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증례는 20년 전부터 음식을 먹으면 목에 걸려 있는 것 같으면서 잘 내려가지 않는 느낌이 있었으나 참고 지내던 중 점차 증상 심해지면서 삼키기조차 어려워 외래로 내원한 65세의 여자 환자의 증례이다.
식도 내압 검사 결과 17회 물을 삼켰을 때 (wet swallowing) 모두 낮은 진폭의 동시성 수축(simultaneous contraction)이 관찰되었다.
아칼라지아를 확인한 후 하부식도 괄약근에 보톡스 주입 치료를 하기로 결정하고 하부 식도 괄약근에서 1cm 근위부를 4등분하여 각 부위에 보톡스 20units씩을 주입하였다. 주입 후 합병증은 관찰되지 않았고 현재 환자는 증상의 호전을 보여 현재 외래에서 추적 관찰 중이다.
아칼라지아는 하부 식도 괄약근의 이완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병으로 원인은 확실하지 않으며 발생 빈도는 인구 10만 명당 0.4~0.6명이며, 성별, 인종 간 차이는 없으며 주로 40~60대에 호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환자가 호소하는 주 증상은 연하곤란, 가슴쓰림 등이며 병이 진행하게 되면 체중감소, 소화 안된 음식의 역류, 흡입성 폐렴 등의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진단을 위해서 우선 아칼라지아가 의심되는 경우 바륨 조영술을 시행해서 바륨 조영제 위로 공기와 정체된 음식물에 의해 공기 액체층(air-fluid level)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거나 하부식도부가 원위부로 갈수록 좁아지는 새 부리모양(bird beak appearance)의 음영을 확인하면 된다. 그러나 이런 전형적인 소견을 보이는 비율은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어 진단에 한계가 있다.
아칼라지아 진단의 표준 방법(gold standard)은 식도내압검사로 2가지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 식도 원위부의 연동운동소실로 식도체부에 10-40mmHg 정도의 낮은 진폭의 동시성 수축(simultaneous contraction)이 나타나거나 아예 명확한 연동운동이 없는 경우이다. 두 번째로는 하부식도 괄약근의 이완부전이다.
상부위장관 내시경을 시행하나 이는 진단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는 양성 혹은 악성 질환을 배제하기 위해서 시행하게 된다.
아칼라지아로 진단된 경우에는 몇 가지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첫째, 하부식도 괄약근에 보톡스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이는 단기간의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는 있으나 50% 이상의 환자에서 수개월 이내 재발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로 아칼라지아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된 nitrate와 칼슘통로 길항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nitrate가 가장 효과적인 약물임에도 두통 등의 합병증 때문에 임상에서는 칼슘통로 길항제를 투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약물 치료는 식도 확장이 없는 초기 환자나 다른 질환 등이 동반되어 확장술이나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 등에서 시도해 볼 수 있다.
세 번째로 풍선 확장술이 있다. 풍선 확장술은 초기 성공률이나 장기 치료 성공률이 높은 비수술적 치료법으로 시술 전에 내시경을 시행하여 식도염이나 종양이 있는지의 여부를 꼭 확인하여야 한다. 그리고 식도 천공이나 파열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겠다.
마지막으로 수술을 통한 외과적 치료법으로 이는 수년 후에도 재발율이 10%이하로 보고되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그리고 최근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법은 통증이 덜하고 회복기간이 짧아 식도 천공의 위험이 있는 풍선 확장술 등의 비수술적 치료를 대신하여 시술이 증가하고 있다.
외래에서 환자를 보다 보면 본 증례의 환자처럼 수년 혹은 10여 년 이상 연하곤란과 역류 등의 증상으로 고생한 환자들을 볼 수 있다. 대개의 환자들은 내시경상 특이 소견이 없다는 얘기를 듣거나 역류성 식도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에 대한 치료를 받게 되는데 이런 경우 투약에도 별다른 호전을 보이지 않고 환자는 지속적인 증상의 악화를 경험하게 되어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환자의 병력에 대해 좀 더 귀를 기울이고 역류성 식도염의 치료에도 호전이 없는 경우 아칼라지아와 같은 식도의 운동성 질환의 가능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 주는 증례가 되겠다.
건국대학교병원 소화기병센터 이정현, 심찬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