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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피아노 3중주 A단조, 작품번호 50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3중주 A단조, 작품번호 50
  • 의사신문
  • 승인 2010.11.1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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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예술가의 추억' 존경했던 선배 루빈스타인을 위한 추모곡

차이코프스키는 교향곡, 협주곡 등 다른 장르에 비해 비교적 적은 수의 실내악곡을 남겼다. 유명한 현악 4중주 〈안단테 칸타빌레〉와 현악 6중주 〈플로렌스의 추억〉 등 5곡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가 이탈리아 로마를 여행하던 중 위대했던 선배를 추모하면서 쓴 이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휴머니즘이 농익게 열매를 맺은 피아노 3중주곡 최고의 걸작 중 하나이다.

이 피아노 3중주는 `어느 위대한 예술가를 추억하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그 예술가는 다름 아닌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이다. 모스크바 음악원을 설립하면서 초대 원장이기도 했던 그는 차이코프스키를 이 학교에 불러 교편을 잡도록 주선한 장본인이었으며 간혹 피아노 협주곡 등에 대해 혹평을 아끼지 않기도 했던 스승이었다. 1881년 루빈스타인의 작고 소식을 들은 차이코프스키는 그때까지 한 번도 쓰지 않았던 피아노 3중주의 형식을 빌려 스승을 추모하기 위해 작곡을 하였다.

일찍이 이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작품23에 대하여 혹평을 가해 내성적인 차이코프스키를 대단히 격분시킨 일도 있다. 그러나 그 후 이 협주곡은 폰 붤러를 비롯한 명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여 호평을 받았고, 차이코프스키가 작곡 등 작품 활동에서 뛰어난 자질을 보여주어 루빈스타인도 마침내 후배인 차이코프스키에게 사과를 하였다. 차이코프스키도 존경할만한 선배에 대하여 품어왔던 오해를 풀고 나중에는 오히려 존경심마저 지니게 되었다. 1878년 루빈스타인이 파리에서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연주하자 그의 탁월한 연주는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이후 그가 이 곡을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이렇게 차이코프스키와는 여러모로 인연을 맺었던 루빈스타인이 파리에서 숨을 거둔 것은 1881년이었다. 그의 사후 모스크바 음악원의 초대 교장이었던 그의 후임에는 차이코프스키가 물망에 올랐으나 그는 이를 사양하고 그해 11월 로마로 떠나 그곳에 머무는 동안 선배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여 그를 추모하기 위해 이 3중주곡의 작곡에 착수 다음해 1월 완성했고, 1882년 3월 루빈스타인의 1주기에 즈음하여 피아노에 타네예프, 바이올린에 그리말리, 그리고 첼로에 피첸하겐의 연주로 비공개 초연되었다.

존경하는 선배의 죽음을 애도하여 작곡된 만큼 그렇지 않아도 특유한 분위기로 채색되고 있는 그의 음악은 이 곡에서 더욱 더 애잔한 정서를 나타내고 있다. 더구나 치밀한 작곡기교를 구사하고 있는 점과 특히 피아노 파트가 웅장하고 화려하면서 매우 기교적으로 작곡되어 있는데, 이는 당대의 유명했던 피아니스트를 추억하면서 쓴 차이코프스키의 연민이 느껴지기도 하는 부분이다.

제1악장 Pezzo Elegiaco 차이코프스키의 우울한 성격에 더해 러시아적 우수와 서정적인 선율이 첼로, 피아노, 그리고 바이올린에 의해 번갈아가면서 선보이고 있는 우아하면서도 비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악장이다. 차이코프스키의 섬세하고 염세적인 성격과 루빈스타인과의 애틋한 추억에 의한 상념을 잘 나타내고 있다.

제2악장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제1부 Theme and Variations 1-11 모스크바 교외에서 들은 농민들의 노래에서 유래한 마주르카와 왈츠 등 다양한 변주를 노래하고 있다. 제2부 Variation Finale Et Coda 힘차고 웅장한 변주로 시작하면서 그 비극적 어두움이 절정을 이룬 후 마지막에 피아노가 잔잔한 장송행진 리듬을 연주하면서 막을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 수크 트리오(Denon 1970), 보자르 트리오(Philips 1970), 마르타 아르게리치(피아노), 기돈 크레머(바이올린), 미샤 마이스키(첼로)(DG, 1988), 에밀 길레스(피아노), 레오니드 코간(바이올린),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첼로)(Meloyia, 1953), 아르투르 루빈스타인(피아노), 야샤 하이페츠(바이올린), 이고르 피아티고르스키(첼로)(RCA, 1950)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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