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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온달과 평강공주 <완>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완>
  • 의사신문
  • 승인 2009.01.2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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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에 나오는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의 이야기는 바보인 온달이 평강공주의 내조로 고구려 장수가 되어 훌륭하게 살아간다는 사실에 근거한 기록이다. 삼국시대나 지금이나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인 것 같다. 아내를 돕는 배필이라고 하면 여자들은 기분 나빠하는데 어떤 의미에서 모든 남자들은 바보이기 때문에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1961년 신영균과 김지미가 주연해 영화도 만들어졌다. 어려서부터 울기를 잘하던 공주를 달래기 위해 왕은 곧잘 이다음에 크면 바보 온달에게 시집을 보낸다고 했다. 그 뒤, 공주는 정말로 산 속의 바보 온달을 찾아가서 부부가 된다. 공주는 지성으로 온달에게 글도 가르치고 무예도 가르쳤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바보 온달로 하여금 변방에 쳐들어온 여진족을 무찌르게 한다는 내용이다.

공주는 온달에게 “당신은 바보가 아니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라고 격려한다. 아무리 실수해도 나무라지 않는다. 남자들은 별거 아니다. 칭찬과 격려를 해주면 없던 힘도 나오는 것이 남자다.

얼마 전 15년 동안 별거하다가 다시 합친 부부를 만났다. 남편은 아내가 너무 자신에게 원칙을 얘기하고 몰아붙여 좋은 직장을 사표내고 미국으로 도망갔다고 한다. 15년 동안 혼자 살기가 힘들었지만 그 강한 아내에게는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대학에 입학한 딸이 아빠가 보고 싶다고 해서 돌아왔는데 그동안 아내가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한 공부를 많이 해서 부드러운 여자로 변해 있었다고 한다. 아내가 주도권을 잡고 살아가는 가정의 자녀들은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힘들다. 특히 딸은 엄마가 했던 대로 남편에게 할 터인데 그것을 좋아하는 남자는 없다. 화해와 일치는 경멸과 비난이 아니라 칭찬과 격려를 통해서 이뤄지는데 지속적으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비우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혼의 이유 중 성격차이가 45%이고 경제적 이유가 15% 정도인데 이 성격차이란 것이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므로 형성되는 것이다. 자신의 가정에서 보고 배운 것을 그대로 배우자에게 주장하게 되는데 이혼한 후에도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른다. 아내는 정서적 필요를 남편이 채워졌으면 하는 기대를 버리고 대신 남편의 필요를 채워주는 쪽으로 초점을 옮길 때 남편을 섬기고 있는 것이다. 섬김이란 숨은 동기와 보상의 기대 없이 깊은 사랑과 헌신적인 우정으로 남편의 필요를 섬기는 것이다.

남편을 친구처럼 대한다는 것은 그를 어린아이가 아니라 성인으로 대한다는 뜻임을 알아야 한다. 마치 부모가 아이에게 명령하며 순종을 기대하듯 요구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니 남편을 성인으로 대하라. 그러면 남편 안에 상호 존중의 태도와 감사의 마음과 당신을 향한 성적욕구가 자란다.

아내들은 여전히 남편이 내 속을 들여다보고 내게 주목해주고 내 정서적 친밀함의 갈망을 채워주기를 바라며 종종 억지로 강요한다. 이렇게 친밀함을 요구하려하면 남편들은 여자들의 요구(또는 조정에) 딴청을 피우고 싶어지는 것이다.

결혼 27년 동안 바보였던 나를 아내는 평강공주처럼 인내해주고 지혜롭게 인도해 주었다.

가정의 행복은 아버지, 남편에게 있다기보다는 어머니, 아내에게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새해에는 내 안에 있는 해결하지 못했던 무거운 여진족의 무리들을 물리쳐 가볍고 온전한 삶을 살아 평강공주인 아내의 헌신에 보답하고 싶다.

이주성<인천 이주성비뇨기과의원>


그동안 유려한 필치로 `진료실 주변'을 집필, 전국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이주성 원장이 이번 호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칼럼을 마지막으로 지난 2년간의 연재를 마칩니다. 100회 동안 `진료실 주변' 집필에 힘써 주신 이 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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