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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들이 너무 많아지면…
차종들이 너무 많아지면…
  • 의사신문
  • 승인 2010.09.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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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들어오는 수입차와 선택의 고민

요즘 외국의 동영상을 보면 무료 How to 시리즈 광고에 알페온을 비롯한 많은 차들의 광고가 뜬다. 예전에는 이 만큼 많이 등장하지 않았다.

GM과 포드는 이번 분기의 실적이 저조하지만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른 수입차 업체들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한다.

국내시장의 경우 수입차의 점유율은 빠르게 늘어 판매량이 처음으로 월간 8000대를 돌파했다. 수입차의 내수시장 점유율도 8.76%로 최고치에 도달했다(하지만 수입보다는 수출이 많다).

차들의 종류도 다양해져서 시내를 걷다가 웬만한 수입차들을 보아도 별로 놀라지도 않는다. 이런 일들이 다양성의 일부지만 오랜 세월에 지나자 한국에도 다양한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5월(7.08%) 처음으로 7%를 넘어서 3개월 만에 8% 벽을 넘어선 후 9%대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얼마까지 늘어날지는 모른다.

다른 나라 메이커들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하고 버틸 여력만 있다면 , 그리고 AS망과 부품 조달 시스템을 갖춘다면 참으로 복잡한 시장이 만들어진다.

현대는 안방을 내주기 싫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차종과의 승부를 위해서인지 소나타가 1%의 할부로 들어갔다. 거의 0%에 가깝게 느껴진다. 무이자 할부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였을까?

그러나 다른 메이커들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가격을 인하하며 경쟁에 들어간다. 공격의 무기는 차의 품질과 혜택이다. 미국에는 `에누리에 넘어가지 않는 장사는 없다'는 비즈니스 경구가 있었다. 결국은 차들의 프로모션 경쟁이 있을지도 모른다. 프로모션은 에누리라고 볼 수 있다.

경제학자들이 더블딥이 올 확률이 30%부터 50%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조금 망설여질만도 한데 사람들의 용감한 구매 행위는 멈추지 않는다. 실제로 저금리에 힘입은 것인지 정부 발표대로 성장이 견조한 것인지 차들은 전년도보다는 많이 팔렸다고 한다.

일반적인 차보다 비싼 차들은 구입과 유지가 모두 골치 아픈 하나의 모험에 속한다. 그러니 용기가 없으면 그 차를 경험하지 못한다. 차의 매니아들은 누구나 이런 로망이 있다.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잡지에서 한번 본 차들은 머릿속에 남아 반응을 일으킨다. 나중에는 미련으로 남기도 한다. 누구나 이런 로망을 갖는 차는 한 두대 정도는 있고 필자는 로망정도는 아니지만 잘 만들어진 유명한 차종(예상외로 싼 것도 많다) 가운데 몇 개는 몇 년 정도 운용해 보고 싶은 의무감 같은 것이 있다. 그러니까 타보고 싶은 차들의 리스트가 머릿속에 존재한다. 결제일이 될 때마다 이런 생각은 사라지지만 얼마가 지나면 또 고개를 든다.

사실은 그 막연한 로망이라던가 선망 같은 것이 때로는 차에 대해 잘 몰라서 오는 경우도 있다. 차를 한 두번만 시승해 보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몇 종류는 아니다라는 것을 알게된다.

메이커측에서는 난감한 경우지만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시승해보면 차종이 자기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는 알 수 있다. 처음에 잘 고르는 것이 중간에 바꾸는 것보다는 쉽고 머리가 덜 아프다는 것은 자명하다. 여러개를 놓고 고민하는 것보다는 몇 가지를 확실하게 선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알아보고 생각하는 일은 마케팅노력이 집요한 가운데 더 중요해진다.

차를 너무 많이 접하다보면 정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어떤 차종은 정비성이 너무 나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 나중에 보증기간이 끝나면 겁이 나게 된다. 중고차 값이 너무 나쁜 차종도 겁을 먹게 된다.

부품값이 차량가격에 대해 너무 비싼 차종도 무섭다. 엔진오일이나 변속기 오일을 가는 경우에도 너무 비싸다는 느낌이 드는 차종도 있는데 메이커들은 다른 회사의 제품을 쓰면 보증을 해주지 않는다고 겁을 준다. 이것저것 많이 생각하다보면 따져보다가 연애조차 못한다는 이야기처럼 되어 버린다.(메이커의 카탈로그에는 앞서 적은 이야기들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필자같이 엔진오일을 가는 가격 10만원에 기절할 정도라면 대체품목을 허용하지 않는 메이커들은 자연적으로 배제다.

메이커가 하는 이야기들을 다 믿으면 사실 단순한 경우가 된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샀노라고 선언할 정도면 이야기는 단순해진다. 꼭 그 차를 타고 싶었다는 것처럼 단순한 경우라도 쉽다. 아니면 특별히 탈 것 이외에 다른 것을 기대하지 않은 경우라도 단순해진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이 단순하게 결정하고 나서 상당히 긴 기간 동안 할부나 리스를 갚는다.(그렇지만 같은 선택이면 더 좋은 투자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능동적으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이 많은 차 가운데 어떤 요인이 그 차를 선택하게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른다. 성능이나 안전성은 대략 어떤 기준점을 넘어섰다. 주위의 평판이나 소문이 객관적으로 작용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신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차들은 처음부터 잘 팔리고 어떤 차들은 그렇지 않다. 만약 이런 것을 잘 알고 있다면 메이커에 컨설팅을 하면서 살고 있을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얼마전 작고한 조경철 박사님의 글을 열심히 읽던 시절이 기억이 난다. 그때는 고를만한 차가 없었기 때문에 모든 차가 다 신기해 보였다. 카라이프를 보아도 신차는 특집수준으로 다루어졌다. 그러나 요즘은 너무 많다. 차를 사고 뿌듯한 것도 당시와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어쩌면 그 때가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른다. 차에 대한 선망같은 것을 몇 년 동안은 간직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바로 시승하고 선망이 곧 사라지는 요즘은 소비의 선택이 소비 그 자체보다 어려워 보인다.

세상이 너무 복잡하고 정교한 것도 문제다. 가끔씩 문제작이나 걸작을 메이커들이 내던 옛날이 그립기도 하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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