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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가 바라본 의약분업 10년
시민단체가 바라본 의약분업 10년
  • 의사신문
  • 승인 2010.12.0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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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시행 10년을 되돌아본다

논란 많은 의약분업, 정작 국민 입장서 평가 안돼

김태현<경제정의실천연합 국장>

의약분업이 시행된지 10년이 지나고 있다. 의약분업은 진료와 처방은 의사에게, 조제와 투약은 약사에게 담당하게 하는 직능의 전문화와 의약품 오남용을 없애고자 한 지극히 당위적인 제도였음에도 10년이 된 지금까지 뜨거운 감자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의약분업은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초기에 의사 집단들의 장기간의 파업과 폐업이라는 의료대란을 겪으면서 사회적 갈등이 확산되고 정부가 원칙없이 이해 집단의 주장을 적당한 타협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국민의 입장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채 불안전한 제도로 출발했다.

의약분업이 도입된 이후에도 의사와 약사 등의 이익집단 간의 대립은 끊이지 않고 정착단계라고 불리는 현 시점에서도 보건의료 정책의 주요 사안이 논의될 때마다 의약분업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정작 국민의 입장에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의약분업이 국민의 건강보호라는 제도에 대한 이해와 의·약서비스 이용 상의 불편 등 사회적 비용을 대가로 시행되는 제도라는 인식이 부재하다.

이로 인해 제도정착 과정에 더 많은 어려움이 표출됐지만 문제 발생의 모든 원인이 의약분업 그 자체에 있는 듯 호도하는 우려도 있다. 이제 의약분업 시행 10년이 지나는 시점에서 의약분업을 더 이상 소모적인 논란의 대상으로 삼기보다 산적한 보건의료정책과제를 풀어가는 매개로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전문의약품 및 항생제·주사제 소비 경각심 확산 긍정적
조제료 등 새로운 수가 인상 요인 생겨 건보재정 악화 일조
약품비 적정화 방안은 실효 없고 절차적인 복잡성 더해


의약분업이 시행되기 이전까지 우리나라 의료정책은 의료와 약제가 하나로 운영되면서 약물 과용과 오남용의 문제를 양산해 왔다. 의약분업 전에는 의사가 의약품을 직접 조제하는 것이 가능했고 약사들도 진료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약의 남용을 부추기게 됨으로써 국민들은 의사의 처방전이 없어도 약국에서 항생제 등 전문의약품을 마음대로 구입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분업 전에는 처방의 오류뿐만 아니라, 항생제의 내성률이 의약분업을 실시하고 있는 국가에 비해 6∼7배 이상 높고, 건강보험 환자의 약 60%가 항생제 처방을 받는 등 의약품 오남용이 심각했다.

전체 의료비 중에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 의약품의 과잉 투약을 방지하고 불필요한 의약품 사용량을 줄이며 의약품 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여 약제비를 절감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됐다.

의약분업의 목적은, 의사와 약사의 역할 변화를 통해 직역간 전문성을 제고하고 처방을 상호 점검 협력함으로써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투약을 방지하고 무분별한 약의 오남용을 예방하여 의약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했다. 기존에 환자들이 약국에서 의약품을 임의 조제하여 복용하던 관행을 해소하고 전문의약품에 대해서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 복용하도록 함으로써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약제비를 절감해 국민건강을 보호하고자 했다.

의약분업의 실시로 인해, 전문의약품에 대해서는 처방전 없이 구입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약물의 오남용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게 됐고, 항생제 및 주사제 소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의사의 처방 공개로 환자의 알권리가 신장됐고 국민들의 경우, 이전에는 의약서비스를 소비하는 수요자로서의 입장만이 강조됐으나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제도 운영 주체의 하나라는 인식이 확대됐다. 또 의사와 약사의 역할 변화를 통해 환자에게 보다 나은 의약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의약분업의 실시로 인한 부정적 측면도 적지 않다. 임의조제가 금지된 이후 환자들의 의료기관 이용이 증가하였으나 의료기관에서 고가약 처방이 줄지 않고 과잉투약의 문제가 많아지고 의약품 리베이트가 횡행하면서 약품비가 크게 증가했다.

또한 파업의사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의료수가를 4차례 인상했고 약사들에게는 조제료, 약품관리료, 복약지도료 등 새로운 수가인상 요인을 만들어 주면서 건강보험재정의 악화로 나타났다.

국민들은 약국으로의 이동불편과 처방전 발급에서 약 조제까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되면서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분업이후 약품비 적정화 방안을 추진하려고 했던 노력이 의료계가 동의하지 않아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고, 의약분업을 통한 국민의 권익과 알권리 확대수준이 애초 기대했던 것에 비해 미흡했다.

