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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상상만 했던 '탄자니아'…우리 이제 떠난다
늘 상상만 했던 '탄자니아'…우리 이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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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0.1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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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석 - 잠보! 킬리만자로(Mt. Kilimanjaro, 5895M) No.1

▲ 킬리만자로 전경

서울시의사산악회가 추석연휴인 지난달 18일부터 26일까지 8박9일동안 아프리카 최고봉인 해발 5895m의 킬리만자로를 성공적으로 등정하고 이를 통해 의사산악인의 기개를 뽐내는 한편 위상까지 드높이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에 본지는 킬리만자로 원정대의 출발부터 성공 등정 그리고 귀국까지 모든 과정을 7명 원정대원들의 등정기를 연속 게재, 킬리만자로 해외원정 과정 중의 생생함을 전국 독자들에게 실감나게 전하려 한다. 이 글들을 통해 전국독자들의 서울시의사산악회에 대한 관심과 성원이 날로 배가되길 기대한다.

글 싣는 순서는 1.오르기전에(서윤석 서울시의사산악회 킬리만자로 원정대 고문) 2.산에 오르며(이재일 킬리만자로 원정대 대장) 3.하쿠나 마타타-정상에서(이관우 강남구의사회 회장-대원) 4.뽈레 뽈레-정상으로(이용배 영등포구의사회 회장 -부대장) 5.잠보! 킬리만자로(이민전 서울시의사회 부회장-대원) 6.산에서 내려와(박병권 킬리만자로 원정대-부대장) 7.Nina Puraha(신동엽 킬리만자로 원정대-대원) 순이다.
편집자 주

 

1. 오르기전에

▲ 킬리만자로 지도
올해로 8번째를 맞는 서울시의사산악회(이하 서의산)의 올해 해외산행은 동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Mt. Kilimanjaro·5895m)로 1년전에 정해졌다. 먼저 주관할 여행사로 `유피 트레킹'이 선정되어 5월초에 첫 미팅후, 7월초에 함께 북한산 종주 산행을 마칠때 까지는 순조로운 진행을 보였다. 인원도 15명으로 확정되어 국립의료원에서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으며 미지의 아프리카를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8월 중순경 여행사측으로부터 갑자기 비행기 좌석 문제로 불가통보를 받고는 진퇴양난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15명 대원의 황금연휴를 망치게 되었으니, 우리는 `유피'의 UP 하기도 전에 DOWN 되고 말았다. 서의산 이재일 회장은 긴급히 대원들을 모아 현재의 입장을 설명하고 차선책을 강구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무책임한 `유피'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회장은 동분서주하여 대행사없이 행사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9월18일 아침 홍콩을 거쳐 나이로비에 도착 후, 다시 킬리만자로행 비행기로 바꿔 타고 장장 30여시간의 장도에 오르게 되었다 .
 

1년전 부터 산악대원 모두 미지의 아프리카 산행 기대 부풀어
여행사의 무책임함으로 진행 위기 맞지만 대행사 없이 강행

서의산은 2003년 일본 북알프스를 시작으로 2004년 네팔의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2005년 백두산, 2006년 일본 후지산 2007년 프랑스 몽블랑(4850m), 2008년 대만의 합환산, 2009년 말레이시아의 키나바루를 거치면서 많은 노하우를 축적하게 되었다. 그러나 3000m 이상급 고산은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항상 긴장속에 산행을 하게 된다. 첫시작인 북알프스 등반은 태풍 `매미'가 덥치면서, 한치앞을 볼수 없는 강풍과 비바람을 헤치고 칼날릿지를 통과하여 안도의 한숨을 쉰 기억이 엊그제 같다.

