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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타 발언 양 의원에 깊은 우려
마루타 발언 양 의원에 깊은 우려
  • 김태용 기자
  • 승인 2010.11.01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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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연구회 이명진 회장 제언

지난 정기 국정감사에서 양승조 의원의 “의사들이 임산부들을 마루타처럼 취급한다”는 발언에 대해 깊은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의료윤리연구회 이명진 회장은 지난달 29일 제언서를 통해 진료시 사전동의서를 받도록 법으로 정하겠다는 발상은 윤리적인 문제와 에티켓의 문제를 법으로 다스리려고 하는 매우 우려스러운 발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복합적인 원인 분석과 발전적 방향의 대안 제시 없는 양 의원의 발언은 인기 영합성 행동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양 의원 발언의 문제점을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문제 삼았는데, 첫째 부인과 의사들이 임산부를 마루타 취급한다는 표현은 매우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마루타라는 것은 2차대전 때 비인간적인 인체실험으로 만행을 저지른 일부 일본 의사들의 행위를 말하는 것인데, 이 단어를 사용한 것은 무서운 명예훼손이라고 비판했다.

두 번째로는 이번 마루타 발언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산부인과 의사와 그를 믿고 따르는 환자 간의 신뢰를 손상시켰다고 설명했다.

물론 기본적인 에티켓이 결여된 동료 의사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마루타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는 산부인과 진료 영역에서는 환자가 자신의 생식기를 보여줘야만 하는 불편함과 그를 보고 진찰해야만 진료기 가능하다는 이중효과가 있음이 간과됐다고 설명했다.

서로 어렵고 불편한 자리지만 그러한 상황을 의사와 환자가 서로 신뢰하며 이루어지는 것이 진료현장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이 회장은 이같은 진료현장에서의 문제점에 대해 영국 등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들며,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 소개했다.

세계 어느나라에서건 간에 진료현장에서 환자의 자율성과 선행의 법칙이 충동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현명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끝으로 이 회장은 “차후에 만약 양 의원이 이번 사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대안마련을 위한 자리를 요청해 온다면 발전적 대안 마련을 위해 기꺼이 참여할 것”이라고 제언을 마쳤다.

김태용 기자

 


<전문>‘양승조의원 발언논란 종식을 위한 제언’
의료윤리연구회 이명진 회장

2010 년 정기 국회에서 양승조국회의원이 의사들이 임산부들을 마루타처럼 취급한다며 진료시 사전동의서를 받도록 법으로 정하겠다는 발언이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먼저 보건복지위원으로서 환자의 프라이버시와 권익을 보호하려는 양의원의 의도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보인다. 하지만 윤리적인 문제와 에티켓의 문제를 법으로 다스리려고 하는 발상을 한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특히나 개인이 아닌 국민의 대표로 입법 활동을 하시는 분이 조금 더 신중한 준비와 대안을 마련해야했다.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문제점에 대한 복합적인 원인을 분석해 보고 발전적 방향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성숙한 면을 엿 볼 수 없다. 국회의원으로서 국회에서 많은 발언과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대안이 없는 발언은 인기 영합성 행동에 머무를 수 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게 된다.

건전한 사회 흐름의 선순환이 깨어지고 그 깨어진 고리를 회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갈등 그리고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양 의원의 마루타 비유발언으로 발생된 문제점들과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며 합의를 이루어 나가야할 것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첫째 산부인과 의사들이 임산부를 마루타 취급한다는 표현은 매우 잘못된 표현이다.
환자를 마루타로 취급하는 행위는 2차대전 때 인체실험을 한 비인간적인 만행을 저지른 일부 저질 일본의사들의 행위를 말한다. 임산부의 배를 가르고, 독극물을 주입하여 서서히 죽어가는 과정을 관찰하고, 산 사람을 마취도 하지 않고 해부실험을 한 행위를 일컫는다. 만약 양 의원께서는 이런 마루타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비유로 사용하셨다면 의사와 환자에 대한 무서운 명예훼손 행위일수 있다.

