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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4번 작품번호 36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4번 작품번호 36
  • 의사신문
  • 승인 2010.11.2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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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하는 인간에게 몰아치는 운명의 그림자

차이코프스키는 동성애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 내재되어 있는 이런 기질을 극복하고자 한 오페라 여가수와 사랑에 빠지지만 매몰차게 거절을 당한다. 그리고 난 후 1877년 음악원 제자의 권유로 10년 연하 28세의 이바노브나 미류코바를 만나 결혼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차이코프스키의 예술세계를 이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차이코프스키의 동성애 기질에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키게 되어 결국 결혼초기 이혼을 하게 된다. 그 후 절망한 차이코프스키는 모스크바 강에 투신자살을 시도하지만 주위사람들의 극적인 도움으로 병원에 입원 한다.

그의 실패한 결혼 두 달 전부터 착수한 교향곡 제4번은 이탈리아 산레모에서 완성을 하였다. 이렇듯 다시 그가 작곡에 의지를 불태울 수 있었던 데는 철도 갑부의 미망인 폰 메크 부인의 힘이 컸다. 그녀는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 깊은 감동을 받고 연간 6000루불의 막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관계는 서로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15년 동안이나 편지 왕래만으로 이어졌다.

교향곡 제4번은 그의 6개의 교향곡 가운데서 가장 변화가 많고 가장 열정적인 곡으로 뚜렷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어 순음악 형식을 취함과 동시에 표제적인 요소가 짙게 깔려있다. 이 곡에서 그리고 있는 고뇌하여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과 인간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치는 운명의 그림자는 듣는 이에게 처참한 느낌을 던져주고 있다. 차이코프스키는 폰 메크부인에게 쓴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교향곡 4번에 대해 각 악장마다 당시 그의 느낌과 곡을 설명하고 있다.

제1악장 Andante sostenuto-Moderato con anima. “이것은 `운명'입니다. 즉 행복 추구가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막고 평화와 위안이 성취되지 않고 항상 구름이 끼어 있는 것을 깊게 절규하는 숙명적인 힘입니다. 머리 위에 언제나 달려있는 `다모레스크의 칼'처럼 흔들려 영혼에 끊임없이 독을 부어넣는 힘입니다. 이 힘은 압도적이며 패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에 복종하여 불운을 슬퍼할 길밖에 없습니다. 제1주제. 절망은 깊어집니다. 도피하여 꿈속에 잠기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제2주제.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 달콤하고 부드러운 꿈이 나를 포옹 합니다… 이것이 행복입니다. 그러나 꿈일 뿐입니다. 운명은 우리들을 참혹하게 일깨워 일으킵니다… 인생의 물결은 우리들을 삼켜버리고 맙니다.”

제2악장 Andantino in modo di canzona. “비애의 다른 얼굴이 보입니다. 일에 지쳐 쓰러진 자가 밤중에 홀로 앉았을 때 그를 싸고도는 우울한 감정입니다. 읽으려고 든 책은 그의 손에서 떨어지고 많은 추억이 샘솟습니다. 이렇게 많은 여러 가지들이 모두 지나가 버리고 사라져 버렸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것입니까. 그래도 지난날을 생각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우리들은 생활에 지쳐버렸습니다.”

제3악장 Scherzo- Pizzicato o stinato. “이렇다 할 뚜렷한 정서나 표출도 없습니다. 그저 들뜬 마음과 같은 것입니다. 술을 마시고 취했을 때 우리들의 뇌에 스며들어 오는 어렴풋한 모습입니다… 별달리 생각하는 것도 없이 공상을 제멋대로 하면 그저 즐거워집니다… 현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분간할 수 없는 혼란입니다.”

제4악장 Allegro con fuoco. “자기 자신 속에서 환희를 찾지 못하면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어떻게 삶을 즐거워하고 환락에 몸을 던지는가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패배하지 않는 운명은 다시 우리들 앞에 그 존재를 상기시킵니다… 단순하고 소박한 행복은 아직 존재합니다. 사람들의 행복을 기뻐하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 들을만한 음반 : 에프게니 므라빈스키(지휘), 레닌그라드필하모니교향악단(DG, 1980); 유진 오만디(지휘), 필라델피아 교향악단(CBS, 1968); 에프게니 스베틀라노프(지휘), USSR 심포니교향악단(Canon, 1990);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 교향악단(DG, 1970)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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