ABC에서는 거머리의 습격으로 공포에 떨었고 필자는 고소증으로 하루종일 구토를 하면서 산행을 하던 끔찍한 기억도 있다. 그래도 땅에만 내려오면 그 공포와 고통의 기억은 한두달도 가지 못한다. 다시 몽블랑에서는 고소증인 어지러움증으로 반나절을 꼼짝 못하고 누워 있다가 몸을 추슬러 정상에 섰다. 더욱이 산사태로 산악열차가 정지되는 바람에 무거운 배낭을 걸머지고 올랐으니 그 고생은 이루 말할수 없었다. 고산병이 계속 나를 흔들지만 문제는 예방약이 없다는데 있다. 고소증은 나이, 연령, 성별, 체력, 등반의 속도, 잠을 자는 곳의 고도 등에 영향을 받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알려진것이 없다. 고산을 인솔하던 가이드가 고산증으로 움직이지 못하여 현지인으로 대체하였다는 웃지못할 실화도 있다. 다만 현지에서 충분한 적응후에 오르는 것만이 고소를 이기는 지름길이기는 하지만 개원의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단지 의사로서 비록 인증은 되지 않았지만 약품을 쓸수 있고 주사도 놓을수 있으니 고소증을 넘는 수 밖에는 없다.

`서의산'에서는 고산증이 오는 것을 `그님이 오신다'고 한다. 그님이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오시니 누군들 그님을 반기겠는가 ? 단지 살폿이 오시기만 바랄 수밖에…

그래도 또 간다.이번에는 그 높이가 무려 5895m나 되는 킬리만자로로…
`조용필'의 노랫말처럼 `왜 그렇게 높은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탄자니아, 남한 10배 크기…빅토리아 호수·세렝게티 공원 위치
대한의 영웅 오은선 대장의 불굴 투지 마음속에 새기며 출발

출발 3일전, 9월16일 C일보에 실린 `탄자니아인 가슴에 묻힌 한국청년'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멈추게 한다. 킬리만자로 지역에서 자원 봉사하던 한 대학생이 아깝게 익사한 사건이지만, 양아들로 삼았던 탄자니아인이 화장을 거부하고 매장을 고집하며 가까이서 자주 보기를 원했다는 기사는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아! 이런 따뜻한 곳이 킬리만자로가 서있는 탄자니아로구나. 마음이 훈훈해진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은 미지의 아프리카를 우리에게 많은 볼거리를 가져다 주었다. 과거에는 훼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등을 통해 어렴풋이 상상하던 탄자니아란 국가는 적도 바로 밑의 남한땅의 10배나 되는 대국이었다. 인도양을 끼고 있으며 아프리카 최고봉(독립봉으로는 세계 최고)인 킬리만자로를 비롯해 산악지대가 주를 이루며, 북서쪽에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넓는 빅토리아호수가 자리잡고 있다. 또한 북쪽에는 우리에게 동물의 왕국으로 익숙한 `응고롱고로 분화구`와 `세렝게티 국립공원'이 있으며, 서쪽의 `곰베국립공원'은 `제인구달'박사의 침팬지 연구로 익숙한 곳이기도 하다.

아직도 경제적으로는 낙후하여 일인당 국민소득이 430불(2007년 통계)로 410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더욱이 의사로서 가슴 아픈일은 AIDS나 HIV를 지닌 감염자가 약 140만명이 된다고 하니, 그들은 아주 척박한 땅과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커피의 종주국으로 수출품의 대부분을 차지 한다고 한다. 커피를 즐기는 필자에게는 벌써부터 커피의 진한 향이 코밑에 와 닿는 느낌이다.

탄자니아의 자존심 - Kilimanjaro(The great of Mountain)는 3개의 봉으로 구성된 독립봉(산맥에서 유래된 봉우리가 아닌)으로 쉬라, 키보, 마웬지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화산이 폭발하여 형성된 봉우리로 쉬라가 3878m, 마웬지가 5149m, 제일 높은 키보는 분화구를 형성하고 있다. 그중 Gillmans Point가 5700m, Uhuru Peak가 5895m로 아프리카의 최고봉이며 이 두곳을 오르면 각각 등정증명서가 발급된다. 최근 발표된 등정율이 55%라고 하니 15명중 몇 명이 오를지 걱정이다.

킬리만자로는 우리나라 제주도를 연상하면 빠르게 이해가 될것 같다. 분화구에 물이 차지 않은것 역시 비슷하다. 높이가 한라산의 약 3배이므로 그 넓이는 약 9배에 달한다고 하겠다.

정상봉우리인 Uhuru Peak 에 도달하는 루트는 △마랑구루트 -일명 코카콜라 루트 △마차메 루트-위스키루트 △음웨카루트 △음부웨루트 △쉬라루트 등이 있으며 우리가 등정할 마랑구루트에는 3개의 산장(Huts)이 있어 묵을수 있다. 산행은 보통 5박6일이나 우리팀은 4박5일 여정으로 준비를 하였다. 기간이 짧으니 다소 무리가 되는 등반이 될 것이다.