둘째, 이번 마루타 발언으로 성실히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환자와 태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대다수의 산부인과 의사들과 그 의사들을 믿고 따라준 환자 간에 신뢰를 손상시켰다. 임산부들과 여성 환자들은 진료거부감을 일으킬 정도이고 의사들에게는 깊은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진료현장에서 지켜야할 기본적인 에티켓이 결여된 동료 의사들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있고 같은 의사로서도 부끄러운 비윤리적인 동료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떠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지적하고자 할 때 그 표현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한 후 의견을 제시해야만 한다. 그런 고민하는 모습을 양 의원의 모습에서 찾아보기가 힘들고 또 문제 발생이후에도 보이지 않는 데에 안타까움이 더하는 것이다.

셋째 문제를 제기한 산부인과 진료에 있어서 여성들이 자신의 음밀한 부위를 타인에게 보여준다는 사실이 달가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지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의료윤리적으로 이 부분을 깊이 분석하고 이해해야 할 부분이 있다. 산부인과 영역의 진료에는 항상 이중효과(double effect)라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임산부나 여성환자를 진료하는데 있어 환자가 자신의 생식기를 의사에게 보여주어야만 하는 불편한 면과 생식기를 보고 진찰해야만 진료와 치료가 가능하다는 이중효과가 항상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는 강한 온정적 간섭주의가 필요한 곳이 바로 산부인과 영역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만 했다. 남자건 여자건 자신의 음밀한 부위를 내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치료를 위해서는 기꺼이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고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다. 어렵고 불편한 자리지만 그러한 상황을 의사와 환자가 서로 신뢰하며 이루어지는 것이 진료현장인 것이다.

이상 양의원의 발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한편 양의원의 문제제기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그 동안 우리 의사들이 환자들의 입장에서 환자를 배려하는 모습이 부족했었던 부분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는 점이다.

그럼 이러한 문제가 우리나라 의료현장에서만 발생하는 것일까?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현상들이 진료현장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이런 문제들을 풀어나가고 있는지 알아보고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갔으면 한다.

영국의 경우 영국의사협회가 환자들의 불편한 점들을 청취하여 전문가로서 환자를 배려하는 적극적인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의사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진료현장에서 의사가 지켜야할 에티켓이나 지침들을 매번 업그레이드시키면서 회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13년 전인 1997년부터 의사들이 환자의 생식기나 신체의 음밀한 부위를 진찰할 때나 또는 전신 마취 때에 보호자(chaperon)를 동반하거나 다른 보조의료인력을 반드시 동반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진료 전에 환자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가능한한 사전동의 사실을 진료기록에 남겨두라는 의사협회의 권고안이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환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주려는 의사들의 노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세계 어느나라에서 건 간에 진료현장에서 환자의 자율성과 선행의 법칙이 충돌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충돌이 있을 때 현명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모습이 진정한 프로페셜날리즘을 이루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의사들도 양의원의 발언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환자를 대할 때 내가 부족함이나 무례함이 없었나 스스로 돌아보는 성숙한 모습이 필요한 것 같다.

우리 의사들이 먼저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진료현장에서 존중해 주려는 노력과 겸손한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양의원께서도 진료현장에서 발생하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었더라면, 이번과 같은 논란 없이 멋진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고 존경과 찬사를 받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도 이런 형태의 문제들이 진료현장에서 각 진료 과마다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인 우리가 먼저 고민하고 지켜야만 하는 의료윤리를 스스로 바로세우고 실천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우리를 다스리려고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남들에게 다스려지기 전에 우리가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다스려야만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윤리는 내가 먼저 지키고 붙잡고 나가게 되면 존경과 권익이 보호되지만 남에 의해 강요될 때에는 엄청난 비난과 수모, 그리고 경제적 손실이 따라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차후에 만약 양 의원께서 이번 사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대안마련을 위한 자리를 요청해 온다면 발전적 대안 마련을 위해 기꺼이 참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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