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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정심 중재 사실상 불가능"
"건정심 중재 사실상 불가능"
  • 김기원 기자
  • 승인 2009.02.1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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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는 사실상 결렬된 수가계약의 당사자들을 중재할 가능성이 없다며 공익대표가 중재기능(캐스팅 보트)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오늘(12일) 오후2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손숙미 국회의원실과 대한병원협회(회장 지훈상)가 공동 주최한 ‘건강보험 수가결정체계 이대로 좋은가“_문제점과 개선방안’에서 ‘건강보험 수가계약제의 개선방안’에 대해 발제한 이상돈 고려대 법대 교수가 강조한 내용이다.

이 교수는 수가계약제의 개선 필요성을 지적하고 “수가고시제로 전락한 수가계약제는 현재 빈사상태”라고 단정했다.

이 교수는 수가계약의 현실은 △수가계약은 공단의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제안한 그러나 요양기관의 기대치에는 훨씬 못미치는 평균 수가조정율을 미리 고정시켜 놓고 그 범위 안에서 공단 이사장과 요양기관 대표가 체결하려다 번번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또 △환산지수의 결정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로 넘어간 경우에 심의위원회는 재정운영위원회의 제안을 그대로 또는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그러나 요양기관의 기대치에는 역시 훨씬 못미치는 수준에서 결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수가계약은 사실상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수가고시에 의해 대체되어버리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수가계약제가 수가고시제로 전락한 이유를 제시했다.

이 교수는 “수가고시는 정부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한다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면서도 저수가 중심으로 운영, 요양기관에게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초래케 하고 있다”며 “이로인해 의료기관들은 첨단고가장비 도입 및 비급여 확대 등 재정적자 극복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현실정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런 노력은 의료의 발전을 왜곡하고 의료전달체계를 파괴하며 미래의 의료인력을 비급여진료의 비중이 큰 영역으로 편중시키고 아울러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상업적으로 환원시킨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수가계약제의 실패는 정부에게만, 저수가 고보장성의 명분으로 시민단체와 연합하고 그를 통해 정치적 지지를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정치적 이익을 가져다 줄 뿐이고 요양기관과 가입자에게는 각각 재정적자와 실질적인 보장성 약화라는 불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는 의료의 자율성과 관련, “저수가는 저보험료율로, 저 보험료율은 저급여로 이어지고 이는 시민들로 하여금 사적으로 더 질좋은 의료를 개인적으로 사서 누릴 수 밖에 없게 만들기 때문에 사회보장성을 오히려 침해한다”며 “수가계약제란 바로 이같은 악순환을 깨는 요양급여비용의 자율적 결정기제”라고 상기시켰다.

이 교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윈원회의 기능현실’과 관련, “현행법상 수가계약이 결렬되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임명 또는 위촉하는 건정심에 의한 의결을 거쳐 장관이 수가를 결정, 고시한다”며 “이 과정에서 수가계약제는 저수가정책 중심의 수가고시제로 변질되어 버린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건정심은 환산지수의 결정을 공단의 입장에 일방적으로 편향되어 환산지수(조정률)를 결정하거나(공단 대변기능), 고정된 평균 수가조정율의 틀에서 시행되는 요양기관 유형별 수가계약제에 힘입은 유형대표들보다 우월적인 협상력을 이용하여 그리고 (수가계약결렬에 대한 패널티로서) 협상시 공단이 최종 제안한 환산지수보다 같거나 낮은 환산지수를 결정함으로써 공단측에 유리한 수가체결을 강요하기(공단 비호기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이 교수는 “이런 건정심의 기능에서는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가 깨지며 수가계약법제는 실질적으로 수가고시제가 되어 버리고 언젠가는 요양기관들로부터 (시민)불복종의 대상이 되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건정심은 저수가 재정정책의 대변인”이라고 단정했는데 “이는 1999년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건정심 위원은 가입자 대표와 보험자 위원수가 공급자 위원수와 동수(6인)이고 공익위원도 동수(6인)이어서 공익위원이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현행법상의 건정심 위원은 정부(및 정부출연연구원)·보험자·가입자 대 공급자 대 (순수) 공익대표의 구성비가 14:8:2”라며 더군다나 공단에 속한 재정운영위원이 다시 건정심 위원이 되는 겸직자가 매우 많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런 구성에서 보면 건정심이 결렬된 수가계약의 당사자들을 중재할 가능성이 없음은 자명해 보인다”며 “결국 건정심은 보험자와 가입자를 한편으로 세워놓고 정부가 자신의 보험재정정책의 관철을 정당화하는 사이비 절차적 정의의 기제”라고 단정했다.

건정심의 이러한 실상에 대해 이 교수는 “건정심은 재정위원회와 달리 수가계약결정기구 보다는 거시적인 재정관련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로 거듭나야”고 강조했다.

즉, 보험재정의 수지균형을 맞추는 공학적 조절기구가 아니라 사회보장의료의 수준이나 범위, 의료보장을 위해 시민이 부담해야 할 보험료율 등을 ‘정치세력간의 타협가능성’이 아니라 보통시민들로부터 광범위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인 ‘시민적 합의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거시정책을 세우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 현행처럼 가입자 대표는 8인, 공급자대표는 8인으로 하고 보험자(및 정부) 대표는 4인으로 하되 건강보험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를 공익대표로 이름을 바꾸고 현행 4인에서 8인으로 늘림으로써(총 28인) 공익대표가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함께 이 교수는 “사회보장적 의료보험의 수준과 보험료율을 정하는 거시정책에는 의료이념적 결단이 불가피한 만큼 이 기구에는 소비자 단체만이 아니라 근로자, 사용자, 농어업자, 자영업자 단체의 대표가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소비자단체, 근로자, 사용자 단체를 현행 각 2인에서 1인으로 줄이고 수가계약의 단계에 참여한 가입자 단체의 대표를 대신한 소비자단체는 제외시키며 남은 3인은 앞서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시민패널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오늘 열린 정책토론회의 1부에서는 유재중 국회의원의 사회아래 손숙미 국회의원과 지훈상 병협회장의 축사가 있었으며 이어 2부에서는 이규식 연세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박상근 병협 보험위원장과 전철수 의협 보험부회장,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시민건강증진연구소장, 박형욱 변호사, 안소영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 박용현 보건복지가족부 건강보험정책관의 지정토론이 펼쳐졌다.

김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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