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능선을 따라 몇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니 넓다란 계곡이 나왔다. 한허계곡이다. 천지 둘레길이 여기서 끊기고, 계곡을 내려갔다가 다음 봉우리로 다시 올라가야하기 때문에 이곳이 제일 힘든 구간이다. 내려가는 길은 돌이 굴러서 좀 위험하다. 길게 펼쳐진 계곡은 초록의 풀로 덮여있어서, 보는 이의 눈이 편안해진다. 흑갈색의 콜로라도강이 흐르는 그랜드캐년에서는 삭막함뿐이었는데, 이곳은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그 벌판에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지천으로 깔려있다.
길가에 민들레처럼 생긴 껄껄이풀이 보인다. 노랑색 꽃이 피는 껄껄이풀은 우리나라에서는 백두산에서만 볼 수 있다. 주변에 화살곰취, 구름국화, 박새, 물매화가 보인다. 계곡을 건너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