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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 독 품은 치명적인 맛
복어, 독 품은 치명적인 맛
  • 의사신문
  • 승인 2010.12.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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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균 원장
복어는 매끈한 달걀형이고 풍선처럼 생겼다. 몸 중간이 약간 잘록하며 등과 배뿐인 비만형인데 배 쪽 부분에 팽창낭이 있기 때문이다. 복어는 천적을 만나거나, 위험을 느낄 때는 공기를 들여마셔 배를 풍선처럼 크게 부풀린다. 이 때 들이마시는 물의 양은 자기 몸무게의 4배정도라 하며, 물과 공기를 내뱉으면서 `꽥꽥' 소리를 지르니 돼지 울음소리라, `강의 돼지' `하돈(河豚)'이란 별명이 생겼다.

참복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의 총칭은 `복'이다. 하돈(河豚), 복생선, 복어는 그 다른 이름이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북쪽 하점면 창우리는 황복 횟집촌이다. 황복이 민물에서 잡히는 곳은 이제는 임진강 뿐이라 한다. 강화 창후리는 서해안 황복이 산란을 위해 임진강을 찾아 올라가는 어귀에 있는 항구마을이다. 4월 하순부터 6월 하순까지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두지리 나루터 주변 어부들은 “금덩어리를 건져 올리는 기분이야.”를 되뇌면서 임진강의 명물 황복을 건져 올린다.

그 동안 꾸준히 복어양식 및 치어 방류사업에 결실을 맺어 해마다 어획량이 증가한다고 한다. 황복은 산란기에 낮 시간엔 여울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밤 9시부터 새벽까지 움직임을 시작하는데, 산란을 위해 사람 손가락 자를 정도로 날카로운 톱니모양의 이빨을 가는 소리를 신호로 어부들은 황금을 걷어 올린다.

흔히 `민물의 난폭자'라는 쏘가리도 복어라면 몸을 사리게 되고, 황복이 많이 잡힐 때는 다른 물고기들은 잡히지도 않는다니, 복어는 두렵고 귀하신 몸이다.

겨울, 복어의 계절이 돌아왔다. 겨울복은 자주복과 등에 얼룩이 있는 참복이다. 까만 등과 흰 배 사이에 노란줄이 있는 검복은 품위상 2위에 속하는 생선이다.

독을 품은 치명적인 맛, 그래도 먹는다…. 그 맛을 잊지 못해서…. 고통과 불행 심지어 죽음을 각오하면서까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 매력을 지닌 여자 팜므파탈(famme fatale)은 파멸로 이끄는 불길하고 치명적(fatale)이란 단어에 프랑스어로 여성을 뜻하는 팜므(femme)의 합성어다. 이 말은 19세기 유럽 문학 작품 속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미술, 연극, 영화로까지 확산됐다. 남성은 죽음이나 고통 등 치명적 상황으로 몰고가는 `악녀' `요부'로까지 확대 변용되어 사용했다. 운명적, 그래서 피할 수 없는, 필연적 굴레, 팜므파탈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던 그런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될 숙명을 타고난 여성 팜므파탈과 관계를 맺고 있는 남성 역시 그 손아귀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어 끝내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뱀의 꾐에 빠져 금단의 열매를 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하와(이브), 헤로데스를 춤으로 유혹해 세레 요한을 죽게 하는 신약성서 속의 살로메, 중국 월나라 서시(西施), 장희빈 등…. 중국 시인 소동파는 “한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이라고 표현했다. 독 품은 치명적인 맛 복어를 인간에게 비교하면 팜므파탈이 아닐까.

복어의 독은 테트라도톡신이다. 복어의 피, 내장, 껍질, 눈 그리고 알 속에 많이 들어 있다. 무색, 무미, 무취에 그 독성은 청산가리의 13배라 하며, 참복 한 마리 내장이면 성인 33명을 죽일 수 있다고 한다. 18세기 남태평양 탐험에 나선 쿡 선장은 선원들이 복어를 먹고 근육마비, 호흡곤란으로 죽었는데 그 음식 찌꺼기 먹은 돼지들도 모두 죽었다. 일본가부기 배우 반도 미쓰고로는 복어간 요리 4접시를 먹고 사망했다. Tetradotoxin은 세포막의 Na-channel을 차단하는 작용을 한다.

일본 적장 도요도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복어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복어 사용금지 시켜놓은 상태이나 저장성, 항저우 등 복어 많이 나는 장쑤성, 양중(楊中), 장인(江陰)에서는 복요리 여행상품을 내놓고 있다.

복어 요리에 왜 환장을 할까? 콜라겐 풍부한 복어살, 딱딱하단 만큼 쫄깃하고, 그 감칠맛은 이노신산, 단맛은 글리신, 알라닌 그리고 타우린, 씹을수록 맛이 배어나온다 했으니…. 기름기 낮고, 담백하니, 비린내 적고 가장 맛있는 부위는 이리, 눈처럼 하얗고, 크림처럼 부드럽고 고소하다. 이름하여 중국 전설적 미인 서시(西施)-서시의 젖 서시유(西施乳)라 하지 않는가.

까치복은 까만 줄무늬와 노란색 지느러미가 특징이다. 시원하고 얼큰한 복국에는 은복과 말복을 사용한다. 참복, 황복, 검복, 까치복, 은복, 밀복 맛있게 먹는 방법은 회다. 얇게 썬다. `창호지처럼 뜬다.' 그리고 건지리(맑은탕)와 `히레사케'는 불에 구운 복어지느러미가 있는 따끈하게 중탕한 사케(일본청주)다.

이제는 그물 치는 어업보다 양식어업이 추세가 아닌가. 양식산 복어에는 독은 없어도 포르말린 중독은 예방해야 된다.

복국은 사철요리다. 일복식 맑은 탕엔 마늘 홍고추는 없으나 우리는 선호하고 복어국 미나리는 약의 감초다. 복어는 귀한 생선이다. 우리 격언엔 `복 치듯 한다'에서는 `어부가 복을 잡게 되면 함부로 치듯이' 되는대로 마구 두드림을 이르는 말이다. 원한이 있어서 이(치아)를 바드득 바드득 간다는 격언 속에 `복의 이갈 듯 한다'로 남아있으니, 우리는 사이좋게 지내야 하지 않겠나.


이정균<성북 이정균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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