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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Bb단조 Op.23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Bb단조 Op.23
  • 의사신문
  • 승인 2010.11.0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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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만추에 어울리는 감미로운 선율

앙상한 자작나무 가지와 떨어진 낙엽이 스산한 바람에 파르르 떠는 11월. 이 만추에 먼 산 너머로 지는 석양을 보노라면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 계절이 이때가 아닌가 싶다. 차라리 겨울이 와서 나뭇가지와 낙엽 위를 흰 눈으로 덮어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12월은 크리스마스로 왠지 설레임이 가득 하지 않은가. 이런 11월과 12월에 어울리는 작곡가가 있다면 단연 차이코프스키라 할 수 있다. 

차이코프스키는 서유럽의 낭만파적 음악기법에 러시아의 민족 정서를 조화시켜 러시아 음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19세기 후반 작곡가다. 러시아 보친크스에서 태어나 일찍이 음악적 자질을 보였으나 약관을 지나서야 본격적이고 체계적인 음악교육을 받았다. 특히 페테르부르크 음악원 시절 러시아 피아노 음악의 거장으로 리스트와 필적하는 안톤 루빈스타인에게서 관현악법을 사사하면서 역량이 일취월장하여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차이코프스키가 활발한 작곡을 시작한 것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을 졸업하고 모스크바 음악원 교수로 재임하면서부터였다. 그로부터 8년 뒤인 34세 때 작곡된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그의 대표적인 곡 중 하나이다. 이 즈음 3곡의 피아노협주곡과 1편의 환상곡을 작곡하였으나 제1번만이 장중한 구성과 찬연한 기교로 인기를 지속하게 된다. 그러나 이 곡의 발표 당시 여러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데 모스크바 음악원의 원장으로서 유명한 피아니스트이자 안톤 루빈스타인의 동생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과 그 동료 교수들은 이 곡이 형편없이 조잡하며 구성이 엉성하여 피아노용으로는 가치가 없다고 심하게 폄하하였다.

당시 그는 자신의 후원자인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루빈스타인은 이 곡은 절대 연주가 불가능하고 그럴 가치도 없다고 마구 지껄이며 쓸 만한 곳은 2∼3페이지밖에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자기가 지적해 주는 몇 부분을 고친다면 연주하겠다고 하여 나는 이에 맞서 음표 하나라도 수정하지 않은 채 인쇄할 것을 밝혔습니다.”

격분과 실망에 휩싸인 차이코프스키는 이 선배에게 헌정하려던 종전 계획을 취소하고 독일의 피아니스트 한스 폰 뵐로에게 헌정하여 초연을 부탁한다. 뵐로는 미국 연주여행 시 보스톤에서 초연을 펼치는데 청중과 언론의 격찬을 받게 된다. 미국에서 초연된 연주는 그 후 러시아에서도 11월에 공연을 하여 대성공을 거두게 되며, 각국의 피아니스트들이 앞 다투어 연주를 하면서 불후의 명작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 이후 곡을 악평하였던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조차도 그 우수성을 자신의 연주를 통해 인정하게 된다. 이로부터 14년 후 차이코프스키는 약간의 수정을 가했으며 이 상태로 오늘날까지 연주되고 있다.

△제1악장: Allegro non troppo e molto maestoso. 총 연주시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장대한 스케일의 도입부가 호른에 이끌려 오면 피아노가 뒷받침하면서 곧이어 화려한 주제가 등장한다. 현으로 시작된 주제는 화려한 피아노 변주를 거쳐 클라리넷에 의해 선명한 다른 주제의 흐름을 만들면서 피아노 솔로와 엮어져 활발하고 우아한 화음으로 마치게 된다.

△제2악장: Andante semplice-prestissimo tempo 1. 현의 피치카토 반주에 실린 플루트 솔로가 수려하고 감미롭게 주제를 연주한다. 피아노 아르페지오를 거쳐 목관의 선율이 뒤따르면서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중간에 이르러 분위기는 피아노가 현란한 기교를 보이면서 저현에 이끌려진 빠른 템포가 지속되다 다시 풍요로운 서정이 되살아나면서 악장이 끝난다.

△제3악장: Allegro con fuoco. 경쾌하고 화사한 색채의 춤곡 주제가 돋보인다. 피아노솔로가 우크라이나 지방의 마주르카 풍 주제를 펼치면서 다음 주제가 바이올린에 의해 나타나게 된다. 주제가 반복하면서 음조는 긴장을 더하면서 빛나는 절정과 함께 피날레를 장식한다.

■ 들을만한 음반 : 마르타 아르헤리치(피아노), 샤를르 뒤트와(지휘), 로얄 필(DG, 1970);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피아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빈 심포니 (DG, 1962)블라디미르 호로비츠(피아노), 아르투르 토스카니니(지휘), NBC 심포니(RCA 1943); 반 클라이번(피아노), 키릴 콘드라신(지휘), RCA심포니 (RCA, 1958).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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