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59 (금)
잘 다독이며 신속하게 응급실 밖으로 인도해야
잘 다독이며 신속하게 응급실 밖으로 인도해야
  • 의사신문
  • 승인 2009.01.23 1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말잘하는 의사가 환자 진료도 잘한다 Q&A(30)

응급실에서 환자 보호자가 흥분했을 때

Q〉 응급실에서 환자 보호자가 울고불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해 환자를 비롯해 옆에 있는 환자들까지 피해를 주는 경우 어떻게 진정시켜야 합니까? 특히 갑작스런 사고로 환자가 많이 다친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A〉 보호자가 환자 앞에서 그렇게 흥분하는 행위가 당장 환자의 응급 치료에 얼마나 큰 피해를 남기는지 명확히 설명해 주셔야 합니다. 환자 보호자 입장에서는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자신도 모르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것이겠지만 보호자의 지나친 흥분은 환자를 심리적으로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응급 치료를 시행하는 의료진들에게도 방해가 됩니다.

물론 응급실이란 곳이 예측하지 못했던 갑작스러운 사고로 실려 온 환자가 많기에 보호자가 이성을 잃고 흥분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호자가 흥분해 울고불고 하면 응급실에 있는 다른 환자들은 물론 그들 보호자에게도 피해가 되며 나아가 의사, 간호사의 업무까지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경우는 보호자가 응급실에서 더 이상 흥분하지 못하도록 일단 잘 다독거리며 응급실 밖으로라도 인도하시길 바랍니다. 그 다음 보호자가 그렇게 흥분하는 것이 치료에 얼마나 방해가 많이 되는지, 환자에게 얼마나 좋지 않은 결과를 미치는지 천천히 정확하게 알려주길 바랍니다.

곧 응급실에서 흥분해 감정 조절을 못하는 보호자가 있다면 일차적으로는 신속히 응급실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현명하며, 보호자가 조금 진정을 찾게 되면 그렇게 흥분하는 행위가 환자의 진료나 치료에 있어서도 얼마나 많은 불이익과 피해를 남기는지 조금 낮은 톤의 목소리로 천천히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울러 보호자도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닌 만큼 보호자에게 소리를 지른다거나 무조건 응급실에서 밀어내는 등의 행동은 되도록 삼가야 합니다.
 



라포를 확실히 형성한 후 천천히 설득해야

특정 종교를 밎는 환자·보호자가 수혈을 거부때?


Q〉 특정종교를 믿는 환자의 경우, 수혈을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수혈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환자가 어린 아이거나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라면 결정권은 그 종교를 믿는 보호자에게로 넘어 갑니다. 그러나 의사로서 특정한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급한 환자가 수혈을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을 볼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논리적인 설득도 잘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들이 환자를 대리하는 보호자이니까 그들의 말을 따라야 하는 걸까요?

A〉 의사는 환자를 단순히 치료하는 것을 넘어 자신에게 치료를 맡긴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막중한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환자나 보호자가 개인적인 이유로 치료를 위해 반드시 받아야 하는 시술이나 수술을 거부해 상태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면 그것을 최대한 막아야 합니다.

만약 환자가 반드시 수혈을 받아야 하는데도 종교 상의 이유로 수혈을 거부한다면 일단 최선을 다해 환자나 보호자를 설득해야 합니다. 환자나 보호자가 수혈을 꺼리는 이유를 (설령 전혀 납득이 되지 않더라도) 끝까지 잘 들어주시고 그 마음을 배려하고 인간적으로 공감해주셔야 합니다. 그것이 의사 입장에서는 전혀 말이 안 되는 근거 없는 이유일지라도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는 식으로 환자에게 이야기해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인간적인 공감과 지지가 어느 정도 형성된 다음 환자를 천천히 설득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간적으로는 환자의 상황을 공감한다. 나 또한 그런 상황이라면 수혈을 반대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이러하기 때문에(원인과 결과) 수혈은 꼭 필요하다”는 식으로 마음을 읽어주면서 타당한 근거를 들어 설득해야 합니다.

사실 특정종교를 맹신하는 환자나 보호자의 경우는 `종교'라는 것이 물리적인 힘을 뛰어넘은 정신적 영역이기에 아무리 설득해도 설득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만 처음부터 그저 의사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것보다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일지라도 최대한 환자나 보호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그 마음을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인간적 라포 형성에 도움이 됩니다.

종종 고집을 피우며 치료를 막무가내로 거부하던 환자일지라도 의사와 라포가 확실히 형성된 다음에는 고집을 꺾고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울러 환자가 아직 어린 아이거나 의식 불명으로 자신의 치료에 대해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대리자인 보호자를 환자라고 생각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물론 의사가 이렇게 최선을 다했음에도 환자나 보호자가 끝까지 치료나 수혈을 거부할 경우에는 안타깝지만 그들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독자 여러분들께서 진료 커뮤니케이션 상의 궁금한 내용이 있으시면 의사신문(이메일 docnews@hitel.com, 팩스 02-2676-2108, 우편)으로 질문내용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