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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타난 드림카
새로 나타난 드림카
  • 의사신문
  • 승인 2010.12.1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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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키드의 짝사랑 `란치아 K와 임프레자'

요즘 자전거에 빠져서 예전만큼 차를 타지 못하고 있다. 타다보니 자전거들은 늘어났다. 그러나 차의 매장들을 자전거로 지나다가 충동 시승하는 기회는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생각은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더 확실해 졌는데 필자가 타고 있는 푸조의 Mi16 같은 차와 친구의 크로마는 두 사람이 동호회 전체와 비슷한 대수를 갖고 있다. 대수가 적은 것으로 랭크를 먹인다면 페라리나 포르세보다 드문 것은 확실하다.(이런 특이한 편향을 가진 사람이 적는 이 컬럼의 시각 역시 표준은 아닐 것은 확실하다) 둘 다 탄식을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왜 우리는 조금 보편적인 차들을 고르지 못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비교적 흔한 차종을 고르면 부품을 조달하거나 동호회 활동은 쉬워진다.

그런데 요즘 필자와 친구를 홀리는 두 가지의 차종이 나타났다. 역시 둘 다 표준적인 아이템에서 벗어났다.

하나는 필자가 소개하고 친구가 타기 시작한 란치아 K(카파라고 읽는다)로 알파로메오의 V6 엔진을 달고 있다. 이미 단종된 엔진이지만 이 엔진의 감성은 유명하다. 자동차의 매니아라고 하면서 이 엔진을 단 차를 타보지 못한다면 조금 억울한 것 같아서 필자도 한 대를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차의 문제는 이제 아이모터스 같은 대리점에서도 라디에이터 같은 부품조차 수급이 어렵다고 말할 정도라는 점이다. 확실하게 일반인의 영역을 벗어나는 차종이다. 엔진을 뜯는 공구도 따로 구매해야 할 정도다. DIY 하려면 캠축을 잡아주는 공구 역시 사야하는 수준이다. 이 차의 V6 엔진에 홀린 필자의 친구는 3개월만에 1만킬로를 달렸다. 마니아 아이템은 확실하지만 사람들이 수긍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일반인이 사도 가격은 싸지만 수리비는 전혀 만만치 않다. 그래도 아직 사람들이 카파를 던지지 않는 것을 보면 매력은 분명히 있는 차종이다.

다른 하나는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신형 임프레자다. 차들을 시승해도 별로 감동이 오지 않을 정도로 감성이 무뎌진 요즘에 미리 나올 차종의 비디오 클립을 보고 가슴을 설레는 일은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랠리카 비슷하게 만든 아반떼 사이즈의 차로 200마력이 넘는다. 265 마력과 300마력이 넘는 두 가지 버전이 나온다. 당연히 실용적인 차는 아니며 시내에서 수동으로 몰고 다녀야 한다. 액셀을 밟으면 마구 튀어나가고 브레이크는 정확히 그 반대다. 값은 5000만원이 넘는다. 밖에서 보아서는 전혀 좋아보이지도 않고 스포일러는 촌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주 빠르고 정확하게 몰아댈 수 있다. 이 차와 성격이 가장 비슷한 차는 미쯔비시의 랜서 에볼루션이다.

조금 황당하기는 해도 이런 차들이 필자의 드림카였다. mi16이나 크로마도 필자의 드림카였다. 그러니까 아주 옛날이 되어버린 시절, 의대를 졸업한 20대 후반에는 막연하게 로망을 갖는 차들이 있었다.

당시 마음에 들던 차의 가격 4000만원 정도는 1년치 연봉보다 많았던 가격으로 당연히 구입은 불가능했다. 나중에야 구입할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차값은 별로 오르지 않아 여기다 조금 더 추가하면 임프레자 sti나 랜서 에볼루션 정도의 차는 구입가능하다. 세월이 지나다보니 1년분의 수입을 넘지도 않는다.

그리고 여전히 차를 좋아하는 키드로 남아있기 때문에 랜서 에볼루션(란에보)의 신형이 나오거나 로터스 엘리제의 신형이 나오면 궁금증을 참지 못한다.(로터스 엘리제는 에보나 임프레자보다 더 극악한 차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사지도 못하면서도 그렇다.

란에보나 임프레자 sti는 구형을 몇 번 타 보았으나 신형은 아주 빠르다고 한다. 그리고 둘 다 정식 대리점은 최근에 생겼다. 정비 역시 정식으로 받을 수 있게 된 셈인데 이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란에보의 판매는 예상대로 상당히 저조했다. 매니아나 이 차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선뜻 살 가격은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차들은 아주 오랜 기간 머릿속에 남아있던 셈이고 자동차 키드는 그동안 참고 산 셈이다. 이런 오래된 감정에 방아쇠를 당긴 사건은 유튜브에서 마키넨이 이 차를 모는 동영상을 본 이후의 일이다. 유뷰브에서는 키워드 subaru impreza nubergring으로 볼 수 있다. 마키넨은 순정에 가까운 임프레자 sti를 타고 트랙을 7분55초에 주파했다. 차의 성격은 비디오에서 그대로 알 수 있다. 이 비디오는 상당히 인상적이니 재미로 한번 보아도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순수하게 자동차 키드를 위한 차인 것이다. 그리고 고민에 빠졌다. 만약 리스로 사서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을 만큼 클리닉이 잘 되면(물론 만약이다)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시승을 하면 이런 생각이 더 강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승차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과연 국내에서 비슷한 차를 몇 대나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한때 사려고 고민했던 푸조의 206RC나 GTI 파렌하이트 같은 차들도 마찬가지였다. 시승을 하면 물론 반대의 현상도 나타난다. 실망한 나머지 드림카의 목록에서 빠져 버리는 것이다(그러니 궁금한 차가 있다면 시승하는 편이 머리를 빨리 비울 수 있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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