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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여! 저희를 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킬리만자로여! 저희를 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의사신문
  • 승인 2010.10.2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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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우 - 잠보! 킬리만자로(Mt. Kilimanjaro, 5895M) <3>

▲ 우후루 피크에서 필자와 등반대원들과 기념사진
 
  킬리만자로 정상에서 - 하쿠나 마타타

 묻지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매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산정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 눈덮
 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중략)

킬리만자로!!.

검은대륙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의 산(5895m)이고, 지구상에 가장 큰 휴화산 중의 하나이다.

특히 전문 등반장비를 사용하지 않고서, 아마추어 등산객들도 비교적 안전하게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산이라 한다. 산악인 아니 누구라도 한 번쯤은 가보고 싶어 하는 곳, 특히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 거의 없는 국민가수 조용필씨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중에 나오는 가사로 더욱 유명한 산이다.

사실 작사가 양인자님의 한낱 유행가 가사에 지나지 않던 나레이션 구절이, 이제는 어느새 한층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구절로 파고 든다.

킬리만자로의 Kilima는 스와힐리어로 `산'이란 뜻이고, njaro는 마사이어로 `물의 원천'이란 뜻을 가지며, 또한 빛나는 산을 의미한다고도 한다, 1889년 독일의 지리학자 한스 마이어가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고 전해진다.

해마다 서울시의사산악회와 함께 해외산행을 하면서 고산증에 힘들어 하면서도 왜 산에 또 오르려고 하는지를, 마치 위의 노래가사가 답을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욕망이라는 돌을 미지의 세계로 던져놓고 그것을 따른다”
체센이라는 등반가는 또 다른 해석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이제 정상에 오르던 그 감격스런 기억을 더듬어보자.
키보산장의 밤11시, 갑자기 기상소리와 함께 주변이 소란스러워진다, 가만 생각해보니 오후 7시경 이른저녁에 잠을 청하였으나, 깊은 잠이 좀체 들지 않는다 뒤척이다보니 충분한수면을 취하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머리는 띵하지만 그래도 적응이 되어가는지 어제보다는 한결 가볍다.

이제 마지막 정상을 향한 등정의 날이 온 것이다.

밤 12시경에 고산증에 시달리고 있는 김철수대원 1명을 빼고 모두 모였다.
잠에서 깨어난 동료들을 보니, 어둠속에서도 부스스한 푸석한 얼굴,그러나 비장한 얼굴들이다 물통에 물을 채우고 그리고 정상에서의 영하의 기온을 고려하여 방한채비를 갖추어입고 머리에는 헤드랜턴을 끼우고 장비를 챙긴다. 특히 무겁기는 하나 정말 꼭 작품을 남기겠다는 마음으로 애완동물 다루듯 DSLR 디지털 카메라를 쓰다듬으며 챙긴다.

자료에 의하면 한밤중에 등정을 하는 이유는 먼저 이른 새벽 키보봉 정상에 오르면 환상적인 일출을 볼 수 있고. 차라리 밤에 얼어있는 상태의 화산재가 푸석거리지 않아 걷기에 편하기 때문이라 한다.

자 이제 출발이다 우리는 A·B·C조로 나누어 조별로 움직이기로하고 나는 B조에 속하여 출발한다.

하늘을 보니 보름달이 유난히도 크고 밝게 빛난다. 그래 오늘이 바로 추석이로구나, 조상님을 맞이하는 차례를 올리지 못하는 불경스러움을 대신 킬리만자로의 정상에 오르는 기백으로 보상받으려 멀리 이국땅에서 용서를 빌 뿐이다.

밝은 달빛으로 주위는 헤드랜턴 없이도 산행이 가능할 정도이나 만약의 사태를 위하여 렌턴에 불을 밝히고 여유분의 전지를 배낭에 챙기고 출발이다.

오르막 중간에 위를 올려다보니 몇 명씩 가이드 인솔 하에 긴 불빛 행렬을 이룬 모습이 보인다.마치 4년전 후지산 정상을 향하여 밤에 오를 때의 악몽의 지그재그의 모습이 불현듯 떠오른다.

마지막 묵은 키보산장(4700m)부터, 길만스 포인트(5685m)에 이르는 해발 약1000미터의 고도를 오르는 루트는, 지금까지와의 평탄한 트랙킹과는 차원이 다른 가장 난코스로 알려져 있다. 등정성공율이 약 50% 정도라는데 과연 오를수있을까? 고산증은 누가 올지 모른다는데 하는 마음속에 여러 상념이 떠오르며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다.

어둠속에서 가이드 맥시를 선두로 열을 지어오른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숨이 차오른다. 고산에서의 보행법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한걸음씩 세어가듯 오른다.

