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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1812년' 서곡 작품번호 49
차이코프스키 `1812년' 서곡 작품번호 49
  • 의사신문
  • 승인 2010.10.2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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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승리한 러시아의 `환희와 축포'

프랑스 혁명이라는 시운을 타고 프랑스 민중의 영웅으로 떠오른 나폴레옹이 프랑스 군대를 진두지휘하여 러시아 침공에 나선 1812년은 유럽 전역의 판도를 뒤바꾼 역사적인 해로 기록된다. 기세 좋게 모스크바를 점령한 나폴레옹은 그러나 러시아군의 초토화 작전에 말려 대패를 맛봐야 했고, 추위까지 겹쳐 60만 대군 중 겨우 2만 여명만이 살아남아 프랑스로 퇴각해야만 했다. 이 1812년을 러시아에서는 대대적으로 기념하여 위대한 민족승리의 해로 삼고 있다.

차이코프스키가 `장엄서곡`이라는 표제를 달고 1812년을 음악화한 것 역시 러시아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함이었다. 이 서곡은 현악기 연주로 라르고의 성가곡 `신이 너의 백성을 보호 하신다'로 시작하면서 대포소리와 프랑스 및 러시아 국가를 삽입하여 전투를 벌이는 두 나라 병사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곡 전반에 5개의 주제가 소재로 사용되는데 그 하나는 프랑스 국가인 라마르세예즈이고 나머지는 러시아의 음악으로 이 러시아의 4개 주제가 번갈아 나온 후 라마르세예즈를 서서히 침묵시킴으로써 러시아의 승리를 묘사한다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마지막 부분은 패주하는 적의 귓가에 대포소리와 러시아국가가 강력한 포르테로 힘차게 울려 퍼지고 이어서 모든 사원들의 종소리가 일제히 울리는 가운데 축포가 터지고 환희의 클라이맥스가 전관현악으로 연주되면서 곡을 마친다. 이와 같이 전쟁의 시말을 치밀하고도 사실적으로 묘사함은 물론, 곡이 진행됨에 따라 러시아라는 나라의 실체가 명확하고도 압도적으로 분위기를 장악하여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차이코프스키는 광산 감독관인 아버지와 음악을 사랑하는 어머니사이에서 1840년 보트킨스키에서 태어났다. 그는 7살 때부터 피아노 교습을 받기 시작한 후 다음해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겨 정규 피아노 교육을 받게 된다. 그러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음악교육을 중단하고 법률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그 후 독일인 킨딩거에게 피아노 이론을 배우면서 독일음악에 영향을 받게 되었고 20세 때 안톤 루빈스타인이 주재하는 음악교실에 입학하게 된다(이 음악교실이 훗날 러시아 최초의 모스크바음악원으로 개편된다).

이러한 배경으로 그는 독일 고전파와 낭만파의 형식을 계승하면서 러시아의 향토색 짙은 가락과 민요를 바탕으로 러시아적인 애수와 격정을 곡으로 표현하였다. 독일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아 표제음악 색채가 짙고 대부분 표제적인 의도를 포함하고 있어 그의 교향 작품들은 사상성이 매우 강하게 나타나 있다. 당시 러시아 5인조 그룹에 참가하지 않았으면서도 그는 가장 러시아적인 민족음악의 향연을 펼쳤으며 53년이란 짧은 생애를 살면서도 수많은 걸작들을 남겼다. 그의 작품에는 러시아라는 나라의 향토와 민중을 그대로 표출시킨 곡들이 많이 있다.

이 곡은 1880년 전쟁 당시 불에 탄 모스크바 중앙대사원에 헌납하기 위해 작곡되어 2년 뒤 모스크바산업예술박람회 개막 축하연에서 초연되었다. 규모가 큰 표제음악의 대표적인 걸작으로 모스크바의 러시아음악협회 설립자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의 권유로 작곡되었다.

작곡을 시작할 무렵 차이코프스키는 폰 매크 부인에게 다음과 같이 당시 기분을 편지에 쓰고 있다. “저는 어떤 축제를 위해서 작곡한다는 것처럼 불쾌한 것이 없습니다. 박람회 개장 때 연주된다면 당연히 극히 평범하거나 아니면 아주 요란하고 시끄러운 것이어야 일반인들의 주의를 끌 수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내키지 않지만 작곡은 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그는 이 곡의 음악적 가치를 낮게 평가하였다. 부분적으로 시끄럽고 산만하여 곡 구성면에서 음악적으로 훌륭한 작품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1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볼 때 차이코프스키 자신의 평가보다는 뛰어난 걸작임은 확실하다.

■들을만한 음반 : 유진 오만디(지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RCA, 1970); 안탈 도라티(지휘), 미니애폴리스 심포니(Mercury, 1955);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DG, 1967);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지휘), 로얄 필(Decca, 1969); 게오르규 솔티(지휘), 시카고 심포니(Decca, 1986)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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