이렇게 현재도 의약분업의 취지를 훼손하는 요인이 존재하고 있고 의약분업 제도 내적으로 복잡한 여러 가지 쟁점사항을 남겨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약품 분류 재정비로 비용 절감·국민 편의 제고


그럼에도 의약분업의 안정적인 제도정착과 국민을 위한 의료정책의 시행을 위해서는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나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국민중심의 입장에서 정책적 지향성을 수립하고 제도적 보완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하나가 의약분업 제도 도입의 대표적 목적인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에 대한 것이다.
의약분업 이후 처방이 공개되면서 항생제 처방과 주사제 처방 비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처방 1회당 의약품목수는 4.13개(2007년 1분기)로서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전반적인 의약품의 사용량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분업이후 과잉처방을 막기 위해 처방과 조제를 분리하고 의약품의 적정사용으로 약제비를 절감하려 했으나, 약에 대한 결정권이 의사에게 넘어갔음에도 고가약 처방이 증가하고 장기 처방일수록 처방료가 높아지는 구조 때문에 약제비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약제비는 2001년 총 진료비 17조8200억원 중 23.5%를 차지하던 것이 2009년 총진료비 39조400억원중 29.8%에 육박하는 등 그 비중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는 지나치게 많은 고가약이 보험급여 대상이 되고 있고 의약품 거래 과정에서의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되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의약품 사용량의 문제가 인구수의 증가,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인수 및 만성질환자의 증가 등으로 인한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약제비 비중과 의약품 처방비중을 줄이기 위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약의 유통구조상의 문제를 보면, 의약분업을 하고 있는 나라의 대부분이 가벼운 증세완화를 목적으로 구급약 범위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일반 의약품의 소매점 판매를 제도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약이 약국으로 집중되어 약에 판매에 대한 독점적 권한이 부여되어 있어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에는 가정상비약 수준의 간단한 일반약 조차 구할 수 없다.

현재의 일반의약품 중에 오남용의 우려가 없고 사용법이나 효능이 일반화되어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져 있으면서 의사의 처방이나 약사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순의약품이 있다.

이 중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가정상비약수준의 일반의약품의 경우는 약국이외의 소매점 판매가 가능하도록 허용하여 휴일과 심야시간대 약국 이용에 대한 불만 가중으로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가벼운 질환에 대한 자가 치료를 통해 의료비용을 줄이는 등 기본적인 의료이용권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국민들이 자주 찾고 안전성이 검증된 일부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와 같은 소비자 선택권의 문제가 이해관계자들 간의 이권다툼의 문제로 변질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에서 약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성을 제고하고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의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약제비 비중과 의약품 처방 비중 줄이는 정책 개선 필요
일반의약품 소매점 판매로 심야시간 국민이용불편 해소
건보 약가·치료재료 가격 산정기준 개선 거품 제거해야


뿐만 아니라, 의약품의 분류도 의약분업이 시행되는 그 해 분류된 의약품을 10년 동안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재분류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의약품 분류체계는 2000년 5월 의약계의 의견 대립으로 대부분의 미분류 처방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을 보건복지부가 최종적인 결정을 위임받아 분류결과를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그 분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일반으로 분류되어야 할 의약품이 전문으로 분류되어 있거나 전문으로 분류되어야 할 처방들이 일반으로 분류되어 있는 경우가 있음에도 이를 재평가하여 분류전환이 필요한 경우에 적절히 재분류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의약품 분류군간의 이동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경우도 의약 산업발달과 의약품 정보 축적에 따라 국민의 이익과 입장에 맞추어 재논의돼야 한다.

특히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지속적인 감시를 토대로 상시적으로 기존의 의약품 분류체계를 재분류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문제가 발생한 의약품에 대해 약국에서만 판매하는 일반의약품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반대로 약국에서만 판매하는 일반의약품의 경우 일정기간 동안 그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는 경우 약국외 판매가 가능한 품목으로의 전환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의약품 분류 및 전환이 자유로워졌을 때 올바른 약국외 판매를 확대할 수 있고 이로부터 국민의 편의성과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의약분업의 성과와 한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면서 그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의약품 유통의 투명성을 확대하고 의료기관의 약가마진을 줄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와의 연계가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의료기관에 대한 제약회사의 리베이트 관행이 사라지지 않으면 의약품 처방 조제량은 줄지 않거나 고가약 처방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의하면, 의약품의 리베이트가 약가의 20% 정도라고 하고 리베이트 쌍벌제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국회를 통과했으나 그동안 리베이트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여 제약회사나 의료인의 리베이트 관행을 제어하지 못하고 국민과 건강보험재정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약가뿐만 아니라 치료재료에 대해서도 거품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에 대해 대책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의약품과 치료재료의 결정과정에서 건강보험 가입자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건강보험 약가 및 치료재료가격의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산정기준이 개선돼야 하며 가격결정 과정이 모두 공개돼야 할 것이다. 즉, 왜곡된 의료관행을 막고 약에 의한 이윤 획득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의약품 가격을 인하하고 약가심의제도와 의약품 유통의 투명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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