에베레스트도 등정했던 맥시의 가이드하에 서윤석 고문이 사기를 돋우기 위해 선창을 하며 구령을 부친다. `뽈레 뽈레(천천히 천천히)' 우리말 빨리빨리와 발음은 비슷하나 뜻은 그와 반대란다. 따라하면서도 자꾸 귀찮아지고 구령소리는 점차 줄어든다, 주변의 이야기소리도 없어지며 거친 숨소리만이 들려올 뿐이다. 계속 이어지는 지그재그의 경사로를 오른다 …점점 쉬는건지 가는건지 고산주행의 속도는 더욱 느려진다.

갑자기 한기가 오싹 느껴진후 계속 몸이 떨릴 정도로 춥다, 체온을 빼앗기면 고산증이 쉽게온다는데… 안되겠다. 아무래도 우모복을 꺼내 입어야겠다 잠시 대열에서 이탈하여 배낭을 열고 옷을 끄집어내어 안에 겹쳐입었다. 구부리는것 조차 숨이차고 어찔하다. 잠시 휴식후 우리대열을 보니 벌써 지그재그 산길 저 위로 보인다. 빨리 따라가야할텐데… 하며 보행속도를 올렸다. 간격을 줄여가며 간신히 대열에 합류했으나, 고산에서의 오버페이스라서인지, 이후 대열에서 자꾸 피로한 모습으로 비추인 모양이다. 가이드 맥시가 어둠속에서도 역시 바로 알아채고 다가와서 눈동자를 바라보며 몇마디 묻더니 괜찮다하는데도 아랑곳않고 바로 나의 배낭을 벗겨 자기가 짊어진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카메라는 고집스럽게 내가 들었다. 고산에서의 dslr 카메라는 무겁기가 그지없다. 무겁지 않은 배낭이지만 벗어주니 한결 걷기가 수월하다.

▲ 우후루 피크를 향해 오르며 촬영한 킬리만자로를 덮은 만년설

밤 12시, 고산증 시달리는 대원 1명 빼고 모두 모여 완등 다짐
밝은 보름달 보며 차례 올리지 못한 용서 빌며 한걸음씩 나아가
8시간 고행 끝에 길만스 포인트 지나며 찬란한 새벽 맞이해
마침내 우후루 피크 도달…일행들과 감격의 포옹과 악수 나눠


새벽은 찬란한 어둠이라했던가? 주변이 조금씩 밝아온다. 올려다 보니 거의 능선정상이 코앞에 있다. 마침내 8시간의 고행 끝에 킬리만자로의 정상부근 능선포인트의 랜드마크인 길만스 포인트(Gillman's Point 5685m)에 도달하였다.

여기까지는 올라와야 킬리만자로 등정증명서가 발급된다고 한다.
날이 더 밝아오며 이미 해는 떠올라서 구름사이로 희미하게 비추고 있다.
주변의 황량한 분화구도 보이고 멀리 잔설처럼 남아있는 만년설도 보인다.

아프리카대륙에서 제일 높은 곳에 지금 내가 서 있는 것이다. 카메라는 찰칵하는 순간 역사가 된다고 하지않는가? 주변촬영과 함께 정상의 기념 단독사진을 한명씩 찍는다.

출발때의 조와 상관없이 이민전, 서윤석, 강인구, 정효성, 이용배 등 5명의 대원이 보인다.
강인구 대원을 제외하면, 전부 연식이 좀 되신 시니어대원들이다, 대단한 체력들이다. 표정들이 힘들어하는 기색도 별로 없어보인다.

잠시 휴식 후 이제 우리는 킬리만자로 키보봉의 실제 정상인 우후루 피크(5895m)까지 좌측 능선을 따라 약 1시간30분을 더 가야한다. 과연 갈수있을까? 다행히 지금은 오히려 머리도 맑아지고, 컨디션도 괜찮은 편이다. 그래 다시 출발이다. 하늘색이 어찌 저렇게도 파랄수있을까?

이윽고 바위틈을 지나서 걷다가, 편안한 능선길로 접어든다.
마침내 좌측으로는 바닥의 검은 화산재와 흑백의 묘한 대조를 이루며, 빛나는 빙하의 모습이 눈부시게 빛을 내며 나타나기 시작한다.

마치 극지방에라도 온 듯한 착각을 자아낼 정도로 붉게 물든 동녘하늘과 함께 장관을 보여준다 이 광경, 이 순간의 모습을 모두가 함께 보지못함을 안타까와하며 특히 사진작가 신동엽대원이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부족한 실력으로 여기저기 카메라에 담는다.

