. 물론 요즘의 젊은 세대는 요즘의 차들이 아이콘으로 남을 것이고 흔한 소나타나 아반떼 같은 차들이 강한 기억을 남길지도 모른다(마찬가지로 얼마나 살아남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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