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풍란
가짜 풍란
  • 의사신문
  • 승인 2010.09.0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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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이렇게 올망졸망했던 나도풍란. 맨 위에 새로 자란 잎들이 지금은 보통의 풍란처럼 크게 자랐다.
가짜가 넘칩니다. 쉽게 돈을 벌어보려고 자기를 속이는 일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벌이는 일입니다. 난도 가짜가 있습니다.

난은 잎에 무늬가 들어가거나 꽃 색이 다를 때, 잎이 극단적으로 짧거나 꽃 모양이 다른 경우 그 관상 가치에 따라 거래되는 값이 천문학적으로 높아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고가로 거래되는 극히 희귀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산에서 자라는 보통의 난과 조금이라도 다르다면 더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됩니다. 난 값을 더 받아 내려고 사람들은 가짜 난을 만들어 냅니다.

지난 5월 초 집 근처 화원에 갔다가 나도풍란 변이종을 데려왔습니다. 보통의 나도풍란은 잎이 넓고 깁니다. 그 때 데려온 나도풍란은 잎이 100원짜리 동전 크기로 둥글고 매우 두꺼웠습니다. 마치 커다란 콩에서 새싹이 올라올 때 보이는 떡잎처럼 두툼한 잎이 6장쯤 되고 뿌리도 굵고 짧습니다. 다만 값이 생각보다 싸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조직배양 기술이 워낙 발달해있으니 대량으로 번식시켜서 그러려니 했습니다,

난보다 더 비싼 화분을 구입해 보기 좋은 난 화분을 하나 꾸몄습니다. 풍란을 기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가끔 생각날 대마다 물 한 번씩 흠뻑 주면 뿌리도 잘 뻗고 잎도 일 년에 두 장은 새로 납니다.

집에 온 뒤로 난들은 활발하게 새로 뿌리를 뻗고 잎도 새로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새로 난 잎들이 본래 있던 잎의 크기만큼 자라다가 여름 더위가 시작되자 뿌리도 잎도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잠잠해졌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다시 새잎이 돋기 시작한 것입니다. 집에 온 뒤에 새로 난 잎 두 장은 지금도 계속 자라고 있습니다. 이젠 보통의 나도풍란과 잎 크기가 거의 같아졌습니다. 아래에 있는 본래의 잎 여섯 장은 여전히 작고 두툼하며 동그랗게 남아 있습니다. 이젠 난 전체의 모양새가 좀 어설퍼 보입니다.

그 때 함께 데려온 석곡 변이종도 같은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몸통과 잎이 하나같이 동글동글하고 두툼한 것이 앙증맞았습니다. 새로 두 촉이 자라 오르기 시작했는데 몸통과 잎이 하나같이 길쭉길쭉합니다. 짧고 둥근 형태가 조금은 부자연스러웠는데 오히려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자랐습니다.

문득 쌈 채소와 관련된 보도가 생각났습니다. 식당에서 주는 쌈 채소들이 쌈 싸먹기에 좋은 크기로 잎이 작고 두툼한데 특별하게 재배를 해서 이렇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농약을 뿌려주어 인위적으로 이렇게 키운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농약이 인체에 해롭기 때문에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 보도를 본 이후 잎이 작고 두툼하여 보기에 좋은 쌈 채소는 먹지 않습니다.

앙증맞게 작은 크기로 배양된 나도풍란과 석곡 역시 그 성장억제 농약을 듬뿍 뒤집어쓰고 자랐을 것입니다. 이제부턴 자라고 싶을 때까지 자라게 둘 것입니다. 몇 년이 지나면 본래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갖추겠지요. 촌스럽지만 향이 좋은 꽃도 필 것입니다. 모두가 거짓 없이 본래의 모습대로 그렇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오근식 <건국대병원 홍보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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