얼마남지않은 마치 시한부 인생과도 같은 만년설, 지난 100년동안 약 85%가 녹아 없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은 밑에서 올려다 보던 만년설보다는 휠씬 두터운 빙하의 모습으로 남아 있어서, 만년설이 곧 없어진다는 설에 대해 혹자는 탄자니아 정부당국의 킬리만자로 마케팅이 아니겠느냐는 우스개 의구심을 키우기도 한다.

오른쪽으로는 분화구안의 황량한 평원이, 마치 달표면을 그대로 연상시키는 듯 하다.
가다가, 또 쉬다가, 금세기 중 곧 없어진다는 빙하의 마지막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 감상하며 마치 우주인의 발걸음처럼 천천히 고산보행을 한다.

얼마후 저 멀지 않은곳에. 등산객들 몇 명이 모여서 사진들을 찍으며, 힘들지만 표정들은 밝다. 웃음소리도 들려온다. 그래 저곳이 정상인가보다…그리고 표지판도 보인다.

그렇다! 그곳이 바로 키보봉우리의 정상 우후루 피크(Uhuru Peak 5.895m)였다.
FREEDOM을 뜻한다는 우후루. 진정 마침내 목표에 도달하고보니, 많은생각들이 스쳐간다.
킬리만자로여!! 저희의 등정을 품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나무로 얼기설기 세워놓은 정상표지판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CONGRATURATION YOU ARE NOW HERE. UHURU PEAK TANZANIA 5895m AFRICA'S HIGHEST POINT. WORLD'S HIGHEST FREE-STANDING MOUNTAIN.

표지판을 보니, 감격적이면서도, 천근의 몸과 마음은 우선 이제 더이상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더욱 앞선다.

지금시각이 08시20분이니 자정부터 오르기시작하여 약 8시간여 만에 정상에 도착하였다. 함께 동행한 일행 5명과 가이드 맥시와 번갈아 서로 감격의 포옹과 함께 악수를 나눈다. 정상의 기온은 체감온도가 영하 10도 이하라는데 성취감 때문인지 생각보다는 견딜만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대원 15명중 가장 고참의 시니어 대원들이 순서대로, 젊은 대원들을 앞서서 올라와 정상등정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늘 고산증상을 먼저 보이면서도 몇차례의 해외산행에서도 늘 정상에 서시는 산악회 서윤석 고문, 정상에서도 힘이 넘쳐보이던 보스형 서울시 의사회 이민전 부회장, 절치부심 킬리만자로 등정을 준비해오신 만능 스포츠맨, 정효성 광주시 북구 보건소장, 환상적인 에스라인의 몸매와 서바이벌 영어의 달인으로 제일먼저 정상에 올라선 이용배 부대장, 그리고 세련된 패션의 미남이면서도 이름 그대로 강인함을 보여준 대구시의사회 강인구 등반대장 등.(이들 선두팀의 뒤를 이어 시차를 두고 바로 다음팀이 올라왔고 이후의 연자에게 부탁드린다.)

그래 이제 잠시나마 정상에서의 여유를…그리고 성취를…행복감을 즐기고 싶다. 킬리만자로의 정상은 모두에게 열려있으나, 그러나 아무에게나 내어주지는 않는다고… 대원모두 정말 쉽지않게 올수 있었던 이곳 아니었던가….

이제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리는 내려가야한다.
`화장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지우는 것도 중요하다' 산에서의 사고는 오르막과 함께 내리막에서도 많은 주의가 요구되는 법. 다행히도 킬리만자로는 어머니와도 같은 푸근함을 간직한 채…

모두가 무사히… 가슴가득 개개인의 감동의 스토리를 안고 키보산장으로 돌아올수 있었다.
하산 후 뒤풀이는 저마다의 스토리가 한귄의 책이 나올 듯 가지각색이다. 그중에도 공통점들은 이번산행을 위하여 하나같이 보이지 않는 준비와 함께 칼을 갈아 온 이야기를 하나둘씩 비로서 고백을 한다. 마치 학생시절 시험공부 미리 다해 놓고, 하나도 못했다고 엄살과 눙을 치는 모습과 다름없다.

그렇다 등산은 자기극복의 역사라 했다.
관중이나 심판, 순위가 없어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등산이라 했다.
이번산행은 이재일 대장의 말처럼 우리자신을 극복해 낸 대원모두가 승리자였다.

또다시 새로운 꿈의 성취와 함께 킬리만자로 등정은 15명 대원 모두의 기억속에 영원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이다” 는 신영복님의 글귀를 다시 떠올리며 벌써 마음은 내년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관우<강남구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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