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닦으며 쉬고 있는 석공의 모습 그려져
시신을 내보내던 시구문(屍軀門)을 지날 때는 으시시한 기분이 들었고, 산성을 따라 원효봉으로 오르는 길은 조금 가파르지만 그 옛날 힘들게 성벽을 쌓던 조상님들을 생각하며 힘든 시늉도 못하고 올랐다.
길바닥에 주저 앉아 물을 마시는데, 붉은색의 예쁜 꽃이 눈에 띄었다. 초가을에 양지바른 풀밭에서 꽃이 피는 나도송이풀이다. 가장자리가 깊게 갈라진 세모형의 잎이 송이풀과 비슷하다.
성벽을 쌓던 때도 이 꽃이 피었을지 모른다. 나도송이플 건너 편에서 땀을 닦으며 쉬고있는 석공의 모습이 보이는듯 하다.
신동호〈양천 신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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