가수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발표되고 나서 많은 이들이 킬리만자로에 정말 표범이 있는지 궁금해 한다. 화산이 폭발해 생긴 4000m 이상의 고산에는 식물이 자라지 않는다. 돌과 모래로 덮혀 있는 무미건조한 산에 생물이 살리는 없으며, 먹이가 없는 산에 표범이 살 리가 없다. 그러나 1889년 독일의 지리학자 `한스 마이어'가 킬리만자로를 초등한 이후, 1926년 죽은 표범 한 마리가 분화구 동쪽에서 발견되어 세상의 이목을 받은 바 있다. 이 사건에 영감을 받은 훼밍웨이는 케냐의 국경지대에서 킬리만자로를 바라 보며 소설을 썼고, 조용필 노래의 작사자는 또 이소설에 감명을 받아 노랫말을 쓰지 않았나 추측된다.

킬리만자로에 표범이 살고 있지는 않지만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동물은 사자나 호랑이가 아닌 표범이며, 힘의 상징으로 여겨져 아프리카의 족장들은 표범 가죽을 둘러 위상을 과시한다.

그동안 서의산은 `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하여'란 슬로건을 걸고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왔다. 이제 아마추어 산악인이 오를수 있는 마지막 봉우리인 킬리만자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높이를 더 올리려면 어떠한 산이건 부단한 훈련과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가능 할것으로 생각된다. 욕심 같아서야 에베레스트도 오르고 싶지만 그곳은 내 능력 밖에 있으며 산신께서도 허락지 않으실 것이다. 8000m 이상의 고산은 서의산의 다음세대 몫이며 꼭 그날이 오리라고 확신하고 있다.

최근 여성산악인 오은선의 등정시비가 화제이다. 한 방송매체는 여러 가지 증거들을 제시하며 부정적인 결론으로 끝을 맺었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8000m 이상의 고산을 등정하고 살아서 돌아온 그녀에게 이게 무슨 짓인가 ? 여성 세계 최초로 8000m 이상 급 14좌를 완등한 오은선에게 쾌거를 축하해 주지는 못할 망정 시기와 질투로 일관하다니 그 방송사는 국적이 어딘지 의심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편협한 방송보도에 진저리 난 우리사회에 또 다시 불을 지피는 것 같아 심히 불쾌하다.

동행한 셀파도 인정하였고 히말라야 자이언트 14봉을 역사상 처음으로 완등한 `라인홀트 메스너'도 아낌없이 축하해 주지 않았던가? 그들의 주장대로 100m 혹은 150m 전이라 하더라도 8500급의 고산에서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악조건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든 것은 이제 그녀의 몫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우리의 현실에서 진정한 영웅은 없단 말인가? 그녀는 진정 산악인의 영웅이며 보배이다.

진정코 산을 모르면서 오은선을 폄하하지 말자. 생과 사를 수백번 넘나든 여린 몸매의, 대한의 딸에게 더 이상 돌을 던지지 말자.

이제 우리는 `대한의 영웅 오은선'의 불굴의 투지와 강인한 정신력을 마음속에 새기며 머나먼 땅 킬리만자로로 떠나려 한다.

 


서윤석 <서울시의사산악회 고문>

 


킬리만자로 등반대원 명단

△등반대장 이재일 (서울시의사산악회 회장)
△고문 서윤석 (서울시의사산악회 고문)
△부대장 이용배 (서울시 영등포구의사회장)
△총무부대장 박병권 (서울시의사산악회 등반대장)
△정효성(광주시 북구 보건소장)
△이민전(서울시의사회 부회장)
△이관우(서울시 강남구의사회장)
△강인구 (대구시의사산악회 등반대장)
△장순기(서울시의사산악회 대원)
△장원영(서울시의사산악회 대원)
△기록 신동엽( 서울시의사산악회 대원 )
△박윤석(서울시의사산악회 대원 )
△김철수( 서울시의사산악회 대원 )
△박종섭(총무 간사)
△박상욱(총무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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